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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별3

한민 2007. 06. 12. 오후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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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한잔으로 가벼운 대화를 하던 그녀와 나는 급한 볼 일이 있는 것처럼 서둘러 식사를 하고 반주로 소주를 마셨다.

 

  반주라고 하지만 세 병을 다 비울 무렵이 되자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술을 깨기 위하여 노래방에 가자고 했더니 그녀는 흔쾌히 응했다.

  한 시간 동안 밀폐된 곳에서의 두 남녀는 대담한 동작을 반복했고 몸을 떨었다.


  대리운전을 부르고 차키를 건네준 그녀는 나를 뒷좌석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법원 앞 서라벌 호텔로 가자고 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녀는 오히려 나의 손을 잡고 안심하라는 눈빛이었다.

 

  객실로 황급히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둘러 옷을 벗고 있었다.

  세월은 그녀만 비켜갔나보다.
  그녀의 몸매는 환상 그 자체였다.


  그녀는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먼저 씻으라며 욕실 문을 열어주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다.’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만끽하며 욕실로 들어서서 샤워를 대충하고 막 욕실 문을 열고 나설 때였다.

  취기가 있는데다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욕실 턱에 걸려 그만 앞으로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머리 위로 별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망신이...’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화면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서서히 그녀의 모습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여보, 괜찮아요?”

  ‘엥, 여보라니!’

  “아빠, 조시는 게 예술이다.”

  ‘엥, 이번엔 무슨 아빠!’

  정신을 차리고 내가 살고있는 덕천동 주공 아파트 거실이었다.

  “아빠, 엄마가 진짜 옛날에는 그렇게 예뻣어?”

  “말마라, 지금 공장하시는 삼총사라는 친구 분들 알지.”

  “집에만 오시면 서로 엄마 애인이었다고 하시는 분들?”

  “그 양반들이 우리 결혼할 때 얼마나 요란을 떨었는지.”

  “왜?”

  “너 가지고 결혼했거든, 그래서 반칙이라고, 네 아빠가 치사하다고, 호호호, 그 때 식장이 온통 웃음바다였어.”

  “그런데 엄마 요즘 조금 신경 쓰셔야 겠는데.”

  “내가 어때서 아직도 어디가면.”

  “아줌마지 뭐. 거참, 좋았는데.”

  “꿈 꿨어요?”

  “몰라! 에이, 아까워.”

  “아빠, 이제 아빠가 글 쓰실 차례예요.”

  “뭐라고 쓰지? 우리 마누라 이름을 바꾸든지, 이름에 어울리게 살을 빼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쓸까?”

  “어머, 이 양반이, 어젯밤에도 마흔 넘었어도 내가 최고라고 해놓고선.”

  “아빠, 진짜야? 엄마한테 진짜 그랬어?”

  “말로야 달을 못 가나. 꾸미라는 얘기를 대 놓고 어떻게 해. 보나마나 돈 타령을 할텐데.”

  \"꾸미라는 얘기는 그럼 꿈이라는 얘기네요. 아빠!\"

  \"짜식, 말장난은 꿈에서는 좋았는데. 당신 가슴이 처져서 아랫배가 된 거지?\"
  마누라는 나를 넘겨트리고 내 가슴을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영희는 폰카로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렸다.

  나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였다.


  달 밝은 밤에 만들어진 하나뿐인 딸 영희는 학교 숙제로 우리 가족신문을 만들고 있었다.

  꿈속의 진선미는 순간이동으로 세월의 상징인 배둘레헴을 과시하며 나를 압사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정거장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종착역이 되길 원했고 불혹이 되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어느덧 불혹을 넘기면서까지 함께 살고 있다.


  
스스럼없이 허물없는 친구처럼 지내는 우리는 이제 인생의 별책부록을 즐기고 있다.                  <끝>


댓글 5개

포아풀 2007. 06. 12. 오후 10:07

별책부록과 별책불혹.. 정말 소리가 같네요. 지나온 과정이 아무리 좋다한들 지금 읽는 부록의 인생만큼 재미있으려구요. 그러고 보니 덤으로 얻은 부록 같은 인생도 꽤 근사하다는 생각이네요. 행복하게 별책불혹의 인생을 즐기시길 바래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은비녀 2007. 06. 13. 오전 12:06

소주 세병 준비하면 이렇게 별책부록이 재미있어 지는 것을요...ㅎㅎ 자주 웃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이옥경 2007. 06. 13. 오전 12:19

행복이 뭐 별건가요. 이렇게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살면서 옛추억을 안주삼아 취하여도 보고 이루지 못한 꿈...꿈속에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안할 것 같았던 삶의 주책도 가끔은 어리광쯤으로 부려 보기도 하고... 살아가는데 뭐 정석이 따로 있나요. 내가 만들고 꾸미고 누리면 그게 바로 별책부록이겠죠. ㅎㅎ...그렇다면 별책부록이 많아질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일까^^

최인구 2007. 06. 13. 오전 11:41

부산은 저에게도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옛사랑과 장어구이에 소주 세 병 마신적이 있답니다. 한민님! 잘 읽고 갑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한민 2007. 06. 13. 오후 04:09

허구와 현실은 종이 반장 차이라고나 할까요. 가끔 펼치는 상상의 나래는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영역이나 행위에 대한 대리만족을 주더군요. 함께 나누게 되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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