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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2부 도전 낭만검객

한민 2007. 08. 31. 오후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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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채는 지현의 예상치 못한 출국으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더구나 1년 뒤에 돌아온 그녀는 다시 파라구아이로 간다며 말없이 떠나버렸다. 민채는 지현의 출국 이후 검도에 광적으로 매달렸다.
 타고난 운동감각과 성실함으로 이미 도장 안에서는 그의 적수가 없었다. 

  캠퍼스가 온통 개나리와 진달래로 뒤덮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미집’에서 신입생환영회가 열렸다. 신고식이라는 명목으로 2학년들이 1학년들을 소집했다. 현찬의 체면을 보고 참석했던 민채는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가방을 들고 먼저 일어섰다.

  만미집 오른편 골목 네거리에 사람들이 둘러싸고 왁자지껄 소란했다. 두 명의 군인들과 험상궂게 생긴 세 명의 남자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선임으로 보이는 군인이 말했다.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하겠소.” 
  검은 가죽점퍼를 입은 사내가 만면에 조소를 머금고 대꾸했다. 
  “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 군번으로 줄을 세우면 하와이에 있을 놈들이.”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구경하느라 신이 났다. 처음에는 군인들이 꽤 훈련을 받은 듯 둘이 세 명을 상대하면서 무리 없이 제압할 것처럼 보였으나 상대방이 모두 칼을 꺼내들고 휘두르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었다.
  그 중에 한 사내가 당황하여 넘어진 군인의 허벅지를 사정없이 칼로 찌르자 여기저기서 ‘저런!’,‘저를 어째!’하고 걱정 어린 장탄식을 했지만 아무도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쓰러진 군인의 허벅지에서 흐르는 피는 군복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멈추지 않고 계속 피가 흐르자 이를 부축하는 군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어느새 오른쪽 다리가 적갈색으로 흥건하게 젖어가면서 쓰러져있는 군인을 부축하고 있는 그는 겁먹은 표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저마다 손에 칼을 든 사내들은 병든 닭을 호시탐탐 노리는 살쾡이같이 노려보며 서서히 군인들을 향하여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민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플라스틱 빗자루가 들어왔다. 그는 빗자루 끝을 부러뜨리고 오른손에 쥐어들었다. 

  그는 사람들의 숲을 헤치고 천천히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로 들어가며 말했다.

  “거기요, 여기 좀 보시죠.” 

  민채가 습관적으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둘러싼 사람들은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세 명의 사내와 민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뒤이어 만미집을 나온 토목과 학생들이 모여들면서 수군거렸다.
 

  “쟤, 민채잖아, 어쩌려고 저러지?”
 
  “조용히 사라지더니 여기서 사고치고 있었네.” 

  그 사내들은 갑자기 나타난 민채를 보면서 가소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더군다나 민채가 그들에게 공손한 인사를 할 때는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 중에 제일 어려보이는 사내가 민채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적으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눈 깜짝할 새에 그 사내의 손에 든 칼이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이마를 정통으로 맞은 그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길바닥에 고꾸라졌다. 남은 두 명의 사내들의 얼굴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민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머지 두 사내의 손목을 정확하게 가격하고 칼을 떨어뜨린 후 허벅지와 어깨를 번개처럼 내리쳐서 무릎을 꿇렸다. 섬뜩하게 느껴졌던 칼들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이미 쇠꼬챙이에 지나지 않았다.
  당황한 세 명의 사내들은 슬금슬금 뒤꽁무니를 치며 도망가려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끼눈을 하고 그들의 퇴로를 차단했다. 그들은 땅에 떨어진 칼들처럼 조금 전 까지 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민채는 표정 없는 얼굴로 손수건을 꺼내서 피가 흐르는 군인의 허벅지를 동여매고 응급처치를 했다. 쓰러져있던 군인은 민채에게 고맙다는 말을 신음하듯이 했고 하얗게 질려 있던 군인은 그를 부축하고 일어서서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들 믿기지 않은 표정들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박수소리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토목과 학생들이 “강민채”를 연호하기 시작하자 구경꾼들도 이에 동조했다. 

  늙수그레한 사내가 흐뭇한 표정으로 민채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재들, 헌병대가 무서운 게지. 특공대짜리들인 것 같은데 부대 이름에 먹칠했다고 생각하나 봐. 인사도 없이 그냥 갔다고 너무 섭섭해 말게.” 

  여전히 민채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소리가 들렸다. 인파에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그들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민채를 쳐다보았지만 이내 체념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음날 신문에는 민채의 사진과 그 날의 상황이‘신촌의 낭만검객’이라는 다소 과장된 제목과 함께 비교적 소상하게 실렸다. 

  그 순간 묘한 기운의 충만을 느꼈던 민채는 정의라는 이름을 가장하여 휘두르는 폭력이 답답했던 가슴의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버리려 한 자신을 자조하면서 현중이 어릴 적 내뱉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폭력이란 것이 말이야, 때릴 때나 맞을 때나 속이 후련하다는 거 아냐.’
                                                   to be continued..... 



댓글 1개

포아풀 2007. 09. 02. 오전 11:43

아닌 길인 줄 알면서도 한 번은 가보고자 하는, 고집이 섞인 그날이 청춘이겠지요. 세 주인공의 방황과 청춘을 관심 있게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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