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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3부 사랑 추억만들기

한민 2007. 09. 24. 오후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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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서 추운 겨울을 위로하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소양호의 수면에서 반사되는 태양빛이 하늘까지 닿을 듯 한 따뜻한 겨울 오후는 매점 한구석의 군고구마 굽는 냄새와 함께 익어가고 있었다.
 소양호의 수면 위로 반사된 빛줄기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줄기와 만나서 황금으로 내리는 장대비를 연상케 했다. 

  현찬이 운전하고 미나는 쉴 새없이 그와 이런 저런 말들을 주고받고 있는 동안 민채와 은하는 뒷좌석에 앉아서 동해의 절경을 감상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그들이 경주를 향하여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깎아지른 듯한 괴암 기석이 바다 위에서, 해변 가에서, 도로 가에서 쉴 새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고 뒤로 재빨리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바람이 차서 은하가 유리창을 올리자 민채는 그녀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소양호에서
 

   가녀린 손끝으로
  진한 커피향이 흐르면 

  가만히 있던 호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줄기 따라 

   금색 실을 하늘로 실어 보내고
 
  그녀의 눈동자에 
  눈부신 햇살 움켜쥐는 
  둥실 떠있는 하얀 구름. 

  몇 번이고 읽어보던 은하가 민채에게 눈웃음을 띄고 손을 꼭 쥐며 말했다.
 
  “강 시인님, 마음을 훔치는 기술이 탁월하시군요.” 
  “너희들 아까 얘기에 정신없을 때 테이블 위에 누군가 낙서한 내용이야. 글이 괜찮길래 옮겨 적어봤지. 아까 네 모습이랑 잘 어울려서.” 
  “상관없어! 네가 적어서 나에게 준 첫 번째 글이니까!” 

  은하는 메모지의 글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곱게 접어서 수첩 깊숙이 소중하게 보관했다.
 현찬과 미나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아직도 손바닥을 쳐가며 저들만의 얘기에 정신이 없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겨울 바다는 해변의 시커먼 바위에게 쉴 새 없이 다가오며 하얀 물보라를 만들고 있었다. 하얀 물보라는 공중에서 산호초처럼 얼어붙을 것처럼 떠 있다가 이내 검푸른 바다와 바위 위로 떨어졌다. 은하는 물보라를 보면서 목월의 시에 나오는 정이 익는 작은 동네의 굴뚝에서 올라오는 하얀 연기를 느끼는 중이었다.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석양은 각양각색의 기암절벽들을 천천히 어둠 속으로 내몰고 있었다. 간간히 떨어지는 태양이 마지막 아쉬움인양 절벽 언저리를 잡고 있으면 검붉은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지는 착각 속에 그들의 입은 벌어져 다물 줄을 몰랐다.
 

  그러나 냉정한 시간은 아쉬움마저 묻어버리고 일행은 어느새 경주에 도착했다.
 

  시장기는 그들의 생각을 확고하게 하나로 묶는데 일조했다. 
  배낭을 방한구석에 풀어놓고 서둘러 라면을 챙긴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자버너의 불을 켜고 물을 끓이고 라면을 자르고 고추를 썰고 난리 법석을 떨었다. 마트에서 산 햇반은 전자레인지에서 데워졌고 김치봉지 위쪽 가장자리가 가위로 잘려나갔다. 

  순식간에 차려진 저녁상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라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허겁지겁 먹어대면서 눈 깜짝할 새에 깨끗하게 비우자 미나가 말했다.
 
  “와, 설거지 할 게 없어서 좋겠다. 민채씨 오늘 민채씨가 설거지 당번이잖아. 현찬씨와 교대로 하기로 정한 거 기억나지? 둘이 의논해서 함께 하든지.” 

  현찬이 말했다.
 
  “은하씨 상당한데. 오늘처럼 매일 먹으면 민채가 감당하기 힘들겠는데.” 
  은하가 눈을 흘기며 웃으며 말했다. 
  “혼자 먹을 때는 많이 못 먹어요.” 
  민채가 말했다. 
   “시장이 반찬이라잖아. 잘 먹는 게 좋아. 나는 보기 좋던데.” 
  현찬이 전자버너위의 작은 접시를 발견하고는 집어 들면서 말했다. 
  “지금 먹고 흔들어 주지 뭐.” 
  그가 가지고 온 접시에는 고추를 듬성듬성 자른 게 담겨져 있었다. 
  모두가 박장대소하고 미나는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댔다.
  설
거지가 끝나자 모두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갑자기 차가워진 바깥 날씨로 인하여 외출은 포기하기로 했다. 은하가 종이컵에 커피를 탔다. 미나는 냉장고에 보관했던 맥주를 가져왔다. 마른안주와 김이 덩달아 제자리를 잡았다. 

  갑자기 현찬이 민채의 소매를 끌고 유리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갔다. 현찬이 담배를 입에 물고 어색한 침묵을 이어갔다.
 

   민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담배는 안 피우더니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어?” 
  “해운대는 좋아?” 
  “동문서답하시네. 가볼 만 해. 내일 어차피 들릴 텐데 뭐.” 
  “은하랑 어디까지 갔어?” 
  “새삼스레 그런 걸 묻고 그래?” 
  “미나가 허락을 안 해. 키스까지는 했는데.” 
  “너 네 우리보다 훨씬 자주 만났잖아.” 
  “그랬지, 만나면 뭐하냐. 매일 영화보고, 밥 먹고, 술 먹고, 기껏해야 노래방가고.” 
  “지난번에 새벽까지 안 들어온 날도 여러 번 있었잖아.” 
  “억지로 여관까지는 갔는데 미나가 날 믿는다고 하면서 결혼하는 날 전부 주고 싶데.” 
  “생각보다 보수적이네.” 
  “그런 것 보다는 내가 조금 부족하다고 여기나봐.” 
  “설마 그럴 리가.” 
  “만나면 주제가 주로 너와 은하의 결과에 대해서야. 미나는 은하에게 묘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고 너를 이상적인 남자라고 말한 적이 있어.” 
  “현찬아, 나는...” 
  “그래 알아, 네 책임이 아니지. 나도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항상 가슴에만 담아두었었으니까.” 
  “나는 미나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은하도 내속에 들어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네가 잘 알잖아.” 
  현찬이 헛기침을 하자 민채가 그의 등을 두드리며 들어가자고 했다. 
  은하와 미나는 어느새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현찬과 민채가 자리를 잡고 앉자 미나가 그들의 잔을 채웠다. 

  민채가 잔을 들며 건배제의 하겠다고 했다.
 
  “오늘은 신혼여행 예행연습이다. 그 아름다운 밤을 위하여.” 
  은하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민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미나가 현찬에게 눈을 흘기자 현찬이 빨개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미,민채는 역시 멋있어!” 
  순식간에 냉장고에 있는 술이 동이 나고 말았다. 

  민채는 은하의 손을 잡아끌었다. 
  은하는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 가방을 챙겼다. 
  민채와 은하는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 옆방으로 갔다.  

  미나가 현찬에게 말했다.
 
  “민채씨 생각보다 터프하네. 현찬씨가 뭐라 했길래.” 
  “아무 말도 안했어. 그런데 자기 졸업하고 미국에 가있는 동안 나 어떡해?” 
  “오늘 자기 하는 것 보고 말해줄게.” 
  “또 믿는다고 말하려고?” 
  “당연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확실하게 리드해야 진짜로 믿을 수 있는 거 아냐?” 
  현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찬씨는 착해, 하지만 남자다운 게 약해.” 
  “아 알았어. 오늘은 남자답게 할게.” 
  현찬은 오늘따라 미나가 더 사랑스럽다고 느끼며 그녀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경주의 밤이 시나브로 깊어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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