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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포아풀 2007. 07. 10. 오후 12:40
3723

낡은 유리문 밀고 들어가다 말고 그 여자,
오늘따라 유난히 길어진 목 돌려
마른 우물 같은 눈에 이쪽을 담는다
밤바람에 후렴처럼 앓는 소리를 내는
폐선 같은 여자
담배 한 개비 피워 물고 후, 시름을 띄우면
그나마 결림이 잦아들더라고
푸석한 얼굴에 그늘을 만들던 그 여자
달라붙는 어린것 떼놓고 돌아설 때면
하염없는 눈물이 입술을 축였다고,
발바닥이 데일 것 같은 염천 아랑곳 않고
무거운 길 걸머멨다고,
오래된 기억의 뿌리 흔들어
툴툴 기침에 섞어 뱉던 여자
지붕을 타고 내려온 능소
'담배'
빛바랜 간판에 잠시 몸을 기댄다

댓글 19개

포아풀 2007. 07. 10. 오후 12:41

지방 소도시 허름한 구멍가게. 능소화가 한창이었지요. 그 구멍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여인 하나. 염천을 맨발로 뛰었던 여자. 낡은 폐선처럼 앓는 소리를 내던 그 여자. 그 여자를 풍경에 넣어봅니다. 근황을 궁금증으로 남기며...

김봉길 2007. 07. 10. 오후 03:54

보고 싶은 능소화 여인 묻고 싶은 이야기 하나 왜 그렇게 뜨거운 가슴 얼마나 참아야 하느냐고...

주몽의 활 2007. 07. 10. 오후 04:25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여인이여... 그대 이름은 아름다운 능소화... 세상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여인... 그대 이름은 능소화... 포아풀님 \"담배삽니다\" ^^*\"\"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손일갑 2007. 07. 10. 오후 05:42

시인은 관찰력이 좋아야한다는데 역시 포아풀님의 예리한 시각 대단합니다 밤바람에 후렴처럼 앓는 소리를내는 폐선 같은 여자 그 여인의 모습이 가슴에 와닿네요 이 한구절로 한사람의 모습을 그리다니요 참으로 대단합시니다 한번 뵙고싶지만......

꿈꾸는어린왕자 2007. 07. 10. 오후 05:44

역시.. 왔땁니다. ㅎㅎ

레몬 2007. 07. 10. 오후 06:47

그림 하나 눈 안에 들어오네요. 어쩌면 이리도 그리고픈 선들을 다 그려 넣으셨는지요. 정제된 빛깔까지도....

김경식 2007. 07. 11. 오전 01:21

늦게야 좋은 시 읽고 갑니다.

김문기 2007. 07. 11. 오전 02:13

육체와 영혼의 소외로 삶이 오로지 처절한 생존의 사건으로 구속된 한여인의 물질화된 시간속에 능소화 덩쿨이 혼하게 내려옵니다 은유적 언어로 상상하는 어둠과 혼돈스러운 생명의 투쟁을 꼬집고 재조명하는 포아풀님의 인본주의적 통찰과 존재의 근원적 향기를 사유하려는 작가적 기질이 깊고 따듯하다는 것을 느낌니다 소외된 삶에 마음의 빛을 더하며 이세상을 품에 안으려는 숭엄과 시인의 진정성에 커다란 위안을 얻어가고 반성도 갖게됩니다

포아풀 2007. 07. 11. 오전 09:38

오늘 아침, 참으로 행복합니다. 비가 오지만 제 마음 속 날씨는 쾌청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에 주신 귀한 말씀, 격려의 말씀이 몇 배의 울림이 되어 다가옵니다. 모든 분들이 시인이신 것을 압니다. 생각의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경지를 가지신 분들이라는 것도. 그러기에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얻습니다. 김봉길님, 주몽의 활님, 손일갑님, 꿈꾸는 어린 왕자님, 레몬님, 김경식님, 김문기님, (*호칭을 생략한 무례를 용서하세요.) 말씀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미오새 2007. 07. 12. 오전 12:15

*촛점흐린 시선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연기에 깊은 한숨을 섞는 여인. 삭풍에 마른 나뭇잎처럼 생기를 잃어가는 여인....그 여인의 삶을 지탱해 주는 건 무엇일까? 문신처럼 가슴에 새겨진 그리움으로 잔인한 세월을 견디어 내고 있을까.... 능소화 처럼. *빗소리와 풍경소리가 화음을 이루면 무슨 소리가 될까.... 아직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비가 소주와 만나고 그리고 소주의 독기에 영혼이 잠기면 결국 주정이 되는 것이겠지요 포아풀님 ...이 댓글은 어쩜 음주사고일지도 몰라요 디오니 소스의 영역에서 벗어났을때 가능하다면 삭제할께요. *외로워 보였던 댓글의 행진이 이제 여왕의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군요...비단길 따라 오시는 님 !

포아풀 2007. 07. 12. 오전 02:30

미오새님, 삭제하지마세요. 디오니소스의 영역 안에서 사람은 솔직해 질 수 있으니까요. 마흔에 홀로된 동료가 있지요. 두 아이를 남겨두고 간 남편... 그녀가 남편을 잃고 방황할 때 제게 그러더군요. 네가 술을 마실 줄 알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함께 술 마시면서 자기 얘기 실컷 들어주면 좋겠다고... 그 때 제 비주류가 원망스러웠지요. 그래도 그녀는 저를 가끔 불러주네요. 보고싶다네요. 제게 백세주 한 잔 먹여놓고 혼쭐이 났다고 가끔 우스개 소리를 하지요. 제가 자꾸만 차도로 내려가더라는군요. 새벽 두시를 넘고 있네요. 빗소리와 풍경소리의 화음.. 그 화음을 저도 상상해 봅니다. 감사해요. 비단길 깔아 주시는 님!

미오새 2007. 07. 13. 오후 02:36

*빗소리에 잠을 깨셨나요? 아니면 미오새의 횡설酒설이 님의 단잠을 깨웠나요? 새벽 2시가 넘도록 주무시지도 않으시고.... *사별의 슬픔을 겪고 계시는 그분의 삶이 평온하고 순탄하였으면.... 미오새가 알려준 방법대로, 아주 작은 량으로 적응력을 높여서 그 분과 만날때는 비주류의 딱지를 과감히 떼어보세요. 인생의 쓴맛 같은 소주의 독기에 함께 취해주고 넋두리같은 이야기일지라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꺼예요. *얼마전 신문의 귀퉁이에서 스치듯 봤던 시의 제목이 요즘 입에서 뱅뱅돌아요.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마시고 여왕처럼 앉으세요\" *비단길 걸으시는 님의 후방 2 m 지점쯤에서 항상 그림자 경호를 펴고 있는 미오새의 모습이 느껴지시나요...포아풀님 !

최희성 2007. 07. 15. 오전 02:40

유복한 생활을 하기는 분이 처연하고 허망하기 이를때 없는 글도 잘 쓰십니다 그려... 상상인가 ..체험인가

포아풀 2007. 07. 15. 오전 10:56

인생은 바람이라고 하던가요. 어느 노시인은 자신의 삶이 바람이라고 하던걸요. 바람을 만나러 간다는 시인의 말씀에 우리는 어쩌면 바람으로 태어나 바람으로 살다가 바람처럼 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봤지요. 바람의 무소유, 바람의 무집착을 배워본 어제의 일상이었습니다. 미오새님, 저 지금 마치 여왕처럼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미오새님의 보이지 않는 경호의 눈금을 마음의 눈으로 읽고 있답니다. 최희성 선생님, 모습은 안보여주시고 귀한 흔적을 찍으셨네요, 바람처럼! 차 속 뒷줄 창가에 고인 쓸쓸함을 아시는지... 시 속 어느 여인은 제가 아는 누구일 수도 있고 살면서 스쳐간 인연 중 한 자락일 수도 있겠네요. 장소는 지난 해 들른 어느 곳... 체험과 상상이 만나면 근사한 시가 된다고 하던가요. 비록 근사하지는 않지만 눈 코 입은 갖춘 시로 봐줄만 하신가요. 말씀 감사해요. 미오새님, 최선생님,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미오새 2007. 07. 18. 오후 02:38

*첫 눈 알리기 어느 노시인의 말처럼, 지난 5월에 바람같은 인생길을 마치시고 이제 하늘길을 걷고 계실 \"피 천득\"님은 생전에 샘터의 발행인이셨던 \"김 재순\"님과 첫 눈 먼저 알리기 내기를 하셨다는군요. 무엇을 걸고 내기를 하셨는지 그것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금아님이 먼저 첫 눈 알리기에 성공(?)하면 그렇게 좋아할수가 없었다고..... 포아풀님 ! 이제 풀과 새가 그 첫 눈 알리기 내기를 해볼까요. 눈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길 정도의 적설량을 첫 눈으로 정하고 그 눈을 먼저 맞는 사람이 알리는...첫 눈 알리기를.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첫 눈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 누구에겐가 전할곳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삼복의 더위를 마음으로 다스리는 법은 이미 통달하셨겠지요. 포아풀님....첫 눈 이야기에 조금은 시원함을 느끼셨나요?

포아풀 2007. 07. 19. 오후 03:10

습도가 높은 날이네요. 요즘 편도선이 많이 부어서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오늘도 일에서 실수를 연발하다 들어왔습니다. 더위를 첫눈 알리기로 잠시 잊어보렵니다. 삼복더위를 마음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워보렵니다. 미오새님 덕분에 마음수양을 하는가 봐요. 덥다고 너무 찬 것만 드시지 마시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바람 너무 많이 쐬지 마세요. 저처럼 되면 곤란해요. 미오새님, 건강 꼭 챙기세요.

미오새 2007. 07. 20. 오후 02:50

*편찮으신 목감기는 우선하신지요? 자신의 몸이 취약점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미리 조심하셔서 이제 아프지 마세요. 미오새도 계절 알레르기가 있는지 환절기가 되면 감기의 짝사랑에 무척 힘들었어요. 하루 30분쯤의 땀흘리는 운동과 5%쯤의 소금물에 목과 입안의 가글을 해보라는 친절한 약사의 권고를 받아서 실천하였더니 이제 감기와는 결별. 포아풀님도 운동까지는 힘들더라도 소금물 가글을 아침 저녁으로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대형 할인점에가면 불순물을 말끔하게 제거한 고도로 정제된 알카리소금을 구입할 수 있을꺼예요. *에어컨이나 선풍기같은 인위적인 바람보다는, 산과 들을 지나 \"두 쪽으로 깨트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에서 잠시 가쁜 숨을 돌리고, 나무를 희롱하며 풀잎에 맺힌 이슬을 시샘하며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좋던데요....미오새는. *미오새가 먼저 알리는 첫눈 소식이 님의 시심을 자극하여 많은 사람들이 첫눈이 오면 기억하고 암송하고 싶은 불후의 명시가 태어날 수 있다면..... 첫 눈을 노래한 시는 아직 님의 시작 목록에 없을 것 같은 느낌. 첫 눈이 내리는 날 지난번에 담가두었던 솔방울술을 개봉할꺼예요. 바람처럼 오셔서 솔의 향도 음미해보는 첫 눈 내리는 날이 되었으면.... *빨리 완쾌되셔서 여왕의 품위를 지키셔야죠...포아풀님 !

포아풀 2007. 07. 23. 오전 09:46

미오새님, 염려해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며칠 외부 일은 다 물리치고 쉬었습니다. 그러나 사색의 향기 곳곳은 다 둘러봤지요. 그리고 열심히 책도 읽었습니다. 첫눈을 노래한 시.. 안타깝게도 아직 없어요. 아직 첫눈다운 첫눈의 느낌을 받지 못했는지, 아님 거기까지 시심이 도달하지 못했는지... 첫 눈 오는 날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아직 제 음성이 아니어서 조심하고 있습니다. 맑은 음성으로 회복되면 크게 외쳐보지요. 미오새님~~~~~~~~

미오새 2007. 07. 23. 오후 02:45

*포아풀님. 전에도 편도선이 부어서 한참 힘들어 하시더니.... 에어컨이 빵빵한(?) 곳에 오랜시간 머물러야 할 때는 미리 긴 팔 옷을 준비하셔서 체온관리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람니다. 하늘 매발톱에 날개가 돋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서 결국은 노인대학에서나 풀과 새가 만난다면 그때를 대비한 건강은 지켜 가야하지 않을까요...? 서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할테니까. 몽환적인 세계로 이끄는 듯한 고혹적인 음색이 탁해지지 않도록 성대관리에도 항상 유념하세요. 맑고 또랑또랑한 흠없는 포아풀님 본래의 목소리라야, 외쳐 부르는 소리에 미오새가 영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테니까... *오늘 대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20 여일쯤 계속된다고 하는군요. 겨울철 혹독한 한파를 상상하면서 여름더위도 몸안에 적당히 비축해두는 여유. 필요하겠지요. 무더위속이라 입맛도 많이 잃으셨을것 같은데.... 밥맛 없다는 핑계로 끼니 거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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