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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역에서
어느 역에서
이른 봄 햇살은 어둠에 잠겨 불빛으로 반짝이고
도시의 밤하늘은 별을 숨겨놓고 나와 숨바꼭지한다
밤이 부끄러울 정도로 대합실은 휘영찬란하고
형형색색의 비단을 몸에 두른사람들
종착과 출발를 관조의 눈빛으로
청춘들은 열기를 뿜어내고
춘향이의 애절함과 이도령의 재치로 만나는 뜨거 운 여인들의 로맨스
그러나
옥의 티가 되어버린 가미잡잡한 노인이 느릿느릿한 걸음마다 먼지가 나린다
뼈만 앙상한 까칠스러운 때묻은 손바닥위에 노란 껌 한 통을 들고
팔기보다는 애원하려 다니고있는 할머니
허리는 구부러져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겨운 걸음 걸이에
세월에 닭아버린 껌 가방은 미안스러운 듯 자꾸만 등뒤로 숨어려고 안간힘쓴다
살아온 역경의 향기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때
얼마냐고 묻는 목소리는 할머니를 삼키고있었다
껌 한 통이 삼백원에서 오백원으로 둔갑한 사기
가시는 길에 나누어 주시는 아름다운 사기
날마다 당하고 싶은 사기
과연, 내 인생은 얼마짜리로 둔갑한 사기이련지!
댓글 3개
묵직한 세월을 업고 있는 굽은 할머니의 등을 바라보는 건 슬프지요. 거친 세월이 얹고 간 검버섯과 그어놓은 깊은 주름 또한 그렇지요. 누군가의 뒷모습은 쓸쓸합니다.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 해도 저에게는 뒤꼭지만 보이더군요. 손일갑님의 마음씀이 깊이 와 닿습니다.
초등학교1학년에게 사랑에대한 시를 쓰오라고하니 그 학생은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좋다 그냥 좋다 어머니이니까 라고 쓰더라고요 나도 포아풀님의 답글이 좋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나에게 위안이 되니까요 읽어주어셔 감사합니다
저도 손일갑의 글이 좋습니다. 왜냐구요? 그냥 좋습니다. 그래도 물으신다면? 특별한 기술을 부리지 않은 투명함과 순수함이 좋다고 말씀드리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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