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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듣는 파도 소리
혼자 듣는 파도 소리
이 재 호
바닷가 모래밭을 혼자서 걷습니다.
이 혼자라는 것이 오히려 즐거운 것은
저만큼 세상 속에서
판탕하게 걷고 있는 연인들도
언젠가는 나 처럼 홀로 이 바닷가를
거닐게 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기다림이 없고
더 이상 그리워 해야 할
삶의 희망과 그리움이 없다는 것은
쓸쓸한 일입니다.
그저 그렇게 난장판 같은 시류에 젖어 들고
그저 그렇게 되는대로 아수라장이 되어
휩쓸려 가기 보다
이렇게 혼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이 고독한 아름다움은 어쩌면 편안하고 홀가분합니다.
비록 나는 지금 홀로이지만
나에게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뼈속 깊이 사무쳐갈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이렇게 혼자이기에 가능한
처연한 아픔이며 슬픔이기도 하겠습니다.
파도가 늘 다시 오는 것 같지만
한번 사라진 물보라는
잘못 살아온 지난 날들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뉘우치게 되어도
그저 그렇게 부정한 버릇과
부패한 습관처럼 듣는 파도 소리와
지금 이렇게 혼자 듣는 파도 소리는
그 삶의 교감 부터 다르답니다.
혼자라는 것이
이토록 반갑고 눈물겨운 바닷가에서
이제 다시 그리워 해야할 것이
그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지난날 외롭다고 느껴지던 것이
이렇듯 스스로 대견스러운 것도
혼자 듣는 파도 소리가 찾아 주는
그리운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로움이란 고독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리운 그 무엇이 그리워 해야 할
그런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로움이란 가장 높이 날으는
갈메기가 아, 외롭지만 가장 멀리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혼자 듣는 파도 소리 속에서 깨닫게 하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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