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녹색의 창밖에서는

박종영 2008. 05. 04. 오후 05:41
4422


녹색의 창밖에서는

                  -박종영

창밖의 봄이 파랗게 움을 튼다
남풍이 갯내음 앞세우고 나뭇가지에 기어올라
녹색의 피를 적시는 동안
새움이 실눈으로 세상을 엿듣는다.

이팝나무 가로수가 메마른 홀 몸이었을 때
나는 오래전에 갇힌 몸으로
한국병원 입원실 509호의
첫 번째 침대 주인으로 누워 있다.

반듯이 누워 있으므로 한사코
세월의 달음박질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부서진 네개의 갈비뼈를 다스리는 고통은
아주 푸르게 익어가는 시간으로 감내한다.

길게 늘어진 물관을 통하여
백색의 링거액이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생명의 시간이 맥박의 간격을 셈하는 동안,

탄력이 늘어난 혈관 위에
하얀 손 톡톡쳐서 은색 나비 바늘을 꽂는
간호사의 둥근 가슴 소리가 달콤한 것은
창밖의 푸름이 밝은 웃음을 밀어 넣기 때문일까?

이승의 세계가 질척거리며
가여운 생명을 하얀 침대에 눕히는 동안에도
아랑곳없이 창밖의 나무는 아직 남은 녹색의 잎을
피워 올리고 있었으니.

 

댓글 3개

김문숙 2008. 05. 05. 오전 12:15

병상에서 쓰신 것 같은 데ㅡ 그림도 시도 아주 아름답고 건강하십니다. 병상의 시름도 뼈를 상한 아픔도 푸름을 사랑하는 시인님 앞에서는 한 낱 ---- 좋은 시 읽고 갑니다. 빨리 쾌유하시어서 더욱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2008.05.05

포아풀 2008. 05. 05. 오전 09:08

어느덧 그 봄은 여름으로 향하고 있네요. 병실에서 아쉽게 흘려버린 봄날을 뒤늦게라도 만끽하시길 빕니다. 인간사가 이리도 다양하고 다난하네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시련이었던가 봅니다. 시인님의 건강하고 활발한 행보를 기원합니다.

박종영 2008. 05. 07. 오후 12:42

김문숙님 포아풀님 안녕하세요 염려덕분으로 건강한 몸으로 퇴원하였습니다 5월 행운의달에 더욱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