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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무

한민 2008. 04. 26. 오후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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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영이는 우리 반에서 운동을 제일 잘 합니다. 
  그리고 공부도 잘해서 반장 혁이와 함께 일, 이등을 번갈아 합니다. 
  준영이는 매일 체육복을 입고 축구화를 신고 학교에 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준영이는 항상 축구를 합니다.


  준영이와 한 편이 되면 무조건 이기기 때문에 친구들은 모두 준영이와 한 편이 되려고 기를 씁니다. 준영이는 그 전날 같은 편이었던 친구는 다음날 다른 편이 되게 해서 골고루 이길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유독 나만큼은 항상 자기편이 되게 해서 늘 시합에 이기곤 합니다.

  아이들이 그런 준영에게 불만을 얘기하면 준영은 이렇게 얘기 합니다.

  “철이는 작아서 어느 편에 가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내년에 전학 가잖아. 다른 학교가면 한번도 이길 기회가 없을지 몰라.”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선생님이신 아빠는 내년에 창원으로 발령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집에 할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오실 때 마다 정말 맛없는 약을 지어오십니다.

  아빠는 어른이시라서 참고 잘 마시지만 나는 생떼를 쓰고 엄마가 사탕을 들고 오랫동안 서있어야 겨우 마십니다.

  할아버지는 가시면서 “철아 넌 우리 집안의 종손이야. 건강해야 해.”라는 말씀을 빼놓지 않으십니다.


  할아버지께서 다녀가시고 나면 엄마는 한숨을 푹푹 쉬십니다. 틀림없이 맛없는 약을 다 먹을 동안 나와 벌일 피곤한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일겁니다.


  어느 날 방과 후였습니다.

  그날은 학원 개원 기념일 이어서 학원이 쉬는 바람이 학원차가 없는 날이었습니다.
  준영과 함께 교문을 나서는 길이었습니다.

  중앙아파트 모퉁이에서 중학교 형들이 우리를 오라고 했습니다.

  겁이 나서 형들이 시키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준영이는 나의 손을 꼭 쥐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중학교 형들 중 한명이 우리에게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준영은 하나도 겁이 나지 않아 보였습니다.


  “형아, 소리 지를 거다. 그리고 그 교복 동산중학교 교복이지.”


  다가오던 중학교 형은 한참 준영을 쳐다보다가 있던 자리로 되돌아갔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준영의 집에 들러서 엄마에게 전화하기로 했습니다.

  준영의 집은 서산아파트로 인근에서는 제일 작은 평수의 아파트였습니다.
  엄마친구의 차를 타고 이 앞을 지나갈때 들은 이야기 때문에 알고 있었습니다.

  \"에휴, 이 거 짓고 동네 분위기 다 망쳤어.\"  
  \"그러게, 꼬질꼬질 한 것들 땜에 얘들이 영향 받을까 그게 두려워.\"
  준영이가 그렇게 '꼬질꼬질' 한데서 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준영의 집에 들어서자 깨끗하긴 하지만 남루한 가구와 옷가지들이 한 번 더 놀라게 했습니다.  준영과 함께 숙제를 하는 동안 준영의 어머니께서 들어오셨습니다.


  그의 엄마는 정수기 코디를 하는 분이셨는데 준영이 저녁을 차려주고 다시 일하러 나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준영의 엄마는 얼굴을 붉히시면서 창을 차려주시고 서둘러 나가셨습니다.


  준영의 어머니께서 차려 주신 상은 밥과 김치 그리고 데운 찌개가 전부였습니다.

  우리 집과 많이 비교가 되었지만 티를 낼 순 없어서 마지못해 수저를 들었습니다.

  준영은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덩달아 나도 정신없이 밥그릇을 비웠습니다.


  저녁을 먹고 축구공을 가지고 놀이터에서 공을 찼습니다.

  이미 축구가 한창인 놀이터에는 준영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보다 두 세 학년은 더 돼 보이는 형들이 친구라며 함께 공을 찼습니다.


  어둑해지고 준영의 집으로 가방을 가지러 가면서 준영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아빠는 뭐하시는데?”

  “돌아가셨어. 작년에.”

  “학원은 안다녀?”

  “예습 복습만 하면 매일 공차고 놀아도 다른 애들 보다 잘할 수 있어. 학원은 중학교나 가서 다닐까 해.”

  “축구는 언제부터 했어?”

  “작년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처음엔 너처럼 못 찼어. 형아들이 끼워주지도 않았으니까.”

  “아까 중학교 형아들 안 무서웠어?”

  “왜 안 무서워, 그런데 그 형아들은 세게 나가면 안 건드려. 한 두번 해봤는데 그때 마다 성공했어.”


  엄마는 준영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준영과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상연락망에 있는 준영의 집 전화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도 받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오자 거실 탁자 위에 하얀 사기그릇에 담긴 시커먼 약과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엄마가 사탕을 들고 서있었습니다.


  나는 약사발을 들고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엄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면서 사탕을 내밀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사탕은 아빠 드리세요. 마실 때마다 얼굴을 얼마나 찡그리시는지.”


  나는 그날 이후로 준영이와 함께 매일 공부하고 공을 찼습니다.
  아침에는 아빠를 깨워 아파트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여름방학이 지나면서 키가 한 뼘 이상 자랐고 성적도 준영, 혁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서 우리는 삼총사로 불렸습니다.
  다니던 학원을 끊었는데도 오히려 성적은 오르니 걱정하시던 엄마도 아무 말도 못하시는 게 통쾌하기 까지 할 정도입니다.
  준영이와 함께 매일 축구를 한 탓에 얼굴도 까무잡잡해져서인지 이제는 할아버지께서 약도 지어오지 않으십니다.


  전학 온 학교는 운동장이 꽤 넓습니다.

  오늘도 점심시간에는 게임을 하기로 되어있습니다.

  편은 가위바위보로 결정합니다.

  친구들은 가위바위보가 끝나면 내가 이겼는지 졌는지를 궁금해 합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할아버지가 지난겨울 방학에 돌아가신 것입니다.

  창원에 오시면 오늘처럼 건강한 손자의 모습을 보여 드렸을텐데.



  공이 길게 날아오고 있습니다.

  발끝에 걸린 공은 여지없이 골문으로 빨려들어 갑니다.

  친구들이 하이 파이브를 합니다.


  하늘이 무지 푸릅니다.

댓글 3개

김문숙 2008. 04. 26. 오후 03:48

고맙습니다. 하늘이 무지 푸르고, 제 마음도 무지무지 파래 졌읍니다. 그 작고 사랑스럽던 아이들은 다 어디에서 무얼 하는 지---

포아풀 2008. 04. 28. 오전 09:15

새로운 시도를 하신건가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글을 읽었네요. 건필하세요.

한민 2008. 04. 28. 오후 02:56

아들이 저리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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