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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별2

한민 2007. 06. 11. 오후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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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이 제대하고 복학할 무렵 우리 과는 때 아닌 입사시험바람, 공무원시험바람이 강의실과 도서관 분위기를 휘어잡았고 제법 학교의 위상과 더불어 우리 과의 위상도 높아져 있었다.


  교육대학원을 이수한 나는 운 좋게도 마지막 RNTC 교육을 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교육대학원을 수료하면 교원자격증을 발급받기가 용이했다. 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RNTC 교육을 받으면 현역복무를 하지 않고 5년간 의무적으로 교사직을 수행해야했다. 동래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고 발령대기 중인 어느 날이었다.

  

  놀랍게도 진선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포동으로 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서 이목이 있으니 부산극장 앞에서 바로 만나자고 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졸업하자마자 법대 수석짜리와 깨지고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그녀는 한층 성숙한 여인이 되어있었다.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다니. 가슴이 떨리고 머리가 복잡해서 액션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그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영화를 건성으로 본 후 우리는(최소한 나는) ‘그때 그 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법대 수석짜리에게 차이고 난 후 삶의 의미를 잊어버렸다고 했다. 그녀는 새로운 종착역을 향하여 갈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렇게 많은 날 수 가 필요한지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바라는 새로운 종착역의 정거장일 일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총사의 관계가 너무 끈끈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와도 자신의 심정을 피력하기 힘들었다면서 나만큼은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나는 그녀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빛이 무척이나 좋았던 그날 밤, 밤새워 달빛은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불 꺼진 방을 환하게 비추었고 날이 새도록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을 했다.

  다음 날 새벽에 혼자 남은 여관방 머리맡에는 메모가 한 장 달랑 남아있었다.

  ‘영원한 비밀, 영원한 추억.’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이기적인 해방감이 밀려왔다.

  그 후 그녀의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불현듯 연락이 온 것이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수첩을 꺼내들었다.

  수첩 안에서 어제 저녁 낡은 시집 사이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누렇게 뜬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영화의 한장면을 장식할 소품처럼 매력 있고 짧은 그녀의 글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풋사과와도 같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들어왔다.

  아! 세월은 정녕 정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말없이 그녀와 가벼운 포옹을 했다.
                                                                                                          to be continued

댓글 2개

포아풀 2007. 06. 12. 오전 10:13

흥미를 유발한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셈이죠? 다음을 기대할게요, 한민님.

한민 2007. 06. 12. 오후 09:09

포아풀님 괜히 긴장되는군요. 부끄러운 마음으로 마지막편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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