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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박성실 2008. 09. 17. 오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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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회사 골목을 접어드니 ''담배가 싫어요''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워낙 회사가 많은 이 지역, 자그마하게 마련된 아이들의 놀이터에 틈만 나면 아저씨들 출몰해 담배를 피워대니, 근처 어린이집에서 이를 막아보고자 세워놓은 것이다.

아침공기 서늘하게 머물고 있는 놀이터, 어긋나게 올라와 있는 두 시소, 자그만 모래더미 위에 낮게 올라앉은 미끄럼틀, 구석에 박힌 나무 한 그루, 기다란 의자 둘 그리고  그네.

그네에 시선이 멎는다.

어릴적, 나는 그네가 좋았다. 학교가 끝나면 신발주머니 휙휙 돌려가며 놀이터로 달려가 자리가 있나 그네를 확인하고 순서를 기다린다.

의자에 앉든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든

엄마가 밀어주는 아기의 그네도 보고, 누가 높이 올라가나 내기하는 짖궂은 녀석들의 그네도 보고, 산들산들 속삭이는 두 친구의 그네도 본다. 그러다 내 차례가 되면 주저없이 그네로 뛰어 올라 허공을 가르며 몇시간이고 매달려 있었다. 어스름 짙어질무렵 곧 출몰할 어른들의 담배연기가 무서워 아쉽게 그네를 놓아 주고 집으로 돌아오고 했던 어린시절...

오래간 타고나면 땅에 발딛기 힘들어 비틀거리면서도 그리도 그네에 열광했던 것은, 어쩌면 엄마가 없는 빈 집에 뒹구르르 굴러다니는 나의 현실에 발딛는 것이 싫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교복치마를 팔랑이며 찾아가고 했던 나

언제든 찾아가면 내 마음 말 없이 안아주던 나의 그네, 어느날은 아무말 없이 쓰다듬어 주기도, 흔들어 주기도, 울어주기도 했던 나의 그네.

나는 요즘 더이상 그네를 타지 않는다. 혹 끊어질라 조심스러워 그네에 앉기가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어릴적 유난히 컸던 엄마의 빈자리를 다른 것으로 메꾸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모른다.

갑자기 사람도 타지 않은 빈 그네가 누가탄듯 바람에 일렁인다.

내 마음도 출렁인다.

그네로 걸어가 볼까, 넋을 놓고 섰던 나는

문득 시간을 확인하고 빠른 걸음으로 회사로 향한다.

그네.

댓글 2개

포아풀 2008. 09. 18. 오전 09:09

약간의 어지럼증을 안고 그네에 몸을 실어보곤 했었지요. 어른인 지금도 앉아보고 싶은 그네... 박성실 님의 글을 읽고 내가 언제 그네를 타봤더라... 생각하게 되네요.

박성실 2008. 09. 19. 오전 11:18

이상하게 어린시절 앞에만 서면 가슴이 일렁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향수고 어쩌면 고백입니다. 아니면 죽 늘어선 과거가 저를 자꾸만 현실로 미래로 떠 미는 것에 대한 서러움인지도 모르죠. 뭐, 그래도 지금도 곧 과거가 될테니 쭉 가봐겠죠? 일렁이는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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