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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
이임영 2008. 07. 28. 오후 01:29
3499
이임영 2008. 07. 28. 오후 01:29
3499
생(生)
이임영
어린 수세미 모종 두 포기를 사서
화단에 심었다
여린 줄기가 뻗어나오길래
하나는 모과나무 쪽으로 하나는 단풍나무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었다
때마침 줄기를 타고 오른 나팔꽃과
서로 꽈배기를 꼬면서 오르던 수세미가
어느 순간부터 홀로 나무 타기를 하더니
촉수를 뻗어서 잔가지에 몸을 동여매기도 하고
나무 기둥에 자신의 몸을 둘둘 감기도 하면서
나무를 타고 올랐다
그러는 사이 아기 손바닥만 하던
이파리들도
장정 손바닥보다 더 커지고
나무 끝까지 올라간 줄기가
미세한 자극에도
반응을 보일 태세로
촉수를 허공에 휘젓고 있다
머지않아 수세미꽃이 피고 수세미가 열리면
굵어진 수세미를 매달고 있느라
잔 나뭇가지는
바람난 여인네 머리채 낚이듯 휘어질 것이다
고래 힘줄 같은 억센 호박줄기가
늙은 호박을 매달고 있듯
담쟁이 흡착판이 생명의 끈을 포기할지언정
담장을 놓지 않고 담쟁이 줄기를 지지하듯
생의 의지가 꺾이기 전까지나
튼실한 열매가 농익기 전까지는
이임영
어린 수세미 모종 두 포기를 사서
화단에 심었다
여린 줄기가 뻗어나오길래
하나는 모과나무 쪽으로 하나는 단풍나무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었다
때마침 줄기를 타고 오른 나팔꽃과
서로 꽈배기를 꼬면서 오르던 수세미가
어느 순간부터 홀로 나무 타기를 하더니
촉수를 뻗어서 잔가지에 몸을 동여매기도 하고
나무 기둥에 자신의 몸을 둘둘 감기도 하면서
나무를 타고 올랐다
그러는 사이 아기 손바닥만 하던
이파리들도
장정 손바닥보다 더 커지고
나무 끝까지 올라간 줄기가
미세한 자극에도
반응을 보일 태세로
촉수를 허공에 휘젓고 있다
머지않아 수세미꽃이 피고 수세미가 열리면
굵어진 수세미를 매달고 있느라
잔 나뭇가지는
바람난 여인네 머리채 낚이듯 휘어질 것이다
고래 힘줄 같은 억센 호박줄기가
늙은 호박을 매달고 있듯
담쟁이 흡착판이 생명의 끈을 포기할지언정
담장을 놓지 않고 담쟁이 줄기를 지지하듯
생의 의지가 꺾이기 전까지나
튼실한 열매가 농익기 전까지는
댓글 4개
포아풀
2008. 07. 29. 오후 02:49
노박이로 벋는 덩굴들을 보며 질긴 생명력을 배우지요. 긴 여름동안 푸르게 생을 뻗고 열매를 맺는 것들에게서 힘들다 힘들다 해도 생은 기쁨이라는 것을 깨닫네요.
이임영
2008. 07. 29. 오후 07:15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후 자연스럽게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수세미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김문숙
2008. 07. 31. 오전 09:34
맞습니다. 생명의 기쁨에서 열매의 기쁨은 핵 중의 핵입니다. 모든 곳에서 많은 열매을 차지 하시기를
이임영
2008. 08. 02. 오전 08:18
김문숙님 댓글이 마음이 드네요... 역시 갑론을박이 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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