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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에서

포아풀 2007. 08. 31.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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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환하게 등불 켤 때엔
오지 마세요
영산홍 고개 젖히고 웃어재낄 때엔
오지 마세요
초록으로 타는 풀밭,
그늘 밑 상사화 혼자 빛날 때
당신, 그 때 오세요
보랏빛 수국꽃잎 핼쑥해 질 때
그때 비로소 오세요
풍경(風磬)도 폭염에 물러앉아
잠시 제 목소리 잊는 때
카랑카랑한 참매미 한낮을 가르다
목이 쉴 때쯤
느닷없는 소낙비로 오세요
더는 상처 덧날 일도
설움 복받칠 일도 없는 팔월 염천
눈이 부시도록 고운 당신,
가슴 뜨거운 산새 날개 짓에서 일던
한 줄 바람으로 오세요

댓글 11개

손일갑 2007. 08. 31. 오후 03:10

안녕하세요 선암사에 다녀오셔는지요 저도 오래전에 가본적이 있는데 무척 감명받았습니다 특히 대웅전의 천정과 지붕아래 서까래의 단청은 지금도 가끔 사진으로 보지만 선조들의 장인정신이 느껴집니다 또 조금있으면 선암사에서만 볼수있는 자생치꽃이 하얗게 피어나 그저 신비롭다이외는 할말이없는 한 폭의 산수화가 생각나네요 그런데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는 여름철에는 한번도 가보지못해 늘 그리움이 있는 선암사입니다 그런 곳을 포아풀님은 다녀오섰다기에 무척 부럽습니다 포아풀님이 애타게 기다리는 그분이 빨리 오셨 만나섰면합니다

꿈꾸는어린왕자 2007. 08. 31. 오후 04:57

포아풀님~~ 너무 욕심이 많으신 것 아니신가요? ㅎㅎ 뭐 필요로 할 때만 오라고 하시네요~ㅋㅋㅋㅋ

포아풀 2007. 08. 31. 오후 09:32

선암사에 한 번 가보라는 어느 분의 말을 기억했다가 이번 여름 들렸습니다. 어찌나 더운 날씨이던지 조계산을 중심으로 다른 쪽에 위치한 송광사에는 감히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선암사 들어가는 길은 꼭 걸어서 가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완만한 길이거니와 조금은 먼 듯해도 숲의 공기가 시름을 말끔히 씻어줍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 간 길이라 괜찮거니 했지만 비가 땀 오듯 해 절 마당 탑 앞에 이르렀을 때는 현기증마저 일었습니다. 순천에 위치한 선암사는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고 합니다. 특히 제 눈으로 본 선암사 단청은 손일갑님 말씀처럼 나무 그대로의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많은 동백나무 빨간 열매가 반짝거리고 영산홍나무도 많이 띄더군요. 유난히 상사화가 많이 피어 있었으며 수국은 막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동백이 빨갛게 피어 있을 때, 영산홍이 도발적인 색으로 유혹할 때, 모두 아름다운 곳이지만 8월 뜨겁던 어느 날, 인적 뜸한 그곳에서 아름다울 때보다는 힘들고 어려울 때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의 믿음의 손길이 필요함을 시로 적어보았습니다. 혹, 오해가 있었다면 그것은 제 표현 부족에서 비롯된 것일 겁니다. 손일갑님, 꿈꾸는 어린왕자님, 주몽의 활님,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고로 정호승님의 시 한 편 놓고 갈게요. 감상하세요.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정호승님, '선암사'

시샘 2007. 09. 01. 오전 11:39

동백 환하게 등불 걸때엔 동박새 되어 찾아가는 마음도 바람처럼 공허한데 가을이 오면 어이하리요 겨울이 오면 얼어붙은 바람 부수러 가야 하는데 풍경소리에 지워지는 눈물자국 하늘만 삐끔 열려 있는 곳 선암사에 가서 등굽은 노송과 함께 기다려 볼 허공이 생겼네

이점숙 2007. 09. 01. 오후 07:51

저는 그저 좋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말이없네요. 시도 좋구 댓글에 달린 글도 좋구요. 오래도록 감상하고 갑니다.

이옥경 2007. 09. 01. 오후 10:25

가을이 고여있던 여름의 나름함을 화들짝 깨우듯 그렇게 서늘하게 찾아왔네요.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비온뒤라서 그런지 더더욱 그 찬기운을 느낍니다. 여름은 참을성 있는 인내하는 자에게만 온다는 릴케의 시가 떠오릅니다. 우리네 인생...참고 인내하면 곧 좋은 결실이 올것이라는 믿음으로 삽니다.^^

포아풀 2007. 09. 02. 오전 11:45

동백 환하게 등불 걸때엔 동박새로 오세요 그 고운 눈매에 고인 바람도 순해질 겁니다 가을이어도 겨울이어도 괜찮아요 풍경소리에 지워지는 눈물자국이라면 언제든 오세요 하늘만 삐끔 열려 있는 곳, 선암사에서 등 굽은 노송과 함께 허공을 만나보자구요 시샘님, 저의 생각으로는 '시의 샘'님 어제든 오세요. 제가 한 수 배우려 합니다. 그저 좋으시다는 황송한 표현에 푼수데기 제가 마냥 좋아합니다. 늘 환한 이점숙님, 고맙습니다. 그래요, 가을은 인내한 자만이 받는 선물이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 풍성한 가을을 기대해도 되겠지요. 이옥경님 '선자령의 고독' 속 가을의 풍요를 걸어보심을 기원해요. 고맙습니다.

미오새 2007. 09. 02. 오후 05:19

*밤새 스님 심기 어지럽히던 간 곳 없는 바람을 찾으려는가 노송 위, 천년학 고개를 갸웃거리네 바람 따라 오신 이의 흔적일까 객사 섬돌 위, 낯선 신발에 마당 쓸던 행자의 비질 자주 멈추네 선암사 가는 눈 길에 발자국 하나 보이거든 다시 오려는가 .... 바람 ! 만물의 그리움 깨우치는, 풍경소리로 다시 오지 않으려는가 .... 바람 ?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노송 위에 백발처럼, 눈 켜켜이 쌓여 가는 날 다녀오리다. 녹음방초 우거진 좋은 시절에 포아풀님, 손 일갑님, 시샘님이 다녀오신 선암사에.... 선암사 향한 눈길위에 외로운 발자국 하나 보이거든 망설이지 말고 그 발자국 따라 오세요. 하늘 삐끔 열린 곳으로 함께 허공이나 바라보게... *道士집 앞에 멍석을 까는 만용을 부려도 포아풀님앞에서는 이제 두꺼운 낯짝이 되어가지만, 처음이신 시샘님앞에서는 조심스럽네요. 감성을 자극하는 글이라 즉각 반응은 하였지만 눈 오는 선암사에 다녀와서 다듬어 보겠습니다. 처음 뵙는 이름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시샘님 반갑습니다.

포아풀 2007. 09. 03. 오후 12:56

얼마나 속을 비우고 비워야 바람으로 가벼울 수 있을까 뼛속까지 사무치는 이름에 얼마나 젖고 또 젖어야 날 선 그리움 순해질 수 있을까 깊게 패인 세월의 골마다 출렁이는 파도 잠재워 서럽도록 환해지는 날 가슴에 박힌 오래 묵은 옹이 하나 서늘하게 빠져나가리... ** 미오새 시인님의 글에 화답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미오새 2007. 09. 03. 오후 02:16

*포아풀님.... 서울에서 선암사까지 오고 가는 길, 차창 밖의 낯선 풍광에 취한 시인의 눈빛과, 짧은 일정이였겠지만 잠시라도 旅情에 잠겼던 여심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요? 포아풀님의 시를 읽는 자의 상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인가요? 포아풀님...장난기 섞인 말 일지라도 미오새의 이름뒤에 어떤 수식어도 붙이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

포아풀 2007. 09. 04. 오전 11:00

감춤의 미학, 숨김의 미학.... 글 속 너무 많은 치부를 드러낸 터라... 어떤 수식어도 필요치 않은 미오새님 그 이름만으로도 저는 과분하고 황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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