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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3
에피소드로 들어서자 눈에 띄는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마주앉은 그녀는 놀랍게도 미선이라는 아가씨였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인사에 당황한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미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면서 유미보다 한 살이 많은 아가씨였는데 농염한 마스크에 팔등신의 미인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유미가 미선 언니로 인하여 늦어지고 어쩌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맘에 안 드세요? 오늘 저는 단단히 작정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목이 막혔다. 물을 마시면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도도하게 웃고 있었다.
“제가 유미랑 사귀는 거 아시잖아요?”
“그게 뭐 그리 중요해요? 결혼한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그게 저...”
“오늘 저랑 나이트 갑시다.”
“예?”
“진하게 한번 놀아 보자구요.”
“오늘 약속이 있어서 안돼요.”
“참! 약속이 있다고 하셨죠. 그럼 다음 주에는 어때요?”
“그땐 시간이 있어요. 식사 시키시죠.”
“사주시는 거예요?”
“당연히 남자가 사야죠.”
“유미가 알면 섭섭해 하겠죠?”
“그럴 거예요.”
“섭섭할 줄 알면서 그러고 앉아서 밥 사주고 나이트가는 약속을 해?!”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유미의 목소리로 변했다.
그녀의 시선이 나의 머리꼭지 위로 향했다.
‘맙소사!’
어느 새 등 뒤에 유미가 서있었다.
“유미야 어떡하니, 나 혼자가 아니라서 덜 섭섭하다. 얘.”
구석방 쪽에서 진희가 불그레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상황이 짐작이 갔다.
‘그렇다면 종철이도.’
예상대로 종철은 진희가 나온 방에서 풀이 죽어 앉아있었다.
‘완전히 낚였군. 그러나...’
다섯 명이 둘러앉은 장면은 가관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영화를 관람하는 표정의 미선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유미
저승길에 같이갈 동지 만난 것으로나마 위로하는 진희
이쑤시개로 빠따치면 바로 뻗어 버릴 것 같은 종철.
어느새 유미는 이미 많이 마셔버린 진희와 술의 양을 조절하고 있었다.
'야구는 구회말 투아웃부터 낚시는 마지막 대어을 낚을 때까지 승부가 난 게 아니다.
물론 티켓은 날려버리자. 어차피 예매가 아니라 예약이니까.'
나는 재밌어 죽겠다는 미선의 얼굴을 애써 무시하고 유미를 향하여 포문을 열었다.
“정말 다행이다. 이게 게임이라서.”
유미가 입을 쭈뼛거리며 미선에게 지폐를 건네며 시비를 걸었다.
“게임이라서 다행이라고? 그걸 변명이라고 해?”
미선은 의외의 반격에 잠시동안 머뭇거리더니 이내 지갑을 닫으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어제 종철이와 술 한 잔 하면서 오늘 일에 대해서 고민을 얘기했어.”
늘어진 종철의 어깨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종철이는 나의 능력을 믿으니까.
“종철이 먼저 얘기 하더군. 전화 온 아가씨의 얘긴데 나랑 장소와 시간도 비슷한 거야. 그래서 몇 가지 추측을 했어. 목소리를 예측하니까 미선씨 목소리라고 결론을 내리고 30분 간격의 시간 인터벌은 둘 중에 하나는 건지려는 생각이라고 판단했지. 게임인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 그리고 미선씨가 사실 옷차림도 조금 야하고 노출이 심하잖아. 그래도 우리 유미랑 친하니까 자존심 안 상하게 얘기 잘해서 돌려보내기로 했어. 그래서 한 시간 전에 종철에게 전화했지. 전화 받고 급한 일 있다고 나오는 게 설정이었거든. 전화를 안 받길래 잘 말해서 돌려보내려고 온 거야. 종철이가 도저히 자기 입으로는 말 못하겠다고 어제 얘기했었어. 그리고 유미 니가 올 줄 알았으면 오지도 않았지. 그리고 내가 미선씨 만난 건 없었던 걸로 해서 너랑도 관계가 소원치 않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생각도 많이하고 애를 쓴 거지.”
진희가 흰자위를 크게 돌출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종철씨! 아까는 왜 말 그렇게 말 안했어?”
종철은 창의력은 떨어지나 모방력은 최고다.
“사실 미선씨가 앞에 있어서 말을 안 한 것 뿐야. 그냥 돈 좀 잃는 게 낫지 사람 기죽일 이유는 없잖아. 성훈이 제일 걱정한 건 미선씨와 유미씨의 관계였어.”
“그럼,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야. 정말로 성훈씨?”
“그렇다니까. 저 자식이 전화만 받았어도 이런 일이 없지. 왜 전화를 안받았어?”
“진희가 혼자 당하는 게 억울하다고 전화기를 뺏었지.”
“아까 가게에서 종철이 먼저 출발할 때 쟤네 어머니께서 물으셨어, 둘이 다른 델 가냐구.”
얼굴이 굳어진 미선이 몸을 고쳐 세우고 앉아서 가방을 무릎 위로 올리며 말했다.
“어쨌든 게임은 게임이야. 분명 종철씨와 성훈씨는 밥을 사겠다고 했으니까. 단 둘이. 돈을 돌려줄 수 없어.”
순간적인 정적이 흘렀다.
유미와 진희는 미선의 얼굴을 바라본 후 얼굴이 마주쳤다.
그리고 다시 미선을 향하여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너! 가져!”
종철이 테이블 아래에서 발을 지그시 밟았다.
우리는 눈빛을 교환하며 속으로 이구동성 했다.
‘예쓰! 낚았다.’
여자는 거짓말이든 진실이든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믿고 싶어하는 법이지.
댓글 4개
가끔 초등학교 앞에서 설탕을 풀어 소다로 부풀린 불량식품이 떠오르곤 합니다. 모처럼 행사날 야시장에서 그런 장사치가 보이면 아이들에게 비행기를 만들어보라고 해놓고 맛은 제가 신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글을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사실을 근거로 소설을 쓰신건지...? 그렇치 않다면 대단하시네요^^* 한민님 그것 띠기라고 하던데 불량식품... 저도 초등학교때 많이 먹어봤는데...^&^;;;;;;;;;;; 그때는 왜이리 맛있던지,,, 글 잘읽고 갑니다. 항상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호기심을 소다를 넣은 그것처럼 잔뜩 부풀려 놓으시고 한민님은 나름대로 그 즐거움을 누리셨군요. 어렸을 적 한 번 쯤 경험한 그 재미, 그것처럼 맛있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경상도에서는 하찌라고 합니다.^^ 순전히 스치고 지나간 말을 상상으로 엮은 글입니다. 항상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하는 말이 뭔지 아시죠. 요즘 젊은 것들은 그저... 그런 말을 들었던 시절이 다들 계실겁니다. 그런 말을 이제 쓰려니 쑥스럽네요. 요즘 젊은이들은 일대일 대응이 아니라 다대다 대응이라네요. 그래서인지 종철과 성훈은 순수한 경우에 속한답니다. 유미의 설정에서 좀 파격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사색의향기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차라리 약간 맛이 떨어지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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