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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기억 속의 여름

포아풀 2008. 06. 03. 오후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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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돌 마냥
외할아버지 들일을 하는 동안
밭이랑 끝에서 나는
토닥토닥 햇살을 만지며 보냈다
노을에 익은 얼굴로
활처럼 굽은 할아버지 잔등에 업혀
해거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부지런한 별은 하얗게 싹을 돋아 올렸다
앞 뜰 대추나무가
연신 달빛을 흔들어대다 잠이 들어도
평상에 둘러앉아 두런대던 별들이
하나 둘 하품을 토해내며 집으로 돌아가도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늘게 코를 고는 할아버지는 잠결에도
검불 같은 손을 내 등에 얹고
알 듯 모를 듯한 몇 마디의 잠꼬대를 해댔고
어머니의 말랑한 젖가슴이 그리운 나는
할아버지의 품을 파고들었다
잠귀 밝은 늙은 개가 바람소리에
달빛을 물고  컹컹 짖어대는 밤은
노루꼬리만큼이나 짧았지만
나는 그 여름밤 오래도록 가슴이 시렸다

댓글 9개

김문숙 2008. 06. 03. 오후 09:55

안스러이 ------지금도 밭 가쟁이에 외롭게 움크려

박종영 2008. 06. 04. 오전 01:13

안녕하세요 포아풀님, 붉은 앵두가 질펀하게 익어가는 여름의 시작이 후덥하게 달려듭니다 어린시절 여름 땡볕에서 호미질에 구슬땀 흘리던 어머니의 얼굴이 눈앞에 서립니다. 귀한시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승하시고 문운을 빕니다. 1

손일갑 2008. 06. 04. 오전 03:44

안녕하세요 포아풀님 슬픔이 가득한 시를 읽어면서 영화 길의 주인공 젤소미나가 생각나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문학기행을 저있는곳과 가까운 영천으로 오시다니 반갑네요

이임영 2008. 06. 04. 오전 04:19

대추나무 하니까 고향 생각이 나네요..이렇듯 단어 하나가 추억을 불러오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결 고운 글 즐감했습니다^^

포아풀 2008. 06. 04. 오전 09:36

김문숙 시인님, 지난번 뵙고 무지 반가웠습니다. 감성도, 정도 많으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박종영 시인님, 모 글방을 나올 때면 시인님의 시, '도서관을 나서며'를 읽곤 하지요. 그때마다 왜그리 반갑던지요. 저 역시 시인님의 문운을 빕니다. 손일갑 님, 길의 젤소미나... 저도 기억해요. 작은 몸집의 눈이 유난히 슬프게 큰... 대구에 계시니 영천이 가깝군요. 그럼 이 기회에 한 번 오셔도... 늘 정겹고 반갑습니다. 이임영 님, 저는 대추나무... 하면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생각나요. 이걸 상표로 내세운 기념품을 매일 오며가며 보니 말이지요. 유난히 햇살에 반들거리는 대추나무 잎은 추억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요. 제 고향의 그 대추나무가 떠오르네요. 고운 흔적 감사합니다.

미오새 2008. 06. 04. 오후 07:28

*먼 기억 속의 여름이지만, 뒤 돌아 손 내밀면 잡힐것 같은 가슴 아릿한 추억이군요. 해의 공연이 끝나고, 하늘무대의 주인공이 별빛으로 바뀌어도 돌아 오지 않는 엄마. 마른 짚에 풀을 섞어 모기불을 피워 놓고 평상에 누워, 별똥별에 엄마 빨리 돌아 오시기를 빌고... 가슴이 시려도 결코 울지 않았던 아이. 공감 할 수 있는 유년의 기억과, 그 시절을 지나 오면서 겪어야 했던 유사한 경험들... ...그래서 포아풀님의 열혈팬이 될 수 밖에...! *포아풀님..유월의 시작이 무척이나 바쁘셨다면, 바쁜 만큼 주머니는 빵빵하게 채우셨습니까?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 처럼..

포아풀 2008. 06. 06. 오전 11:42

유사한 경험... 엄마를 기다리는 호기심 많고 지혜로운 소년을 그려봅니다. 그 소년의 모습이 오늘은 몹시 궁금하군요, 미오새님. 네... 바쁜 만큼 주머니 빵빵하게 채웠지요. 웃음 주머니, 행복 주머니를... 휴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미오새님.

미오새 2008. 06. 07. 오후 10:54

*포아풀님의 주머니는 사랑도 담고, 희망도 담고, 행운도 담는, 참으로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군요.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들던 그때 그시절, 꼬깃꼬깃 구겨진 돈도 나오고, 왕눈 만큼 큼직한 눈깔사탕도 나오던 할머니의 고쟁이 작은 주머니처럼... 포아풀님..! 그냥 한 번 불러 보고 싶었어요.

포아풀 2008. 06. 09. 오전 11:27

그냥... 그냥 이라는 말이 왜인지 그냥... 좋네요, 미오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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