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무제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번에 시집 '봄부신 날' 이벤트를 한 작가 요나단 이태훈입니다.
앞으로 자주 이곳에서 많은 분들을 뵐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아래에 붙이는 글은, 완전히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끝부분 작업을 조금 더 해야한다고 생각 중-교훈을 주려는 창작의도가 아니므로)
갑작스런 영감으로 순식간에 쓴 동화치고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나른한 봄날.....무제와 함께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실까요?
---------------------------------------------------
무제 이야기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문밖으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문틈으로조차 아무 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소년은 급하게 뛰어가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 이상하다. 여기에 문이 있었나?’ 소년은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은 몸을 숨겨야 했다. 숨을 훅훅 고른 뒤 문고리를 와락 잡아당기며 안으로 뛰어들었다. 문이 열리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빛이 쏟아졌다. 소년은 예상치 못한 빛의 반격에 급하게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어두컴컴하리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창고 안은 마치 일부러 불을 밝혀 놓은 것처럼 환했다. 왁자지껄하던 소리가 한 순간에 뚝 그쳤다. 아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전부터 계속 그러했던 것 같은 고요함이었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모든 동작이 한 순간에 정지했다. 마치 이전부터 계속 그러했던 것 같은 멈춤이었다. 소년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창고는 생각보다 넓었는데 앞쪽만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뒤로는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쪽에는 난쟁이처럼 작은 사람들이 난쟁이들이 앉음직한 작은 식탁과 작은 의자에 앉아서 막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멈추어 있었다. 하지만 얼음처럼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아주 큰 인형처럼 보였다. 식탁 위에는 먹음직스런 음식이 놓여 있었는데 소년에게는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녀 인형은 기도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흰 앞치마를 두른 아줌마 인형은 큰 냄비에 담긴 국을 휘젓는 시늉을 한 채 국자를 쥐고 있었다. 얼굴은 곧 터질 것 같은 웃음으로 가득했는데 소년은 그 우스꽝스런 표정을 보고는 쿡 하고 웃고 말았다. 오른쪽에 앉아있는 인형은 막 식사를 하다 멈춘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린 채 음식을 가득 담은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소년은 처음 보는 광경이 낯설긴 했지만 그다지 겁이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즐거운 듯 계속해서 빙글빙글 웃었다. 지금까지 왜 헐레벌떡 도망쳐 이곳으로 왔는지 그 까닭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 했다. 소년은 숟가락을 들고 있는 인형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 인형은 소년을 흘낏 보는 듯 했고 들고 있는 숟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소년은 무릎을 낮추어 인형과 키높이를 같이했다.
“진짜 살아있는 것 같아.”
인형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소년은 갑자기 숟가락을 들고 있는 인형 손을 붙잡았다.
“먹어 봐.”
누가 말릴 틈도 없었다.(물론 말릴 사람도 없었다.) 소년은 숟가락을 잡은 채 그대로 인형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돌같이 굳어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거나, 움직이더라도 끼기긱하며 돌이 움직이는 소리가 날 거라는 생각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놀랍게도 인형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또 소년이 그렇게 숟가락을 밀어 넣을 것이라는 걸 알고나 있었던 것처럼, 숟가락에 있는 음식을 자기가 먹는 것처럼 동시에 입안에 쏟아 넣고는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고마워. 무제야.”
인형이 말을 하며 잠에서 깨어난 듯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자 돌처럼 가만히 있던 인형들이 마법에서 깨어난 것처럼 한꺼번에 웃고 떠들고 장난치기 시작했다. 물론 빨간 조끼를 입은 인형은 기도를 마친 듯, 서둘러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앞치마를 두른 아줌마 인형은 국자를 휘저으며 소리쳤다. “자, 한 명씩 그릇을 가져오세요. 오늘 식사는 마테요랍니다.”
그러자 뒤에 어둠처럼 숨어 있던 공간이 환하게 밝아지며 수십 명의 난쟁이 인형들이 식탁에 앉아서 그릇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마테요! 마테요!”
“오늘은 특별 손님이 왔으니까 마테요에다 푸르흡 추가요!”
아줌마는 창고가 떠나갈 듯 웃으며 선반에서 큰 바구니를 꺼냈다.
“우와. 역시 울 엄마는 기분파야!”
기도를 하고 밥을 먹던 빨간 조끼가 소리쳤다. 그러더니 소년을 보고는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윙크했다.
“고마워, 무제. 너 때문이야.”
무제라 불린 소년은 그제야 얼떨떨한 표정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난 아무 것도 한 게 없어. 그리고 너희들은 누구니? 인형은 아니지?”
“당연하지. 어떻게 인형이 말을 하니, 꼬마야.”
무제가 밥을 먹여 준 그 인형이었다.
“난 꼬마가 아니야. 꼬마는 바로 너잖아!”
무제는 골이 나서 소리쳤다.
“푸하하. 나보고 꼬마래. 얘들아, 나보고 꼬마 소년이 꼬마래.”
인형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자 모든 인형들이 배꼽을 잡고 따라 웃었다.
“모샤 할아버지가 꼬마면 우리는 갓난아기네!”
인형들이 다시 그릇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모샤! 모샤! 모샤! 본 때를 보여 줘.”
그러자 모샤라 불린, 그러니까 무제가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여 준 바로 그 인형이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무제야. 네가 날 쓰다듬어 주고 먹여준 건 정말 고마워. 안 그랬다면 너와 우리는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난 이 곳에서 3백년 이상 살고 있단다. 그러니 이제 갓 열 살을 넘긴 너와는 상대가 안 되지. 안 그러니?”
“아, 예.”
무제는 홀린 듯이 모샤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모샤에게는 수염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수염을 만지는 순간 수염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코 주위에 나 있었다. 수염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려 금방 눈에 띄었다. 그런 수염이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수염 때문에 그러는 구나. 사실 이건 아무 것도 아니지. 수염이 무어 그리 중요하겠니? 네가 내 나이를 믿지 않을까 봐 내가 내 본 모습을 잠깐 보여준 것뿐이야. 그렇지만 평상시에는 수염을 밖으로 꺼내놓지 않지. 그건 거추장스러울 뿐이거든.”
“맞아. 콧수염은 콧물이 떨어지면 참으로 곤란해. 물론 콧물이 그릇에 떨어지는 걸 간혹 막아주긴 하지만 말야.”
모샤 뒤에 앉아 있던 안경 낀 인형이 불쑥 말참견을 했다.
“파리. 넌 콧물 얘길 좀 안 할 순 없니?”
킥. 무제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이름이 파리래. 우리 반 학생이라면 날마다 놀림을 받을 거야. 나처럼.’
“내 이름 때문에 웃는 구나. 하긴 뭐 상관없어. 너네 세상에서야 ‘파리’란 이름이 이상할진 몰라도 우리 ‘되돌려 나라’에서는 ‘아주 웃긴’이라는 멋진 이름이거든. 그건 네 이름이 뜻과 다르게 들려서 놀림을 받는 거랑 비슷해. 그래서 난 괜찮아. 그리고 적어도 ‘무제’란 이름보다야 낫지.”
무제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내 이름이 어때서 그래! 파리보단 무제가 낫지.”
모샤가 얼른 무제 앞으로 달려나왔다.
“무제야. 참아. 저 친구가 괜히 그러는 거야. 네 이름이 탐나서 그래. 사실 ‘아주 웃긴’보다는 ‘가장 위대한’이 낫잖아.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야. 네 이름은 되돌려에서 가장 좋은 이름 가운데 하나야. 넌 자부심을 가져도 돼.”
“내 이름이 ‘엄청 위대한’이라고? ‘제목 없음’이 아니고?”
“누가 ‘무제님’을 ‘제목 없음’이라고 그래. 무제님은 누가 뭐래도 ‘가장 위대한’ 분이야.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지금까지 ‘가장 위대한’ 이름을 가진 분은 딱 한 분뿐이었어. 우리는 그 분을 아주 존경했지. 5백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 분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구. 바로 ‘무제’란 이름으로 말이야.”
“무제님!”
난쟁이 인형들이 한꺼번에 엎드리며 무제에게 절을 했다.
무제가 뒷걸음치며 손을 내저었다.
“난, 그 무제가 아니에요.”
모샤가 무제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놀랍게도 모샤의 키가 쑤욱 커지더니 무제와 같은 높이가 되었다.
“알아. 하지만 넌 ‘제목 없음’도 확실히 아니야.”
무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곳을 잊지 마세요. 당신은 우리들의 ‘무제님’이에요. 안녕! 되돌려나라에 다시 오신 무제님.”
펑 하는 연기소리도 없었다. 퍽하며 전등이 꺼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창고 안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깜깜해졌다. 무제는 이곳이 처음부터 깜깜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에도 난쟁이 인형들이 있었던 흔적은 없었다. 다만 무제의 기억 속에 또렷이 존재할 뿐이었다.
무제는 밖으로 나왔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곳은 원래부터 담벼락이었던 것처럼 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손으로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문으로 짐작할 만한 그 어떤 표시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교실로 돌아갔다. 친구들은 무제를 ‘제목 없음’이라고 계속 놀려댔지만 무제는 더 이상 그것 때문에 가슴 아파하지 않았다. 그리고 놀림을 받을 때마다 ‘넌 위대해!‘하는 외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랐다.
댓글 5개
언제던가 TV에서 장애인을 소재로 한 다큐를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보호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인채 자라버린 어른.. 엄마는 아이 때문에 이혼당하고 혼자 생계를 꾸려가며 20년 동안을 한결같이 기둥으로 살아가고 있었죠. '아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어이없는 MC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진지하게 대답합니다. '하나님이 이땅에 생명을 주실때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비록 이 아이는 20년동안 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 놓은 것이 하나도 없어보이지만 제 눈에는 다른 누구보다도 열심히 제 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순간 이라도 긴장을 풀거나 나태해지면은 생활은 엉망이 되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열심히 살아갈 수 밖에 없죠! (아이를 쓰다듬으며..)이 아이는 바깥 삶에서 지치고 때로는 상처받은 나를 언제나 환한 미소로 따뜻한 포옹으로 위로를 하죠.. 요즈음은 제가 오히려 이아이한테 위로를 받고 삽니다. 아마도 하나님은 우리 아이를 통해서 저를 훈련시키고 해야 할 일을 깨닫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면 내가 살아야 할 이유와 길이 보여요. 아마도 그 사명을 깨닫게 하려고 하나님은 이 아이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몸에서 태어나게 하신 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의 아이 외에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많은 봉사와 일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날..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 동화를 꼭 읽어보라고 강추해야 겠네요^^ 별명때문에 우울한 날 꼭꼭 방에 박혀 엎드려 나름대로 마음고생하는 이쁜딸.. 무제도 이름때문에 친구들을 피해 도망다녔지만 친구들이 놀려대던 '이름없음'은 단지 놀리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잖니.. 무제라는 이름은 얼마든지 '위대함'으로 바꿀수 있단다. 네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무엇이든 하는 모습을 보면 친구들은 아마도 너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릴걸^^ 넌 엄마의 소중한 딸이고 넌 반드시 이땅의 필요한 훌륭한 일꾼이 될거라 믿어. 그리하지 않더라도 엄마는 너를 무지무지 사랑해~~♥
무제 이야기..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화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보인다지요. 언어의 감옥에 갇혀서, 편견과 정해진 틀에 갇혀서,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많은 것을 잃어버리지요. 자주 오셔서 좋은 글 올려주세요. 저도 이태훈님의 시집 ‘봄부신 날’을 신청했습니다. 기대되는군요. 그리고 이옥경님, 글이 참 좋습니다.
이태훈 님의 동화는 처음 읽어봅니다. 얼른 다음 이야기도 듣고 싶은 걸요. 나직히 동화를 읊어주시는 이태훈 님 목소리도 상상되네요.^^; 다른 이야기도 또 들려주실거죠?
이옥경님. 소중한 글 감사드립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군요. 포아풀님. 동화는 어린이만 읽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른이 동화를 읽으면 더 순수해지고 아이들보다 더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죠. 봄부신 날이 꼭 선물로 다가가길 소망합니다. 화성인님. 제 다음 동화가 기대된다는 말씀에 저도 기대가 됩니다. 반가이 맞아주시니 저도 힘이 나네요. 고맙습니다.^^
엄마아이뒤로............☞잼따~ 나도 무제가 제목없음인줄알았는디..쿡ㅋㅋ 글구 맘 그별명 언니라면..전파?? 나면..뭐에여??알려져영~♥ ºΘºㅋㅋㅋ -여니냥-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