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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듣는 무덤 이야기

박종영 2007. 03. 23. 오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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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듣는 무덤 이야기
글/박종영
따스한 봄볕이 아지랑이를 보채는
공동묘지 한적한 곳,
이름없는 무덤들이 둥근 머리 위로
흐르는 바람을 불러들입니다
가난한 사람, 잘살았던 사람,
낮은 자리, 높은 벼슬 다 지워버린
알몸의 묘비명을 앞에 놓고 잊혀 가는
생전의 이름을 선명하게 색칠하고 있습니다
이승에서 못다 한 봉사와 사랑을,
용기와 투쟁의 헌신을,
헤어짐의 눈물 위무하지 못한 후회를,
가닥가닥 봄볕에 말리면서
굴곡의 삶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당신은 지금,
어떤 무덤을 만들고 싶은지요?
맥박은 저승의 길을 향하여 승부를 거는
고되고 힘든 생명의 소리입니다 
우리는 늘 죽음을 곁에 두고도
오래 사는 길을 궁리 합니다
삶의 끝은 언제나 죽음이 기다리기에,
나이의 무게를 청산하고 떠나는 저승길은
얼마나 홀가분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봄볕이 듬성듬성 퍼지는 한나절,
누군가를 기다리는 뾰쪽한 무덤의 얼굴에
파란 기쁨의 촉이 사득사득 올라오고 있습니다
봄은 그렇게 생명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댓글 1개

포아풀 2007. 03. 24. 오전 09:29

모든 짐 다 내려놓은 이들의 집터에 뾰족뾰족 올라오는 봄의 생명들... 죽음과 삶은 이렇게 늘 곁에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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