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며느리배꼽

포아풀 2009. 06. 15. 오후 01:09
3592
어무이, 물 다 질어 왔어예.
힘겹게 서서
손길 기다리는 며느리 올려다보던 시어미
어서 물동이는 아니 내려주고
가느다란 눈꼬리 허리춤으로 가져간다
고년, 배꼽 한번 이뿌네.
여민 옷 미끄러진 곳에 슬쩍 드러난 그것 보며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심술 한줌 볼에 물고
어기적거리며 물동이 받아 내리고
볼품없이 늘어진 지 배 문지른다
이 배 열 달 아파 즈 서방 낳았구먼.
만만하다 싶어설까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 등엔
왜 굳이 며느리란 말 붙였을까
열매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한
탱글탱글한 며느리배꼽 들여다보며
이냥저냥 곱다가도
금동아 은동아 기른 아들 며느리에게 뺏겼다 싶어
알지 못할 심술 도지는 시어미 얼굴 떠올라
씨익 웃는다
고것 참, 배꼽 한번 이쁘네.

댓글 14개

김문숙 2009. 06. 16. 오전 02:26

정이 콕콕 묻어나는 다정스런 시 잘 봤어예 우리 아 처럼 예쁘고 정다눈 며느리 들어오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당게라 해가 갈 수록 아이 낳아 놓고 거친 손길 보세요, 얼미든지 안스러워 질터이니 그실 우리 시어매도 날 사랑 하셨으니 --사랑은 내리 사랑인 거 맞데이

포아풀 2009. 06. 16. 오전 10:46

저도 시인님의 그때쯤 되면 며느리가 사랑스러울라나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서... ㅎㅎ \"연예인 이름을 많이 아는 아이보다 우리 꽃이름을 더 많이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어느 광고멘트가 좋더군요. 감사합니다.

박영순 2009. 06. 16. 오후 03:16

포아폴님 시어머님의 짙은 사랑과 고은 질투심이 엿보이는 글을 보면서 푸른저고리 붉은 치마 하얀 앞치마를 질끈 두루고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부엌 살림 배우던 엊그제 같은 새악시 그 시절을 떠 올려 봅니다. 생전에 계실 때 시어머님 사랑이 잔소리로만 들었는데 곁에 안계시니 그 또한 사랑이 아닌가 그리워 지는군요.^^

최인구 2009. 06. 16. 오후 07:08

포아풀 님~! 고부간의 질투가 참 정겹네요^^ 물동 지던 시절에도 섹시한 배꼽티가 유행했나 봅니다. 포아풀 님~! 내일 출근 길에 용기 힘껏 내시어 배꼽티에 미니스커트 한 번 어떠세요. 아마 길 지나는 남자들 다 쓰러질 겁니다. (반해서......^^) 포아풀 님~! 사랑해요~! * 미오새 님 질투하지 마세요^^

포아풀 2009. 06. 18. 오전 09:43

그 예쁜 새색시 머리에 하얀 서리가 앉아도, 곱던 얼굴에 잔금이 슬쩍슬쩍 얼비쳐도, 그래도 마음은 항상 수줍던 그때지요.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이 변해가네요. 박실장님, 그때는 몰랐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야 알고 넉넉해지는 것 하나가 세월이 준 선물이네요. 그리고 곁에 든든한 자식이 있다는 것도... 늘 수고가 많으세요. 건강하시고 방태산 잘 다녀오세요. 고맙습니다.

포아풀 2009. 06. 18. 오전 09:44

인구 님...! ㅋㅋㅋ 쏟아지는 뱃살은 어쩌라고요... 인구 님께 어서 좋은 사람이 생겨야 하는데... 그 깨꽃아가씨 잘되어가시나요? 늙은 누님에게 사랑한다니...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다만... 어쩐지 외로움을 타는 듯해서... ㅎㅎ 이 기분으로 쭈욱.... 감사해요. 인구 님...! 사랑해요!

미오새 2009. 06. 19. 오전 11:41

*며느리배꼽... 아직 그 꽃을 실물도 사진으로도 보지는 못했지만, 야생화의 이름이 며느리배꼽인걸 보면 절대로 사람의 시선을 끌만한 아름다운 자태는 아닐것 같아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면, 며느리보다는 딸이나 여인의 이름을 붙였을테니까... 며느리종자가 따로 있고 시어미종자가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며느리가 늙어 시어미 된다는데, 그리고 같은 여인의 몸이면서도 그 역할이 바뀌면 왜 질시와 갈등을 일으키고 화해와 관용은 어려운 것인지,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아직까지 풀지 못한 난제같아요. \"굿하고 싶어도 며느리 춤추는 꼴보기 싫어 안한다\"는 속담이 있지요. 시어미와 며느리의 관계는, 이쁜것은 질시의 대상이 되고 미우면 흠이 되는, 어느 것 하나 사랑으로 감싸안지 못한 시샘과 대립의 관계로 굳어졌지만, 싸우면서 정도 드는것인지,아니면 미움도 정에서 비롯되는것인지, 시어미 돌아가시면 그래도 며느리가 가장 섧게 울더라는 말이 있지요. 무명에 검정물을 들인 치마나 통바지(몸빼)에 하얀 적삼을 입고, 머리에 또아리를 얹어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어 나르던 그시절 아낙네의 모습에서, 두손으로 물동이를 잡는라 허리 아래로 흘러 내린 치마를 미처 치켜올리지 못해, 배꼽이 보이기도 하였지만, 두 팔을 올려 물동이를 이는 바람에 치켜 올라간 홑 적삼 아래로, 버금가리개가 없던 시절이라 보일락 말락 살짝 드러난 것이 또 있었으니.... 해학적 요소가 뛰어난 신 윤복의 \"단오풍정\"에서도 보따리를 머리에 인, 버금가리개가 없던 그 시절 여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지요. 며느리로, 시어미로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오신 이 땅의 어머니들을 위하여, 오랜 시간의 담금질을 거쳐 방금 탈고한 \"며느리 배꼽\"을 위하여, 오늘은 축배의 잔을 높이 들까요, 포아풀님 ! ** 인구님은 먼저 하늘길로 간 누이의 정을 포아풀님에게서 찾고 있는갑다. * * * 친절한 해설 / 으뜸가리개 : 팬티 버금가리개 : 브래지어

최영권 2009. 06. 21. 오후 11:58

포아풀님 고부간 정서가 향토색짙은 정감어린 언어로 잘 표현된 시 네요. 저는 포아풀 님을 비롯 아직 많은 분들의 이런 훌륭한 작품을 그저 감탄어린 눈으로 바라볼 뿐 이지만요.^^ 천사

포아풀 2009. 06. 22. 오전 11:15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지만 알고 보면 같은 속성을 공유하지요. 그런 시 하나 소개할게요. \"외지 떠돌다가 돌아온 좀 모자라는 아들놈이 꿰차고 온 좀 모자라는 며느리년 앞세우고 시어미는 콩 담은 봉지 들고 호미 들고 저물녘에 밭으로 가고 입이 한 발 튀어나온 며느리년 보고 밥 먹으려면 일해야 한다고 핀잔주지는 않고 쪼그려 앉아 두렁을 타악타악 쪼고 두 눈 멀뚱멀뚱 딴전 피는 며느리년 보고 어둡기 전에 일 마쳐야 한다고 눈치 주지는 않고 콩 세 알 씩 집어 톡톡톡 넣어 묻고 시어미가 밭둑 한 바퀴 다 돌아오니 며느리년도 밭둑 한 바퀴 다 돌아와서는 저 너른 밭을 놔두고 뭣 땜에 둑에 심는다요? 이 긴 하루에 뭣 땜에 둑에 심는다요? 며느리년이 어스름에 묻혀 군지렁거리고 가장자리부터 기름져야 한복판이 잘되지. 새들도 볼 건 다 보는데 보는 데서는 못 심지. 시어미도 어스름에 묻혀 군지렁거리고 다 어두운 때 집에 돌아와 아들놈 코고는 소리 듣고 히죽 웃는 며느리년에게 콩 남은 봉지와 호미 쥐여주고 시어미가 먼저 들어가 방문 쾅 닫고 - 하종오, 「시어미가 며느리년에게 콩심는 법을 가르치다」\" 너른 밭이 아니라 둑에 콩을 심는 이유를 한사람은 꿰뚫고 있는데 한사람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네요. 시어머니는 아들며느리에게서 손주도 봐야 하는데 그걸 며느리는 이해했을까요. 그래도 그걸 우회적으로 가르친 시어머니는 아들 코고는 소리에 히죽 웃는 며느리를 보고 약간의 질투가 발동했나 봐요. 방문 쾅 닫고 들어가는 것을 보면. 익살 속에 내색 않는 정과 투박한 질투를 담고 있는 시 인듯해요. *미오새 님, 미오새 님의 고부간의 정서에 대한 풀이...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용어 풀이는... 재밌어요. 해학과 익살이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풋풋.. 해설 속에 모든 게 담겼어요. 한 수 배웁니다.^^ *최영권 선생님. 처음 인사 나누네요. 반갑습니다. 그저 여러분들의 생각과 글을 공유하는 자리라 스스럼없어 좋은 곳이지요. 고맙습니다. 자주 오세요.^^ 두 분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한주 활기차게 열어 가시길 바랍니다.

박은정 2009. 06. 23. 오후 05:51

포아풀님^^* 아드님 군대갈 시기가 되었나봐요. 며느리 이야기를 넘 실감나게 적어 주시니... 문학기행 다녀와 뭐가 그리도 정신이 없었던지... 이제서야 포아풀님의 글을 읽고 정겨웠지요. 시집오는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배꼽을 보여 준다니... 우리때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을텐데... 어쩜 그리도 재미있게 표현을 잘 하셨는지요. 인사동은 이 더위에 잘 있지요. 얼굴 잊어 버리겠어요. 언제 고운 얼굴 보여 주실래요. 남산은 이 더위에도 시원함이 넘실거리지요^^*

포아풀 2009. 06. 24. 오전 10:05

인사동은 제가 잘 지키고 있습니다. 이 더위에도 끄떡 없습니다. 남산은 간사님이 잘 지키고 계시죠? 여기서 바라봐도 저만치 푸름이 보입니다. 시인님도 평안하시지요? 두 분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울러 문학기행에 함께 하셨던 정다운 분들도... 여기서나 안부를 여쭈니 정말 죄송하지요. 뵙고싶어요. 멀리 보낸 어여쁜 따님은 잘 지내는지요. 보고싶으시겠어요. 아들 군입대가 가까웠나봐요. 요즘 알바한다고 바쁘지요. 아마 부자가 될 것 같아요.^^ 예쁜 간사님, 고운 흔적 감사드려요. 언제 시간내서 들를게요.^^

박은정 2009. 06. 24. 오후 02:11

멀리 보낸 딸은 6월3일 한국으로 들어 왔어요. 6월부터 9월 말까지 방학이라네요. 저희 딸도 알바하느라 바쁘지요. 용돈 벌어 쓴다고 하니...기특하다고 해야 하겠지요. 포아풀님이 오신다면 신발 벗고 뛰쳐 나가 반겨야겠지요. 언제든 시간내서 들리셔요. 맛있는 팥빙수가 포아풀님을 기다리다 눈이 빠졌다고 하네요 ㅎㅎㅎ

이상민 2009. 07. 09. 오후 10:48

포아풀님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라서 시어머님과며느리의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괜히 훈훈해지는 글인데요?^^ 앞으로 자주 인사드릴께요~

포아풀 2009. 07. 13. 오전 09:49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자주 접할 기회가 생기네요. 자주 오시겠다니 더욱 좋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