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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사 3.

산수재혜랑 2008. 01. 14. 오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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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寺 3 - (꽃등 걸던 겨울)


갈바람 스치듯 지나면 쉬이 겨울 오는
무명사의 앞뜰은
눈 한번 올라치면 일찌감치 동한거에 든다..

여름내 입에 풀무질하며 젊은 상좌가 해놓은
나무땔감은 산처럼 든든한데
온종일 사람의 그림자조차 없다.

산문 입구에 쌓인 눈에는
동자승 발자국과 새 발자국 둘만 나란히
친구가 된다..

어둠해진 저녁이면 콜록하는 기침소리에
노스님은 마른손에 꽃등 들고 나와
꽃등을 건다..

젊은 상좌가 툴툴거리며 뺏으려 해도
한사코 손사레를 치며
한날 빠짐없이 꽃등을 곱게 건다..

- 아아
젊은 상좌는 봄이 와서야 알게되었다..
노스님이 기필코 손수 꽃등 걸었던 이유를..

새봄이 오면
 먼 길 가시려
그 겨울 준비하고 계셨다는 것을..

꽃피고 새 울면...
그리 곱게 가시려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Caravansary - Kitaro

 

그대 어느 곳에 계시든지..


 

댓글 1개

포아풀 2008. 01. 14. 오후 09:47

스님들 동안거든 산사엔 적막만이 웅크리고 앉았고 이따금 포로롱 날아가는 산새의 언 부리가 더욱 발갛지요. 댓돌에 얹힌 털신에 조막만한 햇살이 들어앉아 연신 잔기침을 쏟지요. 노스님이 건 꽃등이 밝힌 먼 산사 뜰을 거닐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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