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시드는 코스모스를 보며

김봉길 2008. 10. 02. 오후 02:51
5503



시드는 코스모스를 보며


바람 바람에 흔들리다 떨어지는 코스모스 소리들을 듣는다.

눈귀 꼭 가려도 들리는 앞 다투는 소리들.
그러다 지쳐 쓰러지는 소리들.
세상은 온통 나 먼저야 손들어 쓰러지는 소리뿐이다.
아, 그 꽃잎이 하는 소리들 모두 어찌 찡그려 씹어 삼켜야 할까.
보는 사람마다 억지춘향거리는 나보다 더 찡그릴 것이다.
그대로 보고 무어라 말해도 그냥 둘 일이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으니 그러할 수 있으려니 그냥 둘 일이다.

그러나, 꼭 한 사람에게만 내 어떤 것도 넘겨줄 수 없어.
마지막 나를 볼 사람들에게 말이야.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에게 내 모든 슬픔을 주는 것 같아서 그래.
그래서 지금, 누구든 점점 손을 오래 마주 잡는 것이 무서워져.
남은 슬픔이 누구도 모르게 그에게 흘러갈 것 같아.

빌려주는 건 어떨까 몰라.
그래, 한꺼번에 빌려 줄 수 있으면 어떨까.
아름답다고 그들이 말한 그것들을 말이야.
아름다움을 보관할 자신이 없으니 받으려 하진 않겠지.
그러나 뭐든 내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마 덥석 받을 거야.
덥석 받다가 기절할 거야.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고.
그건 그가 원하는 아름다움이란 게 도무지 보이지 않아
받고 받다가 저 홀로 지쳐 쓰러질 거야.

넘겨줄 수 없다면

굳이 그것을 따지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어떨지 몰라.
좋을까? 
좋을까 다시 만나도?
아마 다시 만나도
처음 만나는 시간만 있으리란 기대를 그래도 버리진 못할 거야.

코스모스 꽃잎 떨어질 때마다 들리는 그 뉘 소리들인가.

오늘은 이빨 틈새에 끼어놓고 그냥 잠에 들어야 할까보다.
코스모스를 만지던 손에서 폴폴 향기가 났다.
물과 흙과 바람 서로 장난치다가 잠깐 쉬던 숨결 향기였다. 
그냥 떠나라 가슴 한 켠 낮게 속삭이던 향기 소리.
아름다움이란 내 것을 모두 내주는 거라는 향기.

댓글 3개

포아풀 2008. 10. 03. 오전 09:39

바람에 흔들리다 떨어지는 코스모스의 소리... 귀기울여 들어봐야겠어요. 아름다움이란 내 것을 모두 내주는 거라는 향기.... 마지막 행이 오래도록 마음을 잡네요.

산수재혜랑 2008. 10. 03. 오후 12:03

잘 읽고 갑니다..

김일문 2008. 10. 08. 오후 06:42

김봉길 님의 마음이 가슴에 내리네요 잘 읽고 갑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