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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완

한민 2007. 07. 03. 오후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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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톤의 해머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장날 뻥튀기는 소리는 이에 비하면 모기 소리에 불과했다.


  주변의 부러운 눈들은 한바탕 박장대소 하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축 처진 어깨로 은행 문을 나서는데 참고 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은 머릿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털레털레 집으로 오는 길은 ‘엄마 찾아 삼만리’ 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뭔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많던 찌개가 국물은 고사하고 건더기들이 바닥을 시커멓게 드러내고 쫄아 있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요란 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름이가 목이 쉬도록 울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어!”

  “왜 괜히 전화 자꾸 해서 아름이 깨우고 그래!”

  “아름이가 깼어?” 신랑의 목소리가 약간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몰라! 당신이 와서 재워!”

  “오늘 야근이야.”

  “오늘 7시까지 안 기어들어 오면 아름이랑 집 나갈 예정이거든.”

  “왜 그래 당신, 무슨 일 있어.”

  “애기 낳아 달래서 낳아 줬더니, 매일 늦고 술 먹고, 아침도 같이 안 먹고, 짜증은 먼저 내고 이제껏 다 받아줬더니 오늘 또 야근한다고? 회사 그만둬, 아니야, 내가 사장놈에게 전화 할게. 우리 신랑 잘라 달라고. 사장 바꿔.”

  “왜 그래! 갑자기, 사실 오늘 대학원 동기들끼리 포카 치기로 했어.”

  “이제야 바른 말 하시는 군. 그놈의 잘 난 지방대 대학원, 여태 몇 번이나 나를 속인 거야! 하지만 오늘은 안돼, 7시야! 끊어!”

  애꿎은 전화기만 된통 봉변을 당했다.


  어느새 아름이는 내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새근새근 다시 잠이 들어 있었다.

  아름이 기저귀를 갈고 냄비를 버리고 이리저리 하니까 어느새 7시가 되었다.

  신랑은 웬일로 커다란 꽃과 통닭 한 마리, 그리고 소주를 사들고 들어왔다.


  신랑은 요모조모 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쑥스러운 표정으로 식탁 위에 통닭을 두고 소주잔을 챙겼다.

  마침 아름이는 보행기 위에 앉아 거실을 온통 휘젓고 있었다.

  신랑이 건배하자며 입을 열었다.

  “당신, 그러니까 더 매력 있던데.”

  “무슨 얼어 죽을 매력.”

  점점 내공이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바로 그거 말이야. 조금 튕기면서 뭔가 성깔 있는 것 같은”

  “유혹하는 거야?”

  “포카를 포기할 정도니까, 당신 전화 끊고 나서 묵직해지더라니까.”

  “좌우지간 당신 이빨은 알아줘야해. 오늘 일찍 온 기념으로 옛날 생각나도록 노력해 볼까?”


  어느새 밤이 깊었다.

  모처럼 달빛이 창가에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신랑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CD를 틀었다.

  추억의 영화음악이 수록된 CD 인데 ‘러브스토리’의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아름이는 효녀다.

  그렇게 자도 알아서 잘 자니까.


  샤워를 하는 신랑의 콧노래 소리가 경쾌했다.

  행운이 별건가?


댓글 3개

이옥경 2007. 07. 03. 오후 10:22

돌아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나게 될때가 있습니다. 요행을 바라고 긁었던 즉석복권에서 건너뛴 행운은 뜻하지 않게 남편과 잊고 살았던 행복을 맛보게 해 줄 줄이야..^^* 그야말로 행운이네요^^ 형님 부부.. 행복하게 쭈~욱 잘 살세요!!!!!!!

한민 2007. 07. 04. 오후 03:36

서울로 이사가서 사신지 오래됐어요. 근처에 계실 때는 배를 잡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거든요. 소위 푼수 같은 분인데 정말 선한 분이죠. 한번은 게장국을 먹다가 쭊쭉 옴팡지게 빨았는데 바퀴버레였다는 거예요. 그날 어머니를 비롯해서 온 식구가 모인 날이었는데 다들 뒤집어졌죠. 행복하게 살고 계실거예요. 항상 감사합니다.^^

포아풀 2007. 07. 05. 오전 01:59

그러네요. 그것도 행운이네요. 보이지는 않지만 크게 얻을 수 있는... 바퀴벌레... 모르고 먹으면 그것도 약이 될까요...? 나중의 그 표정은 어떠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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