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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3부 사랑 해운대 깊은 밤

한민 2007. 09. 18. 오후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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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백사장이 내려다보이는 벤치. 
  밤이 깊어갈수록 가로등 불빛은 은하의 얼굴을 더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가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며 눈을 붙이고 있는 동안 해운대 밤거리는 크고 작은 얘깃거리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멀리 수평선 너머 오징어잡이 배의 하얀 조명,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군데군데 앉아있는 연인들, 
  이들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가는 커피 아줌마,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 더 길게 늘어선 가로등, 
  시커먼 남쪽 바다를 삼면으로 둘러싼 높고 낮은 건물들의 네온, 
  조깅하는 외국인, 
  작업을 거는 젊은 남자, 
  싫지 않은 듯 단호하지 않은 여자, 
  가로등 아래 전시된 그림, 
  바람에 넘어가는 이젤을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머리를 뒤로 묶은 남자,   
  모래사장 끝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여자, 
  조금 떨어진 곳에 깊은 사색에 잠긴 양복 입은 남자. 

  은하는 민채의 가슴을 따라 스르르 쓰러져 그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누웠다. 무릎 위의 그녀는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민채는 은하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녀의 머리를 가지런히 하기 위하여 머리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려 한 손으로 은하의 긴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그의 무릎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민채는 그의 가방에서 침낭을 꺼내들고 은하를 덮으려는 순간 그녀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눈을 뜨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고파.” 
  큰 도로에 인접한 거리는 해운대 밤바다와는 대조적으로 온통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둘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은하는 눈에 띄게 얼굴빛이 핼쑥해 있었다. 

  한국콘도 입구에 마침 대구탕 집이 눈에 띄었다. 
  둘은 땀을 흘리며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시원하다.’고 느꼈다. 
  정신을 차린 듯 은하는 바로 옆에 위치한 25시 마트에서 쇼핑을 했다. 
  민채는 객실에 들어서자 바다가 보이는 큰 유리창이 눈에 띄었다. 
  그는 그 넓은 곳으로 빨려 들어갈 것 만 같다고 느꼈다. 

  은하는 까만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리더니 양주 한 병을 꺼내들면서 말했다.
 
  “2라운드 시작.” 
  “괜찮니?” 
  “추억 만들기도 2라운드고 오늘 술자리도 2라운드네.” 
  “피곤해 보이는데?” 
  “걱정마, 민채씨 보다는 내가 잘 마시잖아.” 

  창가의 테이블에 앉은 은하는 이미 할 말을 다 해버린 건지 아니면 민채의 말을 기다리는 건지 아무 말도 없이 술만 마셔댔다. 민채는 잔을 입에 대는 시늉만 하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그런 은하를 바라보기만 했다.
  갈색의 양주가 반 이상 투명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술잔을 부딪쳐 놓고는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침대로 가서 드러눕더니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민
채는 은하의 윗도리를 벗겨 옷장에 걸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 위로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껐다.
  에 나란히 늘어선 가로등이 시커먼 밤바다를 둘러싸고 있었다. 민채는 술이 그대로 남아있는 은하의 잔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민채는 은하가 건배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은하의 잔에 따라 두었던 술을 마셨다. 묘한 자극이 민채의 식도를 태우며 흘러내렸다. 

  한잔 두잔 마시던 민채는 이불 속에서 답답한 듯 뒤척거리다가 이내 평온한 얼굴을 하고 누워있는 은하의 모습이 어느 순간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자 어느새 앉은 채로 잠들었다. 

  문득 잠에서 깨어난 민채는 새벽이 시작되는 창가에서 바라보는 은하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민채는 가방 속의 속옷을 꺼내어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샤워기를 차갑게 조절하였다.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물은 머리를 적시고 온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민채가 욕실에서 나오자 이불을 걷어찬 은하의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그는 창밖을 내다보며 주섬주섬 체육복을 꺼내 입고 은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불을 들어 올려 은하를 덮으며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일어섰다. 운동화 끈을 조인 민채는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잠그고 긴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바다가 수평선부터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민채가 방으로 들어온 것은 먼동이 훤히 트고 새벽바닷가 특유의 번잡스러운 움직임들이 보일 때였다. 은하는 일어나 앉아 벽에 등을 기댄 채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벌써 일어났어? 좀 더 자지!”   
  고개를 돌린 은하의 눈이 부어있었다. 
  테이블 위의 양주는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잠들어 버리면 새벽에 일어날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조선비치호텔까지 달리다 왔어. 새벽 모래사장을 꼭 뛰고 싶었거든.” 
  “혼자 있는 건 싫어.” 
  “깊이 잠들었길래.” 
  “네가 나가고 바로 눈을 떴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잠이 오지 않았어. 술이 조금 남아 있어서 한잔 마시고 다시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 거야. 한참을 기다려도 들어올 기미도 보이지 않고. 나를 거부하는 것이라 생각했어.” 
  “너 바보지? 왜 그런 생각을 해! 피곤할 텐데 조금 더 자.” 
  “.........” 
  “샤워하고 나올게.” 
  민채는 욕실로 들어갔다.
  부시시한 표정을 들켰다는 생각에 잠시 얼굴을 붉힌 은하는 이불을 가지런히 하고 온통 모래투성이의 방바닥을 쓸고 나서 민채 신발의 모래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샤워를 끝낸 민채가 속옷차림으로 나오자 은하는 그제서야 기분이 나아졌는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침 차릴 테니까 그 동안 이라도 잠시 누워.” 
  땀을 흘렸지만 찬물로 샤워한 민채는 새벽공기가 다소 차다고 느끼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직까지 이불 속에는 은하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민채는  나른하게 다가오는 잠의 유혹 속으로 유영하듯이 빨려 들어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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