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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단편] 개 기르는 법(7)

황태영 2007. 08. 30. 오후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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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기르는 법(7)


                                                     황태영



   아시다시피, 우리 개들도 다른 여러 동물들처럼 자연계의 어엿한 구성원 아니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개'라는 말 뒤에는 늘 '새끼'라는 경멸적인 접미사를 아주 당연한 듯이 물귀신처럼 찰싹 달라붙여 요 빌어먹을 놈의 인간들이 불러대더라 그 말씀야. 야, 니기미, 막 창자가 뒤집히데. 그래서인지 어떤 때는 밥을 먹어도 도통 소화가 안되더라니까. 어디 것뿐인가. 개자식이라느니, 개수작말고 냉수 처먹고 정신차려라느니, 개떡같이 일이 돌아간다느니, 개다리 좀 치워라느니, 개...... 아, 숨이 다 차군. 그렇게 나쁜 뜻에는 으례 접두사로 사용되데, 썅-.
     진짜 너무들하데. 어디, 또 그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더라니까. 보신용으로 개장국에다, 심지어는 정력에 끝내주게 좋다는 개소주까지 있것다. 허, 돌아가시겠데.
    ......그런 거 저런 거 일일이 생각하면 내 간장만 팍팍 상하니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군. 이제 나도 때가 된 모양이야, 죽을 때가. 왜, 그 때가 다가오면 기억의 늪 속에서 오랫동안 까마득하게 깊이 가라앉아 있던 과거들이 산소가 부족한 어항 속의 열대어들처럼 하나씩 기억의 수면으로 떠오른다고 하잖아.
    그래서인지 불현듯 어릴적의 일이 하나 떠오르는군. 그러니까 문군이 밥그릇에 부어주던 희멀건 우유가 멸치 몇 마리 띄엄띄엄 섞여 있는 밥으로 바뀐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의 일이야.
    문군의 시집간 누나가 친정으로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온 탓인지 온 가족들이 반기며 이야기의 꽃을 피우느라고 정신들이 없더라구. 걔들이야 이야기의 꽃을 피우던, 꺾던, 시들게 하든 나와는 무슨 상관이야. 그러나 그날은 상관이 되데. 아니, 밥 줄 생각들을 해야지. 아침 굶었지, 점심까지 꼬박 굶기더라구. 내 뱃속의 창자들이 조르륵거리며 밥 달라고 일제히 소동을 일으켜 창자들의 위치가 서로 마구 바뀌는 것 같더군. 배고파서 진짜 죽갔데.
    난 끙끙거리며 목재소의 마당을 빙빙 돌다가 데굴데굴 뒹굴기도 하고 대가리를 개집에다 쿵쿵 박기도 했지. 그땐 강아지였으니 오죽이나 배고팠겠어?
     그런데, 바로 그때였어. 시집간 누나가 데리고 온 꼬마가 뒤뚱뒤뚱 목재소의 마당 한복판으로 걸어나오더니 한낮의 햇살이 눈부신듯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눈을 비비적거리다가 통나무가 잔뜩 쌓여 있는 그늘진 곳으로 걸음을 옮겨 적당한 장소에서 허연 엉덩이를 까고 앉아 똥을 누더라구.
    나와는 제법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지만, 그 구수한 냄새하며 김이 모락 모락 나는 게, 야, 정말이지 저절로 입안에 침물이 흥건히 고이기 시작하는 것이 허, 미치겠데. 내 눈깔엔 이제 똥밖에 안 보이더군. 해서 난 살금살금 다가가서 아이의 똥구멍 밑에 한 토막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지는 똥을 넙죽넙죽 받아먹었지.




         ▶ To be continued

댓글 1개

포아풀 2007. 08. 31. 오전 11:02

기종이의 입장에서의 서술이 참 재미있군요. 견공의 입을 빌린 인간의 솔직한 언어 같아요. 소설의 재미는 삶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위까지 문학이라는 형식과 잘 어우러지는 게 아닌가 새삼 생각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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