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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듣는 파도 소리

시사랑 2009. 08. 05. 오후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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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듣는 파도 소리

 

 

                                      이 재 호

 

 

바닷가 모래밭을 혼자서 걷습니다. 

이 혼자라는 것이 오히려 즐거운 것은

저만큼 세상 속에서

판탕하게 걷고 있는 연인들도

언젠가는 나 처럼 홀로 이 바닷가를

거닐게 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기다림이 없고

더 이상 그리워 해야 할

삶의 희망과 그리움이 없다는 것은

쓸쓸한 일입니다.

 

그저 그렇게 난장판 같은 시류에 젖어 들고

그저 그렇게 되는대로 아수라장이 되어

휩쓸려 가기 보다

이렇게 혼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이 고독한 아름다움은 어쩌면 편안하고 홀가분합니다.

 

비록 나는 지금 홀로이지만

나에게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뼈속 깊이 사무쳐갈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이렇게 혼자이기에 가능한

처연한 아픔이며 슬픔이기도 하겠습니다.

 

파도가 늘 다시 오는 것 같지만

한번 사라진 물보라는

잘못 살아온 지난 날들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뉘우치게 되어도

그저 그렇게 부정한 버릇과

부패한 습관처럼 듣는 파도 소리와

지금 이렇게 혼자 듣는 파도 소리는

그 삶의 교감 부터 다르답니다.

 

혼자라는 것이

이토록 반갑고 눈물겨운 바닷가에서

이제 다시 그리워 해야할 것이

그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지난날 외롭다고 느껴지던 것이

이렇듯 스스로 대견스러운 것도

혼자 듣는 파도 소리가 찾아 주는

그리운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로움이란 고독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리운 그 무엇이 그리워 해야 할

그런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로움이란 가장 높이 날으는

갈메기가 아, 외롭지만 가장 멀리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혼자 듣는 파도 소리 속에서 깨닫게 하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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