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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西天)

포아풀 2008. 10. 01. 오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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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집 스쳐가는 산행길 몰래 빠져나온 징소리 줄곧 따라와 먼 유년으로 부려놓는다 몇 타래의 울음을 풀어내던 징이 제풀에 지쳐 졸고 있을 때쯤 젊은 아낙을 향해 돌아선 무당 한 마디 뱉어놓았다 남편은 필시 새가 된 게야, 보여주는 쌀판 위의 모양이 새의 발자국이라고 지노귀*에 모인 사람들 수군거렸고 찔레꽃처럼 하얗게 앉아있던 아낙의 입술 파르르 떨렸다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막 날아가는 저 새 눈빛이 익다고 고개 돌려 바라보면 하, 흰 구름으로 찍히는 가벼운 발자국들 * 지노귀: 죽은 사람의 넋이 극락으로 가도록 베푸는 굿

댓글 8개

최인구 2008. 10. 02. 오후 02:38

인생이 무엇과 비슷할꼬? 응당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일세 눈 위에 기러기 발자국 남았지만 기러기 날아간 곳 몰라라...... ; 황진이 소설에 나오는 시 한 구절 입니다. 저가 정말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고요^^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지 않나요?? 포아풀 님~! 안녕하시죠?? 새를 노래하시면 응당 *오새 님이 찾아 오셔서 멋진 답시 한 구절 남기고 가리라 기다려 집니다^^

포아풀 2008. 10. 03. 오전 09:58

하, 인구 님 답네요. 정말 많은 생각을 하는 구절입니다. 인구님 댓글에 용기를 얻어요. 어려서 동네 굿을 봤어요. 무당이 작두를 타고, 날 퍼런 칼을 휘두르며 춤을 추는 것을 보며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러나 호기심은 두려움만큼 커져 다 지켜봤지요.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지요. 한 마리 새로 날아간 젊은 남편.. 그 새였을까요, 아님 그 새를 따라 같이 새가 된 젊은 아낙이었을까요. 서쪽 하늘은 해가 지는 쪽... 생이 기울어 가는 쪽이라던가요. 유난히 맑은 날, 서쪽 하늘에 뜬 점점의 흰구름이 마치 누군가의 발자국처럼 생각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산수재혜랑 2008. 10. 03. 오후 12:06

잘 읽고 갑니다.. 다른 노랫소리는 가슴으로 파고든다는데 상엿소리는 머리 정수리를 파고 들어 오곤 하더군요.. 그렇게 하나씩 밟고 잊어 가면서.. 그렇게 바쁜듯 총총히.. 가면서... 가을도 익어 가면서...

포아풀 2008. 10. 05. 오후 08:58

가을이 맞네요. 사색하고 깊어지는... 그래서 시심도 풍요로워지는 듯해요. 혜랑 님, 감사합니다.

미오새 2008. 10. 06. 오후 12:03

*포아풀님..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서쪽하늘을, 무리짓지 않고 홀로 날아가는, 새의 날개짓이 애초로워 보였던 연유를 이제야 알 듯 싶어요. 그런데... 하, 탄성을 발하는 그 모습, 지금 눈앞에 보이는 듯, 그 모습 눈에 선하고, 탄성을 지르는 그 음성, 지금 귀에 들리는 듯,귀에 익은 연유는 무엇일까요?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굿판의 기억이 한편의 詩로 다듬어져 생명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그 詩도 제 어미의 고운 품성에 만족한 듯 아주 흡족한 표정이군요.

포아풀 2008. 10. 08. 오전 09:22

저마다 제 글의 특징이 있지요? 하, 이거 제가 많이 사용하는데 지금 보니 시에도 있네요. 그 소리에 반응을 보이시는 미오새님의 표정이 낯익어요. 오늘도 기분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미오새님도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시길...

가을 2008. 10. 19. 오후 11:01

서쪽으로 기울어진 갈대 숲에서 들오리가 날아갔습니다. 스승이 물었습니다. 어디로 날아갔느냐? 그냥 날아 갔습니다. 하늘에 오리털 같은 구름 한조각 맨손으로 만지면 따스할까요 아니면 홀로된 아낙의 눈물이 뜨겁게 손끝에 뭍을까요 포아풀님의 손끝에 닿는 모든 것은 가을 보다 깊어질 것입니다 가을이 사람의 마음보다 깊지는 않겠지요

포아풀 2008. 10. 20. 오전 10:12

오리털 같은 구름 한조각... 분명 따스할겁니다. 그러나 가을님의 마음만큼 포근하지는 않을 것도 같습니다. 가을님의 방문에 더욱 깊어지는 지금, 감사의 마음 한자락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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