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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박종영 2007. 06. 14. 오후 08:39
4049
박종영 2007. 06. 14. 오후 08:39
4049
신호등
- 박종영
파란 눈을 뜨면
속도의 행운을 굴리며 지나가는
자동차의 물결과 다시 멈추면
미끈하게 횡단하는 아름다운 발걸음들
어느 때 조급한 시간의 간격을 좁히며
붉은 눈을 부릅뜨면
정지하는 바퀴의 제동은
혼자의 힘으로 동반도 없이 미끄러진다
높이 매달아 한사코 묶임의 눈으로
깨어있는 눈빛은 잦은 비바람이 앗아가고
번갈아 가며 벌어지는 길 위의 애환이
무거운 이별을 슬프게 밀어낸다
간혹 질주의 쾌락이 두 동강 났을 때
무너지는 내 신호의 잘못은
속도의 굉음을 제어하지 못한
절대의 의무가 외면당했던 것
귀한 생명이 회한의 눈물을 감추어도
그토록 견고한 눈에선 함께 슬퍼하는
눈물이 흐르고 길 위에는 다시는 못 올
생으로 사라진 이름들이 수북이 쌓여 나뒹굴고
지상의 열기로 가득한 땅 위에 가만히 귀를 댄다
숨 가쁘게 들리는 소리
그건 속도의 쾌락을 몰래 숨기고
바람처럼 빠른 질주로 덧칠한 수많은
생명의 바퀴 소리
댓글 1개
포아풀
2007. 06. 15. 오전 10:17
썰물처럼 쓸려가고 밀물처럼 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신호등의 하루. 스쳐 지나기 쉬운 사물을 눈여겨보는 시인님의 안목을 높이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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