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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2부 도전 의형제

한민 2007. 09. 12. 오후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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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헌 대대가 훈련을 마치고 1년여가 흐른 어느 날이었다.
  모처럼의 오수로 깊은 잠에 빠진 현중을 흔들어 깨운 것은 조일규였다.
  중대장이 급하게 연병장에서 찾는다는 것이었다. 연병장 가운데는 한 떼의 무리가 큰 원을 그리고 서 있었다.
  연병장으로 걸어 나오는 현중을 발견한 중대장은 반가운 얼굴을 이내  침울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그에게 말했다.
 
  “이병장, 김천일이 사고치고 있어, 자네가 나서야겠네.” 

  김천일은 부산출신의 태권도 유단자로 사법고시에 떨어지고 사설경호원을 한 적이 있는 영리한 친구였는데 조금 조소적인 데가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이미 많은 조교들과 위관들이 모여 있었다. 김천일은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 왼손에 든 총은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고 오른 손으로 쥔 칼은 정병구의 목덜미를 누르고 있었다.
 

  정병구는 경상도 출신이었는데 습관적으로 김천일을 못살게 굴었다. 장난삼아 그런다고는 했지만 조금 심한 데가 있었다. 정병구의 목에서 시커먼 피가 흐르고 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풀어진 상의 안의 군용 속옷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현중이 연병장 가운데로 들어서자 병사들은 술렁이면서 현중에게 길을 만들어 주었다. 현중은 둘러선 병사들을 좌우로 제치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사태를 파악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중대장에게 말했다.
 
  “중대장님, 병사들을 전부 내무반으로 들어가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 없던 일로 하기로 약속을 해주십시오.” 

  경직된 중대장은 모든 병사들에게 내무반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현중의 제안에 동의 의사를 밝히고 침통한 표정으로 지휘관 실로 들어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연병장 한가운데는 김천일과 정병구, 현중 세 명만 남게 되었다.
 

  현중이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천일아, 담배 피울래?” 
  “이병장님, 가까이 오지 마이소. 이놈을 죽이고 저도 죽어뿔랍니더.” 

  현중은 김천일이 존칭이 분명하고 현중에 대한 배려가 있음을 감지하고 격한 상황이 지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흥분이 가라앉고 있다.’
 

  현중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는 길게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정적과 팽팽한 극도의 긴장 가운데 놓여있던 김천일의 왼쪽 눈가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현중이 가까이 다가서면서 담배를 내밀었다. 그것은 천일에게 악마의 유혹보다 달콤했으리라. 
김천일은 눈을 감은 채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병구의 아랫도리는 흥건히 젖어 있었다. 현중이 김천일의 입에 담배를 물리고 대검을 든 오른 손목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대검이 땅에 떨어졌다. 극도의 긴장이 풀린 정병구는 큰 대자를 하고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말없이 권총을 달라는 시늉으로 내민 현중의 왼손 위로 김천일은 권총을 내려놓았다. 
  “이제, 조건이 같아졌으니 계급장 떼고 둘이 한판해라.” 
  “이병장님, 정상병님이 휴가가면 정임이부터 따먹는다고 ...흐으엉....” 
  정임이는 3일전 헤어지자는 편지를 보내온 김천일의 애인이었었다. 정병구는 일어서면서 현중의 눈치를 살피더니 어기적어기적 수돗가로 걸어갔다. 

  어느덧 석양이 발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사건이 일단락되자 중대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하극상이라는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천일에게 중벌을 부과해야 하지만 현중과의 약속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스스로가 전 병사가 보고 있는 연병장에서 공개적으로 동의한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현중은 극한 상황에서도 부하를 살리려는 기지와 사건을 해결하는 판단력으로 더 커질 수도 있는 오늘의 상황을 잘 수습하였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한 중대장은 무엇이 솔로몬의 지혜인지를 고심했다. 중대장은 책상위에 빈 총집과 권총을 나란히 올려놓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었다. 그는 사실대로 상부에 보고하기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현중과 김천일, 정병구는 중대장 앞에 섰다.
 

  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없던 일로 한다는 약속은 지킨다. 그러나 중대 내부의 기강확립을 위하여 김일병은 완전군장하고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연병장을 돈다.” 
  “예! 알겠습니다!” 하고 뛰어나가는 김천일을 바라보던 정병구는 “저도 같이 뛰겠습니다.” 하며 완전군장을 하기 위해 내무반으로 뛰어갔다. 

  현중이 자신도 책임이 있다며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고 지휘관실을 빠져나왔다. 중대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연병장은 세 명의 병사가 내뿜는 숨소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중대장의 명이 내려졌을 때는 셋 다 기진맥진하였지만 중대장실에 마련된 소주와 쥐포는 훌륭한 성찬이었다. 

  그날 중대장의 제의로 그들은 형제결의 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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