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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날
무료함에
철로에 발을 댔다 뗐다 하던 나비 한 마리
어느새 시들해졌는지
열차 등에 사뿐 올라앉는다
한숨 돌린 열차가 갈 길 재촉하며
빠앙, 나팔을 불자
생각의 타래를 풀던 나비 놀라
철둑으로 건너뛴다
한가롭게 엄마젖을 빨던 애기똥풀 덩달아 놀라
노랗게 젖을 게우고
막 밥숟갈 떠 넣던 아카시 나무도 사래 들어
하얗게 밥알을 토해낸다
아는지 모르는지
찰찰, 밥물 끓어 넘치듯
솨솨, 파도가 자갈의 얼굴을 씻기듯
뒷발질로 철로를 차고 나가는 열차
철길 옆 작은 집 마당
싯누런 하품을 털던 나른한 햇살이 까치발 들고
울타리 밖을 두리번두리번 내다본다
댓글 5개
일부러 기차여행을 위해 기차역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지금의 와이프와 처음으로 깊은 얘기를 나누었죠. 기찻길의 전경은 나른한 일상을 추억으로 만드는 세트장인 것 같아요.
한가롭기만한 시골 풍경이 늦은 봄날 나른한 정경으로 다가옵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엄마도 아빠도 어디로 가셨는지 꼬마 눈에 들어온 한낮의 풍경은 아주 적막했었던 같습니다. 같이 놀아주던 바둑이도 따가운 햇볕을 피해 제집으로 들어가 늘어졌고 뒤뜰 닭장에는 옹기종기 모여 오수를 즐기는 어미닭 곁으로 병아리들만 분주하게 삐약거리며 돌아다니고 항상 무언가 부족한 듯 꿀꿀 거리며 시끄럽던 도야지들도 길게 드러누워 너무 심심했죠. 그때 저 구석에 누워있던 탈출한 어미닭 한마리가 눈에 띄어 살며시 다가가 놀래키려고 했는데 그만 다가가기도 전에 돌부리에 넘어져..으앙...! 울음소리에 한낮의 적막이 흐트러지고 모두들 놀라 꼬꼬댁..꿀꿀...멍멍.. 한꺼번에 봇물터지듯 터져 나오는 자지러지는 소리들에 저는 덩달아 놀라 더크게 으앙..^^ 아직도 생생한 늦은 봄날의 기억입니다. 유월을 코앞에 둔 오늘... 기적소리에 노오랗게 젖을 게운 애기똥풀꽃과 사래들려 하얗게 쏟아내는 아카시아가 보고싶네요.
늦은 봄날, 오월의 마지막 날 오후 동화처럼 맑고 순수한 시 한편 제대로 읽고 갑니다.
이제는 봄날이라기보다 여름이라 해도 될 날씨지요. 오늘이 가면 봄이라는 말도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아 올려봤어요. 어느 게시판의 이옥경님 글처럼 경춘선 열차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청춘시절의 낭만을 실어 나르던 추억의 열차이지요. 한민님도 그런 인연으로 아내분과 맺어지셨군요. 멋있는 그 사연이 듣고 싶은걸요. 나른한 봄 한나절 낮잠이라도 자다 깨면 더욱 적막하지요. 어른들 계시지 않던 유년의 그 집은 더욱 적막하고 고요했던 것 같지요. 이옥경님 울음소리가 더욱 커 놀라는 정경이 떠오르네요. 김시인님, 동화처럼 순수하게 봐주셨다니 감사해요. 늘 과분한 평으로 몸둘바를 모르게 하시네요. 애기똥풀이 정말 젖을 게울까요? 아마 그럴걸요. 못 믿으시겠다면 다음에 확인을 해보세요, 주몽의 활님. 사래 들린 아카시나무가 하얗게 토해놓은 밥알은 이미 바람이 거둬갔나 봐요. 갑자기 오징어가 생각나네요. ㅎㅎ
우리 오징어 한 축 사서 불에 구워 씹어가며 밤새 얘기할까요? 에그.. 온라인상이라 상상만 해야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김정흠님이 아기아빠고 주몽의 활님이 총각이실 것 같은 느낌.. 그러나 김정흠님은 아직 미혼이시죠? 맞나요? 어쩌면 인생강의를 그리 잘 하시는지.. 부러워요. 까치발 들고 문밖을 두리번거리는 포아풀.. 괜찮은 발상이네요. 아기가 젖을 게울 때 그 노란 젖이 올칵 올라와 보기에도 안쓰럽지요. 그러고 보니 아가를 키우던 때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네요. 김정흠님, 주몽의 활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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