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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

김문숙 2008. 07. 04. 오후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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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

       힌은총/ 김문숙

어떤 시인은
거울을 보며, 거기 비친 너를 보며
마흔 네 단의 돌 계단을
다시 오르고 싶다 노래 합니다.
돌계단에는
모여 있는 돌일 망정  한 줌 흙이 있어
차라리, 풀잎도 편안히 제 뿌리를 뻗고
작은 꽃송이도 피어 나고
작은 열매도 익어 떨어 나지요.  
빗물에 젖어 들듯
그들의 향내도 배어 있지요.
도장을 찍듯
거룩한 음성도 묻어 날 수 있어요.
당신의 기도도 흘러 가지 않고
보는 이가 볼 만큼
거기 큰 손으로 색여 낼 수 있지요.
거기 돌 계단에는 각양 바람이 쉬고
햇빛이 놀고
배어 젖었다가  날아갔다가. 무어든 가능한
여유로움이 살아 갑니다.
잘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평안도 있읍니다.
고층 아파트 시멘트 계단에 숨져 있는
작은 장구벌레의  시체에 적혀 있는  
몇 줄
아프디 아픈  유언 보다 훨씬  낫지요.
화학물질의 배기가스를 내는
시멘트 돌다리를 건너
날마다   꽉 맏힌
에레베이트에 갇혀서
가든지 오든지 변함없이
서로의 찌든 땀 내음에 뒤돌아 서서
수 십층을 오르 내리고
아스팔트 흰색 금 앞에서  
삐죽이 내 밀어진 삶을 저미어 내어야 하고
공기청정기의 도움으로 살아내야 하는 
가여운 이들,  
그들에게
작은 풀꽃을 심어 줄
한 뼘 흙은 어디에
누가   뿌려 줄 수 있을까요.?
승강기 안에 갇혀 있는 한 숨과 원망과 짜증을
후유 한 숨에 불어
씻어 낼 바람
그것은
돌 계단을 오르며 풀꽂과 함께
불어내는 휘파람,

고운 마음으로 부른 당신의  노래입니다.
당신의 삶으로 쓰인 기도입니다.   

댓글 5개

신순식 2008. 07. 04. 오후 03:00

풀꽃이란 말이 참 상큼하네요. 항상 행복하시길 기도 합니다.

김문숙 2008. 07. 04. 오후 03:11

신순식 님도 휘파람이 청아할 것 같습니다. 더욱 더 행복하시기를

유민자 2008. 07. 04. 오후 04:01

오늘 이 자리에서, 바람에 씻겨가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배어 젖었다가 날아갔다가. 무어든 가능한 여유로움.....\" \"잘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평안....\" '우리들의 생의 노래'인가요. ^&^ 늘 환하게 웃음짓던 김문숙시인님!

포아풀 2008. 07. 05. 오전 09:24

시이며, 기도이며, 잠언이며... 삶의 순리가, 진리가 글에 녹아있어요.

김문숙 2008. 07. 06. 오전 12:42

유민자 님은 제 시를 참 잘 표현해 주시는 군요. 고맙습니다. 유민자 님에게는 더 많이 더 좋은 웃음을 드리고 싶은데 일부러 웃진 못하지요. 포아풀님. 제가 비록 15층에 살지만 다은 5층만 가도 고소공포증이---ㅎㅎ 늘 감사드립니다. 포아폴님의 참한 표정과 글은 침 메략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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