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세상의 줄기를 타고 오르다

포아풀 2008. 04. 04. 오후 09:31
5931
아이구, 내 이쁜 깻망아지들. 우리들의 통통한 볼살을 잡은 어머니, 가끔 애정표현을 했는데 그 깻망아지가 깨벌레라는 걸 훗날에야 알았다 누에 몇 배 되는 연녹색 몸집의 그게 왜 하필 우리의 애칭이 되었을까, 유심히 들여다 본 적 있었다 보호색을 띠고 줄기를 타고 오르던 그것들이 어머니에게는 당신 새끼들의 이쁜 꼬물거림으로 보였을까 누에처럼 고치도 못 짓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벌레가 뭐 그리 대수로울까, 했지만 깻망아지의 술렁거림이 잦아질수록 참깨꽃은 이를 물고 악착같이 피었고 꽃 진 자리 동그랗게 맺힌 집에는 짱짱하게 여문 참깨가 그득 들어있었다 어머니의 푸른 깻망아지들, 삼남매 환하게 술렁거릴 때 어머니의 생도 짱짱하게 여물었을까 당신의 깻망아지, 오늘도 세상의 줄기를 타고 오른다

댓글 13개

김문숙 2008. 04. 05. 오후 12:57

포아 폴 님의 작품엔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 하였더니 애정많으신 어머님의 웃음과 사랑의 언어와, 사랑의 행복한 꼬집힘이 계셨음이네요 포아폴님이 그리 부지런히 술렁 거리셔서, 향기멜 꽃대가 더 우람하게 자라고 다닥 다닥 열린 깨송이가 그리도 고소하고 야무지게 잘 여무는 게로군요. 2008.04.04

포아풀 2008. 04. 05. 오후 09:37

과분한 말씀인걸요. 아직은 생것이라서, 분주한 술렁거림만 있어서 부끄럽습니다.

꿈꾸는어린왕자 2008. 04. 06. 오전 03:43

아.. 글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아름답게 피는 꽃일 수록, 시련은 있다. 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이날 가슴에 훈장처럼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았을 때, 예전 어린 자식들이 부모에게 해달라, 그리고 자식들이 살아오면서 겪게 했던 힘

봄 2008. 04. 07. 오전 10:00

고개숙인 연보라빛 하얀 초롱 얼굴에 솜털이 보송거리던 날 햇빛이 환하게 웃고 있었지요 꿀벌이 웅웅거리며 아담하게 들락 거리더니 꼬리에 뿔난 큰박각시나방애벌레도 고햘하늘로 기어 오르며 참깨 같은 날들을 갉아 먹었지요 그러나 햇빛은 참깨를 널어 말리고 깨알같은 그리움속으로 꼭꼭 숨은 어떤 시인의 삶은 오늘도 고소한 햇빛을 입안 가득 곱씹고 있네요 짱짱한 침묵 속에서도 연두빛 깻망아지 나방되어 참기름 같은 오늘을 찾아와도 원망없이 이 잔인한 4월을 눈부시게 하네요 이 봄날을 출렁거리게 하네요

포아풀 2008. 04. 07. 오후 09:13

\"아름답게 피는 꽃일수록 시련은 있다.\" 그렇지요. 깻망아지의 술렁거림이 잦으면 사실 깨꽃이 피어 깨가 맺히기까지 많이 힘들지요. 역설적이라고 할까요, 시련이 있기에 더욱 애쓰는 삶이고자하는... 꿈꾸는 어린왕자님의 고견 고맙습니다. 봄님... 발자국을 찍고 돌아서시는 뒷모습에 동경의 시선을 얹습니다. 따사롭고, 정겹고, 해박하고... 그러나 저만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낯익음을... 배려의 마음이 깃든 흔적임을... 감사합니다. 봄님의 사월이 눈부시기를 기원합니다.

미오새 2008. 04. 08. 오전 11:10

* ..\"봄\"님께 왜, 이름을 \"봄\"이라 하셨습니까. 계절이 바뀌면 그 때 쯤에나 다시 오실려고 \"봄\"이라 하셨습니까. 그럴 요량이시라면,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같은 1년을 15일 간격으로 세분한 절기의 이름따라 오세요. 아니, 그래도 그 발걸음 뜸 해 보일 것 같으니 아예 달 이름으로 오세요. 초승달, 상현달, 만월, 하현달, 그믐달같은 음력 한달에 다섯번쯤 바뀌는 달 이름으로 오세요.

미오새 2008. 04. 08. 오전 11:30

*포아풀님.. 며칠 전 이메일로 전달된 뉴스레터 중에, 무등산 아래 어느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그 선생님은 학급아이들이 지각을 하면, 회초리를 들거나 화장실 청소를 시키지 않고,한편의 詩를 외우게 한다는 군요. 그 학생들에게 포아풀님의 시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하늘 가신 엄마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깻 망아지\"라는 어머님의 표현이 돋보여서, 아무래도 포아풀님의 싯적 재능은 어머님께 물려 받으신 느낌. *지각한 학생들에게 시를 외우게 하는 그 선생님의 정서가, 미오새의 첫사랑쯤으로 기억되는, 그러나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았던 국민학교 2학년 때의 담임선생님과 너무 비슷해 보여서 기회가 되면 먼 발치에서라도 한 번 보고 싶어집니다.

최인구 2008. 04. 08. 오후 12:45

깻잎인생 똥 냄새 나는 밭에 홀로 버려진 것이 내가 태어난 출생의 비밀이다. 그 아픔을 딛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따가운 햇살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야 했던 것이 내가 사는 방법이었다. 어느덧 나의 육신은 무럭무럭 자라나 깻잎이 되어 사람들에게 고소한 향과 찬거리를 제공하는 쓸만한 식물로 취급받는다. 젊음이 가실 무렵 내 인생에 화려한 깨꽃을 피우고 세상에 온 흔적을 남기기 위해 씨앗 만드는 작업에 열중한다. 깨꽃이 지고 나의 인생도 황혼기로 접어 들자 인간들이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며 모진 타작 매를 치며 내 품에 숨어 있던 참깨를 모조리 털어간다. 이것이 내가 태어난 업보라 생각하니 빼앗긴 것이 차라리 후련하다. 정신을 잃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초라한 내 몸둥아리 아궁이 속에서 타박 타박 거리며 붉게 타오르고 기어이 하얀 연기되어 이생에 작별을 고한다. 굴뚝을 빠져 나오는 순간 나의 진정한 출생의 비밀을 알았다. 한 낱 재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을… 글 / 최인구 2005년 심심한 가을 오후...

김문숙 2008. 04. 09. 오전 01:29

어느 손가락에 끼이건 어느 발목 다리에 걸어 놓건 금 고리는 금고리 아름답지요.

포아풀 2008. 04. 09. 오후 09:29

미오새님, 그 선생님 뭔가 남다르시군요. 오늘 어찌 보내셨나요. 비오는 봄날의 정취가 차창 밖으로 곱게 흐르더군요. 혹 이런 날 먼 곳의 어머님이 더 그리워지시는 건 아닌지.. 눈부신 사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오새님. 최인구님, 문학적 재능이 넘치시는군요. 제 재능이 바닥을 보이는 것관 대조적이네요. 언제 제 주막에서 미오새님과 한 잔...? 얼른 주막 하나 내야 할텐데.. 성원해주세요. 김문숙님, 그 금고리 어디에 있나요. 저도 보여주세요. 욕심만 앞설 뿐 보이질 않네요. 함께 향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미오새 2008. 04. 09. 오후 09:57

*방금, 포아풀님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이별의 대전역 같은...모습이 보여도 만날수는 없는..오호 통재라.. 지금 9시 50분 쯤 되었나요, 그런데 지금 너무 졸려요, 그럼 내일..! 졸린 눈 비벼가며 인사드립니다, 포아풀님, 안녕히 주무세요..!

유민자 2008. 04. 10. 오전 11:47

포아폴님의 \"분주한 술렁거림\"이 깻망아지 모습 이었군요. 문학을 한다는 것은 시인님의 마음속으로 들락거려야 한다는 것을 느껴요. 깊이 그리고 고개숙여 그 자리에 앉아 새삼 도란거리고 싶어요. 포아폴님의 고운 시심따라!

포아풀 2008. 04. 10. 오후 02:10

미오새님, 살며시 지나가려고 했는데 들켰네요. 제 치맛자락이 보일 듯 말듯 하지 않으셨나요. 미오새님이 오실쯤인 걸 알았으면 좀 더 머물렀을 것을... 그러나 저도 졸음이 밀려와서... 봄밤이 피곤하셨군요. 한 주 잘 마무리 하시기를 바래요. 유민자 선생님, 어느 수필가님의 마음으로 제가 슬몃 들어가고 싶은걸요. 그래서 함께 도란거리고 싶음을... 그 고운 삶의 시선도 따라가면서... 잘 지내시는지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저도 따라 흉내 내려 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