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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
박종영 2007. 10. 21. 오후 04:19
3703
박종영 2007. 10. 21. 오후 04:19
3703
곡예
- 박종영
해거름 은사시나무 가지 끝에 거미 한 마리
바로 눈앞에서 주르룩 은빛 사다리 타고
하강을 멈춘다잠시 동안 두 개의 다리를 얼기설기 꼼지락거리더니
내려온 줄을 타고 다시 기어오른다
두 개의 줄을 번갈아 엮어가며 네모꼴의 집을 짓는다보일 듯 말듯 간격이 맞고 틈새의 탈출을
허락하지 않는 정교한 이중의 망이 촘촘하다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포만의 예비가 심상치 않다먹이를 기다리는 절정의 순간에서
거미는, 어떤 심장의 박동을 재고 있을까?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그물의 중심에서 파닥거린다함부로 방심한 질주가 기어이
끈끈한 그물코에 걸려 발버둥이다
달려가 굵은 앞다리로 감아 쥐는 민첩한 흡입이 섬뜩하다
이미 실신한 잠자리의 애처로운 눈빛과
생명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세상의 분노가
노을 안에서 함께 타오른다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향해 촘촘한 그물을 치고
어지러운 세상의 분노를 가두어야 하는가?
댓글 1개
포아풀
2007. 10. 22. 오전 09:57
세상을 향해 호령하고 한 손에 모든 것을 거머쥘 것도 같은데 내 촘촘한 거미줄에 걸리는 것은 지나는 바람의 흔적 뿐... 그러나 분노를 쥔다한들... 행운을 거머쥔다 한들... 오늘도 생의 곡예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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