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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2부 도전 너를 위하여

한민 2007. 09. 11. 오후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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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로 양 길가의 은행이파리가 입추가 막 지난 바람에 하늘거렸다. 
  학생들은 저마다 2학기 개강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학생회관 앞 잔디밭 귀퉁이 벤치.
 
  민채는 혼자 앉아서 멍하니 학생들이 오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새인가 현찬이 옆에 와서 앉으며 민채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정말 넌 운도 좋다. 면제를 다 받고. 신의 아들이네, 신의 아들!” 
  민채는 곁눈질로 현찬을 째려보고 있었다. 
  현찬은 짐짓 헛기침을 해가며 능청을 떨고 있었다. 
  “야! 내야 독자라서 면제라고 치자. 너는 사지 멀쩡하다 못해 바람을 가르는 검법을 익힌 무사인데 재발 가능성 때문에 면제된다는 게 말이 되냐?” 
  “그만 좀 할래? 현찬아!” 

  현찬의 넉살에도 불구하고 민채의 표정은 더욱 굳어져갔다.
 
  갑자기 민채가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현찬이 민채의 앞을 가로막고 서며 말했다. 
  “사실 네게 동의를 구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어. 미안해. 오늘 네가 면제 받은 사실 때문에 조그만 축하연을 준비했거든. 미나더러 은하씨 데리고 같이 나오랬는데, 점심시간에 말이야. 오늘 수강신청 마감하고....” 
  민채는 대답 없이 어깨를 돌리고 현찬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없이 정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말없이 걸어가는 민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현찬은 서둘러 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나 경쾌하고 밝은 미나의 목소리가 상큼하게 들렸다. 
  “하이! 지금 막 출발했어. 은하가 신촌역에서 날 픽업하고 갈거야.” 
  “민채가 사라졌어.” 
  “무슨 말이야? 갑자기 민채씨가 왜?” 
  “몰라. 그냥 학교 밖으로 나가버렸어.” 
  “일단 학교로 갈께.” 
  “은하씨에겐 뭐라고 얘기 하지?” 
  “만나서 애기하자.” 

  수강신청을 서둘러 마친 현찬은 학생회관 매점에서 미나와 은하의 식사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나와 은하가 나란히 학생회관으로 들어서면서 현찬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보기에도 시원한 옷매무시의 미나와 은하는 주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채를 부치며 자리에 앉는 은하가 두리번거리며 실망한 표정을 보이자 현찬과 미나의 눈이 마주쳤다. 

  미나가 시치미를 떼면서 현찬에게 물었다. 
  “민채씨는 왜 안보여? 왜 숟가락이 세 개 뿐인데?” 
  “한가지 씩 물어, 뭐가 그리 급해?” 
  대답하는 현찬의 시선이 은하를 향해 있었다. 
  현찬은 은하의 얼굴이 전 보다 많이 상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색한 침묵이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은하는 숟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민채씨에게 무슨 일 있어요?” 
  현찬은 정면으로 바라보는 은하의 눈빛을 감당할 수 없어서 순간적으로 눈빛을 피하고 말았다. 그는 반도 채 먹지 않은 식반의 남은 음식들이 처음으로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 날 이후 서로 아무런 연락이 없었나요?” 현찬이 은하에게 되물었다. 
  ‘그 날’ 이라는 표현에 은하는 저도 모르게 민채와 묵었던 객실 번호 605 란 숫자가 떠오르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답했다. 
  “민채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강요하고 싶진 않거든요. 오늘 미나가 현찬씨 연락 받고 같이 가자고 해서 나오면 만날 줄 알았어요.” 
  “특공대 입대하려고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면제 판정을 받았어요.” 
  미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럼 좋은 거네. 민채 씨가 한 턱 내야겠네.” 
  현찬은 미나를 향해 눈을 깜빡거리며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 
  “도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된 거군요.” 은하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 그게 아니라 민채는 남자는 자고로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구실을 한다는 전근대적이고 보수적인 사상을 갖고 있어서 말이죠. 아까 오늘 파티도 할 겸 해서 은하씨 온다고 했는데 그냥 가버렸어요.” 

  미나가 은하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난, 군대 가 있는 동안 절대 못 기다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쟁취하는 거라니까. 은하야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다. 빨리 민채씨에게 전화해 봐.  파티도 하고 확실히 경계도 긋고, 정면 돌파 하는 거야. 기다리겠다는 수동적인 사랑은 연약함을 가장한 핑계거리 밖에 안 돼. 결국 후회라는 상처만 남는거야. 빨리 전화해 봐. 우리가 도와줄게.” 
  현찬이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미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난 걱정할 필요 없는 거 알지. 삼대독자니까.” 
  미나는 현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처음 만날 때부터 다 물어봤잖아. 난 기다리지 않아!” 

  은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건 우리 일이 아니고 내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하겠어.” 
  은하는 불현듯 일어서서 굳은 표정으로 식반을 식기 반납대에 올려놓고 서둘러 학생 회관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두 눈 커다랗게 뜨고 바라보던 현찬과 미나는 동시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정한 눈길을 교환하고 있었다. 

  은하는 그녀의 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가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민채, 이제부턴 기다리지 않겠어. 네가 나에게서 멀어지려 할수록 난 네게 더 깊숙이 다가갈 거야. 이제부터야!’


                                                                           to be continued...........



댓글 3개

포아풀 2007. 09. 11. 오후 10:31

수채화 같은 글입니다. 아름다운 청춘들의 아름다운 고뇌가 읽혀져요.

콩난 2007. 09. 12. 오후 01:11

한 시간이 넘도록 집중해서 잘 읽었습니다. 처음엔 스케일이 커서 긴장을 했는데 과거로 돌아가면서부터 풋풋함과 끈끈함이 어우려지고 반경이 넓어집니다.

한민 2007. 09. 14. 오후 06:44

안녕하시죠. 부족한 글 관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드네요. 마지막 업로드할 때 마다 수정할 토씨는 왜 그리 많은지^^ 어색한 부분이나 불합리한 대목은 꼬집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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