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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한민 2007. 07. 03. 오후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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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이가 쉬야를 했나보다.

  등이 따뜻하다.

  명절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오늘 따라 시장에 사람이 많다.

 

  아침도 못 먹고 일 나간 아름이 아빠가 걱정됐다.

  ‘미친 년, 걱정도 팔자야. 지가 늦게 까지 술 처먹고 들어와서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상 차려놔도 마다하고 간 거지. 못 먹긴 뭘 못 먹어.’

  매일 술 먹고 늦는 인간에게 하마터면 쓸데없는 걱정을 할 뻔 했다.


  “짐이오.” 

  리어카에 배추를 잔뜩 실고 좁은 장바닥을 용감하게 누비는 중늙은이.

  “골라, 골라”를 외치는 멀대 같이 생긴 사내.

  한눈에 봐도 무척 비싸 보이는 필라 잠바 입고 김 굽는 아줌마.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얄궂은 채소류를 소꿉놀이 하듯 늘어놓고 담배 피는 할머니.

  참으로 시장 바닥은 오만가지 인간들이 모여 산다.


  적당히 장을 보고 시장 입구로 나서자 꿀 호떡 냄새가 코를 찔렀다.

  ‘3개 천원’

  ‘와, 비싸다.’

  화났을 때 새벽 침실에서 신랑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보다 더 어렵사리 ‘향의 장막’을 뚫고 막 진격하려는 찰나,

  “아지매, 두개 오백원.”

  정녕 호떡 장수는 신이라고 할 밖에.

  자동으로 발걸음은 유턴을 하고 헤벌레 벌어진 입에서는 벌써 군침이 고이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돈을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는 장면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나 가끔 볼 수 있었던 기막힌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름이가 호떡을 먹을 나이가 되면 조금 덜 아까울 텐데.

  호떡은 그야말로 꿀이었다.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호떡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설 때였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성질, 학교 다닐 때 공부시간에 그랬으면 오늘 이 모양 이 꼴은 아닐텐데!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아이들은 동전으로 뭔가를 긁고 있었다.

  빼꼼히 들여다보니 즉석복권이었다.

  말로만 듣던 즉석복권.

  “얘들아, 그 거 정말 걸리기도 하니?”

  “그럼요, 얘가 지난주에 50만원 걸렸잖아요.”

  “정말이야?”


  한참을 긁고 있던 그 아이는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며 일초 간 입술을 양쪽으로 길게 늘이며 피식 웃다가 이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줌마, 괜히 말 시켜 가지고 재수 다 날아갔잖아요.”


  당돌한 그 녀석은 아이들을 몰고 일어서서 가버렸다.

                                                                                                    to be continued

댓글 2개

한민 2007. 07. 03. 오후 03:50

작은 형수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며 보았습니다.

이옥경 2007. 07. 03. 오후 10:18

어쩐지 여자의 일상과 심리를 너무 잘안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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