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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에서 시월사이

포아풀 2007. 09. 13. 오전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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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그스름한 점박 무늬 자박거리는 종잇장의 나뭇잎들 보면 막 어미 품 떠난 어린 고양이 떠오른다 갓 빚은 고무처럼 말랑말랑한 분홍빛 발바닥 나비처럼 사뿐 파고드는 몸짓 호기심 많은 고양이 빤히 내다본다 저 점박의 무늬 잎들 바람 한 소절 불러 마름질하고 촘촘한 햇살 빌려 박음질해 치마 하나 지어 입을까 찰랑거리는 햇살에 유난히 곱던 어머니의 그것처럼 하늘 슬쩍 말아 쥔 긴 꼬리 같은 나뭇가지 사이로 햇잎으로 돋은 이 보일 듯 말 듯 드러내며 갸르릉 갸르릉, 아기고양이 울음소리 바람 타고 사뿐 내려온다

댓글 10개

미오새 2007. 09. 13. 오전 10:30

*긴 그림자를 남기는 늦은 오후의 투영한 햇살속에 흐르는 가을의 미소가 큐피트의 화살보다 더 정교하게 미오새의 심장을 파고 드는데 어이 하면 좋으리오?

김경식 2007. 09. 13. 오후 11:49

'구월에서 시월사이'는 가을이 설렁거리며 다가서는 시기입니다. \"저 점박의 무늬 잎들 바람 한 소절 불러 마름질하고 촘촘한 햇살 빌려 박음질해 치마 하나 지어 입을까 찰랑거리는 햇살에 유난히 곱던 어머니의 그것처럼\" 이 귀절을 몇 번 읽으니, 저의 어머님이 그리워 집니다. 귀한 시 읽고 갑니다.

포아풀 2007. 09. 14. 오전 11:09

먼 유년, 아버지가 모처럼 어머니 치마를 사오셨습니다. 유난히 찰랑거리는 비단 같은 것이었지요. 고모님의 조언대로 공들여 고른 것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런 무늬나 빛깔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님의 타박이 아버지 부아를 긁고 말았습니다. 제 눈에는 너무도 예쁜 것이었건만. 화가 난 아버지가 치마를 부욱 뜯어 어디엔가 버린 것 같았고 그것이 아깝고 어머님의 바가지가 몹시 얄미웠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그 예쁜 치마를 입고 계신 겁니다. 버린 것을 주워와 다시 박음질해 더 멋진 디자인으로 만든 것이었지요. 햇살에 치마를 찰랑거리며 걷던 어머니가 참 예뻤습니다. 시댁에 가면 꽤 넓은 아파트 마당을 오래도록 거니는 게 제 습관입니다.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에 마냥 눈을 던지거나 졸고 있는 아드님들(남편을 비롯한 형제)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도 않고 답답해서 저 나름대로 고안해 낸 시간 죽이기입니다. 마당 한켠 유난히 고운 잎을 달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저는 그 나무에게 늘 안부 인사를 전하고 오는데 그 잎을 보면 그 옛날의 어머님의 예쁜 치마가 떠오르곤 합니다. 큐피트의 화살보다 더 정교하게 파고드는 가을의 미소라면 망설이지 말고 받으소서, 미오새님. 미오새님의 미소가 온통 햇살로 번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머님을 그리시는 시인님의 정서가 전해옵니다. 늘 분방하심에도 배려 잃지 않으심에 감사드립니다. 미오새님, 시인님. 고맙습니다.

김정흠 2007. 09. 14. 오후 01:13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포아풀님의 마음속에. 마당 한 켠에 유난히 고운 잎을 달고 있는 나무, 포아풀님이 아닌지요. *^^* 홍시를 매달고 선 감나무는 어떨까.. 가을을 대상으로 생각해봅니다. 주렁 주렁 홍시를 팔에 달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홍시 보시를 하는.. *^^* 아름다운 감나무가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 두고 갑니다. *^^*

이옥경 2007. 09. 14. 오후 01:58

여름은 태양이 뜨거워 선글라스로 모자로 온통 가리지만 가을의 볕은 정겨워 일부러 등을 들이대곤 하지요. 가끔 동백의 두껍고 초록짙은 잎사귀를 닦을때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이 꼭 도련님 포마드 기름 쪽 발라놓은 것 같아 예쁜치장에 웃음짓곤 합니다. 그때 윤이나는 잎사귀에 가을햇살이 비취이면 그 잎사귀는 화살이 되어 하얗게 '탕'하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 같은 착각을 갖곤 했지요. 눈부셔 가늘게 떴던 눈을 깜짝 놀라 다시 뜨고 보면 잎사귀는 그대로인데 웬 착각인지...동백잎 위 반사되는 햇살을 쬐며 한가한 오후놀음을 즐거워했던 생각이 나네요. 시인님의 결고운 시가 늘 저에게 추억을 상기시키곤 합니다. 정말 가을이 오는 듯 해요...가끔 보도에 떨어진 때이른 낙엽이 그러한 생각을 들게 하네요...봉평에서 보았던 잠자리가 코스모스가 국화가 벌써 가을을 맞이하던 걸요. 고운시속에 폭 빠졌다 갑니다.^^

미오새 2007. 09. 14. 오후 03:50

*포아풀님... 지난 밤 어디 꽃밭에서 주무셨는지, 오늘 따라 왠지 상기된 모습에 그 걸음걸이, 나비처럼 가벼워 보이고, 봄날 아침햇살에 바다 안개 걷히며 서서히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는 분홍빛 해당화처럼 그 모습, 신비롭게 보이는군요. 그 아름다움과 여유는 어디로 부터 오는 것인지... 엄마없는 얼라들이라 명절 돌아오는 게 싫기만 한데.... 명절준비로 포아풀님은 바쁘시겠지요? 즐거운 휴일 보내시기 바람니다, 포아풀님 !

포아풀 2007. 09. 15. 오전 11:04

가을이 왔나봐요, 제마음속에. 김정흠님 말씀처럼 웃음을 보시하는 나무가 되고 싶네요. 김정흠님이 두고 가신 마음을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동백의 두껍고 초록짙은 잎사귀를 닦을때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이 꼭 도련님 포마드 기름 쪽 발라놓은 것 같아 예쁜치장에 웃음짓곤 합니다. 그때 윤이나는 잎사귀에 가을햇살이 비취이면 그 잎사귀는 화살이 되어 하얗게 '탕'하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 같은 착각을 갖곤 했지요.\" 이옥경님의 글이 바로 시가 되어 들어옵니다. 힘드셨지요? 어서어서 몸 추스르셔서 늘 건강한 모습 뵙기를 바래요. 미오새님의 글이 날로 감성과 낭만의 겹을 더하고 있음을 아시는지요. 혹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읽는 비법이라도 있으신가요. 상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 배려를 배우고 싶어요. 명절준비라야 별 거 없지만 마음만 바쁘네요. 김정흠님, 이옥경님, 미오새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시길 바래요.

미오새 2007. 09. 20. 오전 10:06

*포아풀님. 사색의 향기에 오시는 많은 회원님들중, 누구하나 소홀함이 없이 알뜰살뜰 챙기시는 자상스런 대모님같으신 포아풀님 덕분에 미오새의 감성이 많은 자극을 받았을꺼예요. 항상 좋은 만남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생각을 집중해 보지만 생각과 표현의 한계를 절감하기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추석 다음날 음력 8월 16일 서울의 월출 예정시간은 5시 58분 쯤 이라는군요. 달이 뜨고 1시간 쯤 지나 갓 태어난 아기모습이 달빛에 어려있는지, 세상을 박차고 나온 놈의 첫 울음소리가 바람 결에 들리는지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수십 몇년 전 쯤의 모습이 우주를 몇 바퀴 쯤 돌고 돌아 이제야 보일지도 모르잖아요... 포아풀님..! 즐겁고 풍성한 명절, 한가위 되시기를 바람니다. 일상속의 긴장을 조금은 풀어도 좋을 명절과 휴일이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은 조금도 흐트리지 마시구요.

손일갑 2007. 09. 21. 오전 11:43

풍요로운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포아풀님도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을 보내시고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포아풀 2007. 09. 22. 오후 12:11

미오새님, 손일갑님 방문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행복한 웃음도 맘껏 챙기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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