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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쑥개떡

미카 2007. 05. 29. 오후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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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개 떡

   몇 년째 어느 해인가부터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나는 봄이 다 가기 전에 연례행사처럼 쑥개떡을 쪄서 정든 이웃들과 잔치를 벌이곤 했다. 올해도 좀 늦긴 했지만 며칠 전 산나물 채취를 갔다가 산나물은 많이 못 뜯고 실하게 자라버린 쑥을 윗부분 연한 쪽만 한보따리 뜯어와 삶아 놨었다. 아침 일찍 쌀을 담갔다가 방앗간에서 빻아와 반죽을 해댔다. 개떡은 반죽을 뜨거운 물에 익반죽해서 많이 치대야 쫄깃쫄깃하니 맛있게 되는지라 반죽할 때가 제일 힘이 든다. 검정콩도 조금 섞어가며 치댄 반죽이 오늘도 제법 덩어리가 컸다. 옛날 어렸을 적 시골내기였던 나는 해마다 어머니가 봄이 되면 쑥개떡과 쑥버무리 등을 해놓으시면 간식거리가 없던 옛날엔 그것이 큰 주전부리였다. 지금은 쌀이 풍족해 쌀가루에 하지만 그때는 쌀도 귀해서 밀가루에 개서 해주실 때였는데도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개떡하니까 또 한 가지 보리개떡이 생각난다. 해마다 여름에 보리타작을 하고나면 보리방아 빻을 때 나오는 곱디고운 보릿겨가 있었다. 그것으로 옛날엔 보릿겨개떡을 해놓곤 주전부리를 대신했다. 그 맛이 뻑뻑하고 차진 맛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땐 참으로 즐겨 먹었던 기억이난다 여름이라  냉장고도 없던 옛날엔 아껴먹던 개떡이 쉰듯하면 다시 물에씻어서 먹기도 했다  그때는 잘 쉬어버리는 보리밥도 어머닌 늘 아까워 물에 여러번 씻어서 드시곤 했어도 탈도 안나고 살던 때였다.  풍족하지 못했던 옛날을 떠올리며 반죽을 조금씩 떼어 모양을 납작하고 동그랗게 만들어서 찜솥에 앉히기 시작했다. 해마다 쑥개떡을 쪄 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그렇게들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 예쁜 모양을 갖춘 떡집에서 나오는 떡보다도 그들은 이 막빚어버린 쑥내가 향긋하게 나는 개떡을 유난히들 좋아했고 떡보 라는 소리를 듣고사는 나도 개떡의 쫄깃쫄깃한 맛을 잊지못해 가능하면 쑥이 한창인 봄을 그냥 안 보내려 하고 있다. 우리집 식구들은 “또 개떡이야?‘ 하며 질색을하고 거들떠보도 않아서 나 혼자 즐겨먹지만... , 반죽이 많아 한 솥 가득 앉혀 김을 올리니 집안 가득 쑥내가 향기롭게 퍼졌다. 삼사십분 후 다 쪄진 개떡을 쟁반에 쏟아 반지르르 참기름을 바른 뒤 한 개를 집어 입에 베어 무니 쫄깃쫄깃하니 역시 성공이었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말이 있다. 내가 베풀 수 있는 자리에 있는게 얼마나 행복이고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비록 자그마한 정성이지만 이 반지르르하고 쫄깃쫄깃한 쑥개떡 몇 개 받아들고 좋아서 얼굴이 환해질 이물없는 이웃과 무료한 시간이면 달려와 같이 수다 떠는 친구들과 끔찍이 “언니”“언니”하며 잘 따라주는 한 직장의 동생들. 개떡을 받아들고 맛있게 뜯어먹을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
1달 전 즈음에 써놓으시고 몇 번 고치시더니 이제 되었다라며 올려보라고 주시네요.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요~!!

댓글 2개

이옥경 2007. 05. 29. 오후 06:30

쑥개떡! ㅎㅎ 참 맛있지요. 어렸을 적에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가 쪄 오면 엄마는 맛있다며 잘 드셨는데 저는 알수 없는 시커먼 그 떡의 재료가 궁금하여 한번은 여쭤봤더니, 쑥으로 만들었다 하시더라구요. 조금 베어문 그 떡이 사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었는데, 군것질이 흔하지 않던 그시절의 남아 뒹굴던 그 떡은 먹으면 먹을수록 씹으면 씹을 수록 희안한 맛이 나더라구요.. 그 후로 맛을 즐기게 되었던 쑥개떡을 얼마전 등산동호회 천사 신나님이 40개라는 어마어마한 개수의 쑥개떡을 만들어 오셔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아, 또 먹고 싶다. 먹는 우리들이야 몇개가 별것 아니겠지만 만드는 분들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글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요..쑥을 캐서 삶아서 쌀을 담가서 찧어서 둘을 잘 버무리고 정성껏 쪄야만 나오는 무지 많은 공정(?)을 거친 참살이 웰빙 떡이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그 맛에 빠져 보시지요! *^^*;;

포아풀 2007. 05. 29. 오후 10:49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 개떡 같다 라는 말이 있지요. 아무렇게나 생겨서, 볼품없어서 하는 말인 줄은 알지만 개떡이 얼마나 맛있는 줄은.. 쑥개떡은 또 얼마나 맛 나는 지를 안다면... 달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보면 웃을 지도 모르지만 그 맛 두고두고 생각나지요. 미카님 어머님의 정겨운 글이 좋네요. 미카님의 그 고운 마음도 좋아요. 신나님은 지난 번 문학기행 때 고구마를 가져오시더니 떡도 가져오셨군요. 이옥경님 말씀처럼 천사이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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