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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연가1

박종영 2008. 01. 16. 오후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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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연가1

                - 박종영 -

긴 겨울밤의 외로운 땅을 적시더니
사뿐히 가벼운 날개를 멈추고,

맥없이 구부러진 늦가을 쑥부쟁이
마른 잎에 얹혀 은빛 웃음을 자랑하는 것은,
환희에 찬 눈꽃의 요정임을 안다.

하찮은 세상의 시름을 골고루 덮어주는 일이야
생각하기에는 너무 과분한
쌀밥 한 그릇이 배부르게 차오른다.

산 새의 발자국을 따라
첫 새벽 산을 오르던 시간에도
청솔 가지에 얹힌 희디흰 옷깃을 안아주면
수줍게 반기던 하얀 웃음들,

차가운 바람이 손 저리게 부는 날
느슨한 산모퉁이 휘감고 달리는
갈대의 마른 웃음은 더딘 철새의 귀향을 부추기고,

봄이 저만치 비켜서서 종종걸음이다
기척으로 알아차리는 매화 꽃눈,
넉넉한 빛으로 떠받치는 강바람이
옹골지다.


 

댓글 1개

포아풀 2008. 01. 17. 오전 01:19

고봉의 쌀밥 한 그릇이 배부르게 차오르네요. 춥다지만 넉넉하고 푸근한 겨울입니다. 이는 아마도 눈 덕분인듯 해요. 삭막함을 눈이 다 지워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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