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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따옹이

이태훈 2007. 06. 29. 오후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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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옹아.

나는 수업을 마치고 가게로 오자마자 따옹이를 찾았다.

\"아빠,따옹이는 왜 따옹따옹 울어요?\"

\"글쎄.혀가 짧은 것 같은데.어쨌든 따옹따옹하고 우는 고양이는 아빠도 처음인 걸?\"

\"아이들한테 따옹따옹 우는 고양이가 있다고 해도 안 믿어요.\"

\"데려 와서 보여 주면 되잖아.\"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방해 되잖아요.\"

\"아니,괜찮다.아빠는 언제나 대 환영이다.\"

\"예.\"

나는 힘 없이 대답했다.학교 아이들은 나랑 친구 하는 것을 싫어했다.특히 몇몇 아이들은 나보고 병신 아빠에 병신 자식이라며 노골적으로 놀렸다.아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언젠가 학교에서 부모님 초청 발표회가 있었다.나는 안내문을 아빠에게 보여 주지도 않고 처박아 두었는데,아빠가 그걸 보았는지 혼자 휠체어를 밀고 학교로 왔다.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아빠는 행사가 다 끝나고도 한참 뒤인 학교 수업이 마칠 즈음에야 겨우 도착했다.그런데 학교 정문에 있던 관리 아저씨가 잡상인인 줄 알고 큰 소리를 내며 아빠에게 학교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마침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교문 쪽으로 몰려갔고,아빠는 동물원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아빠는 그 뒤로 학교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태형아,간식으로 라면 먹을까?\"

아빠가 불쑥 라면 타령을 했다.그 소리를 들으니 배에서 꼬르륵 신호를 보내 왔다.

\"우리 아들이 끓여 주는 라면을 먹고 싶은데?\"

\"피,나는 아빠가 끓여 주는 라면이 더 맛있더라.\"

나는 입을 비쭉 내밀었다.아빠는 내가 끓여 주는 라면이 더 맛있다고 했다.라면은 따옹이도 잘 먹는다.그런데 요즘 따옹이 얼굴이 말이 아니다.라면 하나를 더 끓여 따옹이와 같이 먹어야겠다.

\"가지고 싶지?\"

\"아, 아니.\"

내 짝 문수가 놀리듯 물었다.햄버거를 먹고 온 날이면 꼭 가게서 받은 장난감을 내 앞에 내밀었다.장난감은 빨간 막대에 노란 쇠구슬이 매달려,손놀림에 따라 위아래로 왔다갔다 했다.나는 안 보려고 했지만 저절로 장난감에 눈이 갔다.

\"병신 자식.\" 문수가 비웃었다.나는 못 들은 척했다.

\"아,아빠 가게에 가보지 않을래?\"

문수에게 말을 할라치면 나는 언제나 말을 더듬었다.

\"거기 가면 뭐 있는데?\"

\"저,전에 말했잖아.고,고양이 있다고.\"

\"고양이는 다른 집에도 많아.\"

\"따,따옹이는 다,달라.우는 소리가, 다,다르게 난다고.\"

문수가 피식 웃었다.

\"너,너도 보면 조,좋아할 거야.\"

문수는 주먹을 쥐어 보였다.아니면 죽을 줄 알아! 하는 협박이다.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문수는 오늘 하루만 가 주겠다고 했다.드디어 아빠한테 친구를 데려가게 되었다.기뻐하실 아빠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친구 왔어요.\" 나는 가게문을 열며 소리쳤다.

\"친구라고?\" 아빠는 보던 신문을 떨어뜨릴 뻔했다.

\"안녕하세요?\" 문수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이내 '이게 그 고양이야?'하고 눈짓으로 물었다.문수는 아빠가 부담스러운 듯 이내 가게 밖으로 나갔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빠 다리를 슬쩍 훔쳐 보는 것도 같았다.따옹이는 문수를 한 눈에 사로 잡았다.까무잡잡한 몸매에 군데군데 흰 털이 섞인 따옹이는 꼭 귀족 고양이처럼 보였다.따옹이가 문수 가슴에 뛰어 들자 문수는 귀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정말 멋지다.\"

문수가 따옹이 배를 간지럽혔다.따옹이는 발랑 뒤집어져 같이 놀았다.

\"그런데 왜 따옹따옹 우냐?\"

\"혀,혀가 짧아서 그런 거래.\"

\"뭐? 혀가 짧다고? 그럼 이 고양이도 병신이야?\"

문수가 벌떡 일어섰다.얼굴엔 빈정거림이 가득했다.나는 주먹을 쥐고 파르르 떨었다.

\"벼,병신이 아니라,그냥 그,그렇게 우는 거야.\"

내 얼굴은 곧 터지려는 풍선처럼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그게 병신이지.뭐.어이,병신 고양이,이리 와 봐.\"

문수는 따옹이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무,문수야,그,그러지 마.\"

문수는 못 들은 척 따옹이를 툭툭 건드리며 계속 괴롭혔다.따옹이가 내게로 도망쳐 왔다.그러자 문수는 재미없다며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아이들이 나를 보며 킥킥 웃었다.문수가 따옹이 이야기를 퍼뜨린 것이다.아이들이 '병신 아빠에 병신 고양이'라며 놀려댔다.얼굴이 발개졌다.문수가 미웠다.수업을 마치고 가게로 온 나는 \"야,넌 왜 따옹따옹 우냐.병신같이.\" 하며 따옹이를 땅바닥으로 팽개쳤다.나는 바깥으로 뛰어나갔다.골목 끝에 있는 좁은 틈새로 갔다.따옹이와 나만 아는 비밀 장소이다.지린내가 나는 그 곳에 들어가 숨죽여 울었다.나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따옹이가 내 품에서 애처롭게 따옹따옹 울고 있었다.어느새 한밤중이었다.태형아! 아빠가 힘겹게 휠체어를 밀며 왔다.얼굴이 온통 땀에 젖어 있다.나는 아빠와 따옹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아빠 휠체어를 밀었다.

\"아빠,별이 참 아름다워요.\"

\"따옹.\"

아빠 대신 따옹이가 대답을 했다.

\"하하.따옹이가 새끼를 배더니 눈치가 빨라졌구나.우리 말도 다 알아 듣고.\"

\"새끼 가졌다구요?\"

나는 너무 기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따옹이는 정말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 들어요.진짜로요.\"

나는 흥분한 채로 아빠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따옹이가 새끼 낳으면,새끼들한테 한글도 가르치겠네?\"

아빠가 기분 좋게 너스레를 떨었다.밤바람이 시원했다.나는 새끼 가진 것도 모르고 따옹이를 던진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며칠이 지났다.

\"태형아.오늘 방송국에서 촬영 나온단다.학교 마치면 바로 오너라.\"

\"방송국이라구요?\"

\"뭐라더라? 신기한 세상인가 하는 프로그램인데,따옹이를 찍으러 온대.\"

나는 신이 났다.수업시간 내내 따옹이 생각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좋은 일이 있나 본대?\"

문수가 비꼬듯이 물었다.

\"으응,오,오늘 방송국에서 따,따옹이 찍으러 와.\"

\"따옹이를 왜?\"

\"시,신기한 세상이라는 프,프로그램에서 따,따옹이가 신기하게 운다고,테,텔레비전에 소개한대.\"

\"뭐? 병신 따옹이를 소개한다고? 야,이제 따옹이가 전국적으로 망신 타게 생겼구나.\"

문수가 호들갑스럽게 소리쳤다. 아이들이 몰려 들었다.나는 문수를 노려 보았다.문수는 도망가면서 '병신 고양이,병신 고양이'하며 놀려 대었다.문수 말이 머리 속에서 춤을 추며 맴돌았다.방송이 나가면 따옹이가 망신만 당할 것 같았다.나쁜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불안한 마음에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방송국에서 오기 전에 따옹이를 숨겨야 했다.나는 서둘러 가게로 왔다.나는 따옹이를 데리고 둘만의 비밀장소로 갔다.

\"따옹아.여기에서 꼼짝 말고 있어야 해.울어도 안 돼.알았지?\"

나는 신문지를 주워 입구를 막았다.가게로 돌아오니 어느새 방송국 사람들이 장비를 내리고 있었다.그런데 그 뒤에 문수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서 있었다.

\"어,어쩐 일이야?\"

나는 문수가 따라온 게 내심 불쾌하고 불안했다.

\"전국적인 병신 고양이를 촬영한다는데 내가 안 와 볼 수가 없지.걸어 오는데 방송국 차가 네 아빠 가게를 묻길래 차를 얻어 타고 왔지.\"

문수는 어깨를 슬쩍 들어 올리며 빙글빙글 웃었다.문수 속셈은 뻔했다.따옹이 찍는 것을 보고 내일 학교에 가서 또 나쁜 소문을 내려는 것이다.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아빠가 나를 불렀다.방송국 아저씨들이 아빠를 촬영하고 있었다.

\"태형아.따옹이 어딨니?\"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울상이 되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니?\"

아빠가 나를 쳐다 보았다.

\"따옹이 찍지 마.따옹이는 병신 고양이가 아니란 말이야.\"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문수는 멋적은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아빠는 영문을 모르는 방송국 아저씨에게,내가 고양이 때문에 놀림 받고 있다며 사정을 얘기했다.아저씨들이 나를 달랬다.나는 따옹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시계를 들여다보던 아저씨가 문수에게 다가갔다.

\"혹시 따옹이 찾을 수 있니?\"

\"예.제가 알아요.\"

문수가 대뜸 큰소리로 말했다.

\"그럼 너희들이 찾아 줄래? 시간이 너무 없어서 말야.\"

문수가 걱정 말라며 큰소리를 쳤다.아이들이 흩어져 따옹이를 찾기 시작했다.아이들이 금방 찾아낼 것만 같아 불안해졌다.따옹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벌떡 일어나 따옹이를 숨겨 놓은 곳으로 달려갔다.골목 틈새에 다다랐을 무렵,언제 따라 왔는지 문수가 불쑥 튀어 나왔다.

\"네가 숨겼지! 어디 있어?\"

\"모,몰라.네가 왜 사,상관이야?\"

그 때였다.내 목소리를 들은 따옹이가 골목으로 뛰쳐 나왔다.따옹이는 곧장 내 품으로 뛰어 들었다.문수도 따옹이를 잡으려고 내 쪽으로 달려 들었다.나는 따옹이를 안으며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돌렸다.문수는 어,어,하며 그대로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

문수가 비명을 질렀다.바지가 찢어지고 피가 몽글몽글 배어 나왔다.문수는 일어나려다 다시 푹 주저 앉았다.문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냈다.방송국 아저씨들이 장비를 들고 뛰어 왔다.아이들도 뛰어 왔다.아이들이 문수를 업고 가게로 갔다.아저씨들은 시간이 없으니 여기서 촬영을 하자며 장비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따옹이는 내 동생이에요.병신 고양이 아니에요.\"

나는 따옹이를 보듬은 채 말했다.

\"그럼,따옹이는 멋진 고양이야.아무도 흉 보지 않는단다.\"

아저씨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아이들이 아빠 휠체어를 밀며 촬영장소로 왔다.휠체어에는 아빠가 아니라 다친 문수가 타고 있었다.'네 아빠가 타라고 해서.' 문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가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부끄러운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문수는 휠체어에 앉아서 촬영하는 걸 지켜 보았다.

드디어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간이 돌아 왔다.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내 동생 따옹이. 커다란 제목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곧 우리 가게가 나오고 아빠가 휠체어에 앉아 따옹이에 대한 설명을 했다. 아빠가 멋져 보였다.화면은 내가 따옹이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카메라가 따옹이 얼굴을 크게 잡았다.따옹이가 따옹따옹 울었다.사회자가 시민들 반응을 알아본다며 마이크를 시민들에게 돌렸다.

\"너무 귀엽고 신기해요.우리 집에서 키우고 싶어요.\" 머리를 찰랑거리며 예쁜 누나가 이야기했다.

\"우리 고양이와 결혼시키고 싶네요. 정말 멋진 고양이가 태어날 거예요.\" 사과 상자를 옮기던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말했다.

\"러시아 왕족 출신 고양이처럼 보입니다.귀랑 눈이 많이 닮았어요.\" 대학 교수님이 두꺼운 안경 너머로 얘기했다.

나는 멍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보았다. 아무도 병신 고양이라고 놀리거나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아빠가 휠체어를 밀며 내 옆으로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나는 살며시 따옹이를 끌어 안았다.

다음날 수업을 마친 반 아이들이 몽땅 가게로 몰려 왔다.모두들 따옹이를 보고 싶다고 야단법석을 피웠다.언제 놀렸는지 기억에도 없는 듯했다.아빠를 보고서도 허리를 굽혀 크게 인사를 했다.사인을 받는 아이도 있었다.아빠는 과자를 하나씩 안겨 주었다.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따옹이를 데리고 한참을 놀았다.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따옹이도 피곤한지 계속해서 하품을 했다.나는 따옹이를 안고 일어섰다.그 때였다.

\"태,태형아.\"

문수가 미끄럼틀 뒤에서 나타났다.

\"어? 너,너도 왔었니?\"

문수는 한참을 그냥 우물쭈물 서 있었다.나도 어정쩡하게 그냥 서 있었다.

\"태,태형아.이거.\"

뜬금 없이 문수가 사과를 내밀었다. 주머니 속에 오래 있었는지 사과가 반질반질했다.

\"그 동안 놀린 거 사과한다는 뜻이야.\"

문수가 피식 웃었다.나도 피식 웃었다.사과를 크게 한 입 베어 먹었다.사과즙이 입 옆으로 흘러 내렸다.나는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문수에게 사과를 내밀었다.문수도 입을 크게 벌려 사과를 베어 먹었다.사과 양쪽에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야,멋진데.우리 이 사과,기념으로 남겨 놓을까?\"

\"조,좋아.우,우정의 표시야.\"

내가 사과를 다시 받으려는 순간이었다.따옹이가 덥석 사과를 물더니 내 품에서 뛰어 내렸다.

\"안 돼.따옹아.그거 기념품이야.\"

우리는 즐겁게 따옹이를 뒤쫓기 시작했다.

댓글 2개

이옥경 2007. 06. 30. 오전 09:48

조금의 남다름은 놀림을 당한다거나 결코 따돌림을 당해야 되는 것이 아닌데... 우리 어른들도 문수처럼 생각을 바꾸어 조금의 불편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네요.

포아풀 2007. 06. 30. 오전 10:28

어렸을 적 동네에 다리를 저는 아저씨가 계셨지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다반사였어요. 그런데 저도 제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거기에 동참을 했다는 것이지요. 아저씨를 놀리고 아저씨가 화난 얼굴로 쫓아오면 아이들은 그걸 놀이처럼 즐기곤 했습니다. 좀 더 생각이 깊은 아이였더라면... 군중심리라는 것, 본이의 의도는 아니어도 남이 하니까 나도 그러는 식의 행동이 아마 아이들 눈과 마음에는 있는 것 같아요. 어른도 마찬가지겠지요. 분명 내 감정, 내 마음, 내 시각이 다른 것을 남이 그런다고 따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먼 시절을 되돌아 보는 따듯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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