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사랑과 야망 2부 도전 스콜피온

한민 2007. 08. 31. 오후 07:50
3606
  명동 패러다임호텔 지하10층. 
  '지옥의 링’이 열리는 날이었다.
  오늘은 특히 혜성처럼 나타나 40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스콜피온’의 경기가 있는 날이어서 경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길게 늘어선 행렬과 까다로운 인증절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짜증내는 사람이 없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지하 10층은 패스카드를 소지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했다.
  패스카드를 제시하고 엘리베이터로 지하 10층에 도착하면 출입구의 카드리더기에 패스카드를 집어넣고 패스워드 8자리를 치면 인증이 되었다는 신호로 초록색 불이 깜빡거린다. 경기장으로 연결된 긴 통로로 들어가면 오른쪽 벽에‘오늘의 승자를 맞춰보세요.’라고 적힌 안내문구 아래 버스터미널의 매표소를 연상케 하는 부스가 있다. 보는 것만으로 부족한 이들은 어김없이 승자를 알아맞히는 게임에 참여했다. 

  마감을 알리는 빨간 불이 켜지면 자동으로 셔터가 내려와서 내부를 차단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면 한 가운데 사각의 링이 마련되어 있고 오륙백 여명이 수용 가능한 관중석이 원형 계단식으로 둘러싸고 있다. 사각의 링 위로는 멀리 위치한 관중들을 위하여 대형스크린이 사방으로 설치되어 있고 최첨단 조명, 음향, 환기 시설 등은 지하라는 생각을 잠시 잊게 한다. 

  사방에서 조명이 아나운서에게 집중되면 거친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흥분된 목소리로 등장하는 선수들을 소개했다.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흑인 선수에게 여러 개의 조명이 동시에 집중되었다. 곧이어 관중들은 스콜피온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는 손을 들고 관중들을 저지하여 침묵을 유도한 다음 거친 목소리로 스콜피온의 이름을 길게 외쳤다.  

  스콜피온이 선수 입장통로에 모습을 나타내자 관중들은 미친 듯이 스콜피온의 이름을 외쳐댔다. 빨간색 전갈이 그려진 황금색 가운을 걸치고 나타난 스콜피온은 엄청난 기를 내뿜으며 링 위에 올랐다. 오른 손을 들어 보이는 여유를 보이던 그가 상대방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호랑이의 눈을 연상하게 했다. 사방에 걸려있는 대형 액정 브라운관은 다양한 각도에서 스콜피온의 등장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수려한 외모와 군살 없이 다져진 몸매, 그리고 빠른 경기운영과 연속되는 KO 행진으로 열성 팬들의 전폭적인 호응 속에 관중들을 몰고 다녔다.
 

  상대는 미국의 블랙데블 이었다. 흑인인 그는 유도와 가라데를 섭렵하여 큰 덩치에 비해 스피드가 좋아서 미국의 프로레슬링 무대에서 꽤 인기가 있는 선수였다.  

  스콜피온은 긴장감을 즐기는 듯했다. 1회전을 시작하는 공이 울리자 천천히 일어선 스콜피온은 사각의 링을 빠른 속력으로 돌기 시작했다. 블랙데블은 머리통 하나 정도가 더 커보였다. 거만한 표정의 그는 동양까지 와서 조그만 친구랑 한판 하는 게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대전료가 조건에 맞았기 때문에 먼 길을 날아왔다.
  그는 간단히 몸을 풀듯 한 게임을 하고 대전료를 챙겨서 중국과 홍콩 등지로 여행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심산이었다.
 

  블랙데블이 흐믓한 상상을 하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서 상대가 사라지자 머리끝이 쭈뼛해지면서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찰나 해머로 턱과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들었고 배와 옆구리를 동시에 송곳에 찔린 듯 하는 통증을 느낀 후 어떤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지하 10층의 링 위에는 거구의 흑인이 힘없이 길게 늘어져 누워있었다. 

  흥분한 관중들이 모두 일어서서 스콜피온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지러지는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 스콜피온이 황금가운을 입고 링을 내려가서 입장한 곳으로 다시 들어간 한참 뒤에도 관중들의 함성소리는 오랫동안 이어졌고 대형브라운관에서는 스콜피온이 블랙데블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관중들은 특히 모든 면에서 뛰어난 스콜피온을 열광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사전에 상대방의 정보를 입수해서 철저히 분석하여 상대의 허와 실을 파악하고 이를 경기에 반영시킬 줄 아는 파이터였다. 그는 매번 경기를 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자신의 단점을 철저히 노출시키지 않을 만큼의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그의 특별한 능력은 점점 그의 경기를 성사시키기 힘든 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