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세간[世間]살이 부처 물푸레나무

松花 강 봉환 2007. 04. 19. 오후 07:50
4174
 


세간[世間]살이 부처 물푸레나무

松花  강 봉환


풍경소리, 비구니 염불과 어우러져

고요히 목탁소리만 들리는 암자[庵子],

어느 날 바람결에 찾아와 수도하듯

거북등처럼 갈라진 노송[老松] 혹부리에

생동[生動]한 이파리부처 팔락거리네.

삶이 고단하여 잠시 얹혀 있음도 아닌데,

황토와 뒤범벅되어 뿌리내리고

새봄과 함께 싱그러운 새순이 오르더니

노송에 얹혀 중생[衆生]을 향하듯

팔락이는 물푸레나무 이파리,

가히 팔락거리는 형색[型色] 또한,

부처께서 사바세계[裟婆世界]를 향하여

손사래 하듯 너울져 지고지순[至高至純]하구나

저 멀리 소백줄기 따라 펼쳐진 구름능선 넘어

삼라만상[森羅萬象] 굽어 살피듯

누운 채 서녘하늘 바라보며 팔락거리네.

뉘엿뉘엿 넘어가는 운해[雲海]사이

어렵사리 비치는 햇살마냥

세상사[世上事], 번뇌[煩惱]에 휩싸여

탈리[脫離]를 하고 해탈[解脫]하듯

노송 혹부리에 얹혀 있음이 어색치 않음은

오직 중생과 함께 고[苦]를 나누고

빈자[貧者]의 마음을 아우르듯

오늘도 염불소리와 함께 팔락거린다.




세간[世間]살이: 불교에서, 중생들이 서로 의탁하여 살아가는 이 세상을 칭할 때 쓰는 말

암자[庵子]: 중이 임시로 거처하며 도를 닦는 작은 절

생동[生動]: 살아서 생기 있게 움직이는 모습

중생[衆生]: 부처의 구제의 대상이 되는 이 세상 모든 생물

형색[型色]: 생긴 모양과 빛깔

사바세계[娑婆世界]: 중생이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야하는 세상

번뇌[煩惱]: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모든 망념[忘念]

탈리[脫離]: 번뇌를 떨쳐버리고 참된 깨달음에로 나아감

해탈[解脫]: 속세의 번뇌와 속박을 벗어나 편안한 경지에 이르는 일

삼라만상[森羅萬象]: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모든 현상

운해[雲海]: 매우 높은 곳에서 널리 깔린 구름을 내려다본 경치

빈자[貧者]: 가난한 사람

댓글 1개

포아풀 2007. 04. 19. 오후 09:39

장석주님의 ‘목련부처’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목련 한 그루 서 있다. 갑각의 묵은 가지마다 희고 뽀얀 젖들이 눈부시다. 주린 입들에게 젖을 물린다. 도처에 생불이다” 라고 읊은... 혹부리를 빌려준 노송도 부처요, 거기에 기대어 잎을 팔랑이는 물푸레나무도 부처겠지요. 어느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물이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특정 종교의 시선이 아닌 禪味쪽으로 저는 해석합니다. 깨달음은 늘 한 곳으로 모아지는 것이라 믿으니까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