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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긁으면 되는구나. 간단하네.’
금액을 보니 오백원 이었다.
마침 동전도 오백원 있었다는 것은 어떤 막연한 기운이 피해갈 수 없는 우연을 부르는 징조라는 필이 대뇌를 스쳐지나가면서 가슴에 강렬하게 꽂혀왔다.
모퉁이 슈퍼로 들어가서 즉석복권을 한 장 사들었다.
사장은 안하던 짓을 한다는 표정이다.
혹시 아까 당돌하게 나를 면박 주던 그놈이 사장의 숨겨 논 아들이 아닐까?
어찌 게슴츠레한 얼굴표정이 많이 닮았다.
자랑스럽게 계산대 위에 오백원을 두고 나왔다.
뒤꼭지가 조금 간지러웠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러운 집안 청소는 항상 그렇듯이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가스레인지 위에 찌개냄비를 올렸다.
아름이를 아기 침대 위에 눕히고 복권을 꺼내들었다.
슈퍼에서 나와서 지금 이 순간 까지 괜히 행복한 기분이다.
계속 유지할까, 말까를 고민했다.
그것을 고민하는 그 순간도 행복하니까 계속 고민해버려?
하지만 나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 중 제일의 덕목은 궁금증이었다.
부엌으로 가서 가스 불을 켜고 숟가락을 들고 다시 방으로 왔다.
아름이 기저귀 갈 때 엉덩이 만지듯 조심스럽게 숟가락으로 복권을 밀기 시작했다.
서서히 드러나는 글귀.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다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소변이 마려운 건지 아랫배가 알싸해오기 시작했다.
‘오백만원!’
서랍에서 비상금을 꺼내들었다.
복권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단단히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만 들면 성질이 급해서 있는 거 없는 거 다 말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주택은행으로 가주세요.”
기사 아저씨가 백미러로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얼굴이 험악하고 눈빛도 하도 예리해서 내릴까말까 고민하다가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여차하면 뛰어내릴 수 있도록 문 쪽으로 착 달라붙었다.
불과 삼사분이 지나서 택시는 주택은행 앞에 무사히 당도했다.
'주택은행이 이렇게 가까웠나?'
\"아저씨 잔돈은 됐어요.\"
기본요금을 내면서 거스름 돈을 안받기는 처음이었다.
'까짓거, 이백원 그거 뭣이라고.'
주변을 살피며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세주 같은 청원경찰이 서 있었다.
“아저씨, 복권이 당첨 됐어요. 절 좀 보호해 주세요. 오백만원이에요.”
“어디 봅시다.”
바지 주머니에서 구겨진 복권을 꺼내서 청원경찰에게 건네주었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한마디 씩 했다.
“어쩜, 좋겠다.”
“와, 좋으시겠어요. 아주머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여기 저기 썩은 미소로 꾸벅거리며 인사하는 통에 빗질도 하지 않은 머리가 자꾸 내려가서 귀 뒤로 잡아 올린다고 진땀이 났다.
‘내게도 이런 행운이 오긴 오는구나. 호호, 뭐부터 하지?’
청원경찰은 자기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들어 직접 복권을 긁고 있었다.
아무리 깨끗하게 긁어도 오백만원이 바뀔순 없었다.
삼사초간의 정적이 서너시간처럼 느껴졌다.
청원경찰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쳐다보는 눈빛이 복잡한 심경을 담고 있는 듯 했다.
‘혹시, 다른 마음을 품을지도... 주변에 이렇게 증인들이 많으니 괜찮겠지.’
“아주머니, 꽝이네요. 밑에 안 긁었네요. 밑의 그림이 똑같은 게 세 개 나와야 당첨금을 드리거든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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