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낯익은 눈

포아풀 2009. 10. 15. 오전 10:23
3061
예쁘지도, 밉지도 않은 여자 낯설지 않은 눈이 줄곧 따라온다 눈빛 참 서늘하다 밀물로 밀려온 사람들 제 몫의 길 찾아 분주히 떠나갈 때 지하도 계단 밑 가지런히 펼쳐놓은 삶이 눈을 묶는다 펼쳐놓은 누추한 삶에 언뜻 비치는 배추 노란 속살 곱다 여자의 전생도 저리 고왔을까 기억과 기억사이 더듬어 유년의 길목에서 마주친 볼 고운 아이가 제 놀이에 열중하다 쓰윽 올려다본다 눈빛 참 서늘하다 사뿐 날아가던 나비가 바람의 철창에 걸려 파르락거리는 듯 마음 흔들리는 날 허공에서 얽힌 여자의 눈이 불쑥 말을 건네온다 절망 깊은 곳에 꼬리뼈 묻어 차가운 세상에서 피워낸 꽃이 배추 노란 속살 아니겠느냐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보다 심지 돋워 살아가는 것이 더 힘겹지 않더냐고

댓글 17개

백성동 2009. 10. 15. 오후 05:52

도시 먼지구덩이 지하에서 만난 순수.. 시인의 눈에 걸려 들었군요

포아풀 2009. 10. 16. 오후 02:12

흘려버리기 쉬운 사소한 풍경이지만 굳이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백시인님 같으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 시키실지...

미오새 2009. 10. 16. 오후 02:38

*포아풀님.... 님께서 시는 감추고 절제하는 문학이라더니, 잡힐 듯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막상 붙들려고 하면 아직 여물지 못한 상념으로는 감히 어림도 없다는 듯, 저 만큼 훌쩍 달아나 버려서, 작가의 뜻과 합일한 생각을 이끌어 내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차가운 세상에서 피어 낸 배추의 노란 속살.... 그 배추의 노란 속살 같은 진수를 얻을 때까지 읽고 또 읽어 시어詩語, 하나하나를 새겨보겠습니다. 아직 여물지 못한 미숙한 상념으로는 바로 한계에 부딪힐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금 미오새의 두손을 보고 계신가요? 소리도 들리신가요? 가슴에 바람구멍이 뚫린 것처럼 퀭한 이 가을에 시상詩想으로 이끄는 포아풀님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는 두손의 모습을.... 그리고, 그 소리를....

박영순 2009. 10. 17. 오후 09:59

포아폴님 안녕하세요.^^ 어느 길목에서 우연히 만나 뵙게 된것 처럼 기쁘고 반가워 흔적 남기고 갑니다.^^ 늘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포아풀 2009. 10. 19. 오전 11:06

찌푸리기로 몸을 두른 배추는 지금 알통을 키우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 알통이 바로 노란 속이겠지요. 처음부터 생겨난 것이기보다는 먼저 겉 배추를 만들고 세월로 담금질해 키운 것이 속이겠지요. 그러나 그 시들고 질긴 겉 배춧잎은 알찬 속을 만들기 위해 비바람도 견딘 내 껍데기, 혹은 자식을 키운 부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장황하지요, 미오새님? 알찬 속을 지니고 계실 듯한 미오새님도 이 가을 가슴이 휭하니 시려오시던가요? 가을은 그래서 사색하고 깊어지는 것인가봐요. 힘찬 박수 소리에 힘입어 활기찬 한주 열어가렵니다. 미오새님, 제가 보내는 마음의 응원으로 역시 활기찬 한주 보내세요.

포아풀 2009. 10. 19. 오전 11:07

박영순 부대장님. 이렇게 부르니 새롭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속 깊은 언니 같은 분... 늘 다니던 길목이 아닌 낯선 곳에서도 반가운 만남은 이토록 설렘이 있네요.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미오새 2009. 10. 19. 오후 03:01

*포아풀님... 님께서 보내주신 마음의 응원이 입술주변의 근육만 자극하는지 자꾸 웃음이 나오네요. 아니, 발걸음도 가볍게 한 것 같아요... 가을티를 내느라 제법 세차진 바람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 왔으니까요. 포아풀님의 친절한 해설에 힘입어, 알통을 키우는 배추처럼, \"낯익은 눈\"에 몰입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꼬리뼈\" 속에는 무엇을 숨겨 놓으셨나요?

최인구 2009. 10. 20. 오후 06:39

제가 바라고 같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맑은 눈동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검은자가 작아지고 흰색의 바탕이 노랗고 벌겋게 변화는 중생의 눈빛을 바라보면 나 자신이 세상에 찌들어 가는구나...새삼 한탄하곤 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의심이 없고 내것을 바보처럼 잃어버릴 수 있는 그런 눈빛을 가끔 보곤 합니다. 아마도 포아풀님의 눈빛이 그렇지 않을까요?? 누님 너무 늦게 인사 올려서 죄송시럽습니다.^^ 그래도 미오새님이 빠르게 움직여서 덜 외로우시죠^^

포아풀 2009. 10. 23. 오전 10:30

미오새님, 꼬리뼈 속에 무엇을 숨겼을까요? ㅋㅋ 미오새님의 질문에 답을 찾다가 느닷없이 웃음이 나오네요. 미오새님, 잠시 마음이 가벼우셨다면 그 기분 주말에도 쭉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인구님, 눈빛이 흐려지고 탁해지는 것은 이물질 낀 마음탓도 있지만 세월 탓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오랜만에 만난 동창의 눈을 보며 수십 년 전의 맑은 눈빛을 연상하며 세월이 흐름을 느끼지요. 그리고 지금의 그 눈빛이 어느새 내게도 비치고 있음을 알지요. 오래만이지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한 것에 대한 합리화와 미안함인 것 같아요. 제가 바로 그런 경우지요. 인구님의 방문이 갑절로 반가운 아침, 발걸음을 좀 더 가볍게 떼봅니다. 누님이라는 말에 한없는 정겨움이 묻어나네요.^^

미오새 2009. 10. 25. 오후 10:14

*포아풀님... 숨김이 없는 표현일지라도 글자 그대로 읽지 못하고, 시는 감추는 문학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그 이면을 헤집어 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네요. 소 뒷걸음질에 쥐 잡듯 어림잡아 뜻을 헤아려 보지만 아직은 작가의 의중과 합일한 뜻을 도출해 낸다는게 무리인듯 싶어요. \"절망 깊은 곳에 꼬리뼈 묻어...\" 너무 어려워요. 작가의 뜻과 부합되는 현연의 순간은 언제쯤에나 이루어질까요, 포아풀님? 오랫만에 동생 인구님의 방문을 받으셔서 즐겁고 기쁜 표정이 역력해보여요.

포아풀 2009. 10. 27. 오전 10:10

누가 그러더군요. 시인은 거짓말도 잘한다고... 과학적으로 본다면 맞는 말이지요. 배추에 무슨 꼬리뼈? 물으신다면...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린 배추를 생각하신다면, 조금 설명이 될까요? 시는 곧이곧대로 해석을 말라... 은사님의 주의말씀이었지요. 해석은 독자의 것이라는 것이지요. 미오새님이 졸시를 두고 갖는 감상이 바로 미오새님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너무 이해하려하지 마세요. 혹, 이해가 안 되신다면 그것은 미오새님 탓이 아니라 제 역량의 한계라는 것을...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미오새님... 인구님의 방문, 당연히 반갑습니다.. ㅎㅎ

미오새 2009. 10. 27. 오후 01:55

*포아풀님... 혹, 이해가 안된다면, 독자의 탓이 아니라 시인 역량의 한계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아무래도 그 말씀은 초보독자를 다독이는 배려에서 비롯된 말씀일 듯 싶어요. 왜냐면, 오래 전에 한 수 가르쳐 주신 말씀 중에, \"작가가 의도한 메세지에 근접도 못함이 오독\"이라고 기억하고 있거든요.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던 시냇물도 강을 만나면 말을 잃어 버리듯이 미오새의 사전에도 졸字는 없다는 걸 아직 잊지는 않으셨지요? 가을냄새가 섞인 커피 한잔을 들고 포아풀님의 답글 앞에 앉으니 이 가을날의 오후가 마냥 안온합니다. 포아풀님의 친절한 해설과 배려에 감사하며....

포아풀 2009. 10. 29. 오후 02:51

가을냄새 섞인 커피 한 잔... 저도 지금 모처럼 여유를 내어 들고 있어요. 커피를 별로 좋아 안하시는 미오새님께서 어찌... 배려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요.^^

미오새 2009. 10. 30. 오후 01:54

*포아풀님... 커피도 중독이라는 말에 잠시 멀리 했었지만, 그 후 생각까지 단절되는 것 같아서 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자동판매기에서 체온이 섞이지 않은채 쏟아지는 커피, 일회용으로 포장된 커피, 한때는 \"된장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별다당, 콩다방의 커피도 말고, 커피 적당량에 설탕과 프림은 미오새의 마음대로 넣어서 마시는 커피를 즐기지요. 그리고, 커피를 다 마신후 빈잔에 그리움처럼 남아 있는 온기를 느끼는 것도 커피에서 덤으로 얻는 것들이죠. 포아풀님... 받는자는 배려라고 생각하는데, 주는 자가 아니라고 하면 과연 누가 옳을까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던 천문학자 아저씨처럼, 미오새도 배려라는 뜻을 굽히기 싫은데 어떡하죠? 포아풀님이 자주 찾으시던 찻집 그 창가에 석류나무를 심었다면 아마도 지금쯤엔 그 석류 하얀 이 드러내며 웃고 있지 않을까요? 휴일 잘 보내시구요, 그리고, 비 예보가 있는 토요일에 외출하실때에는 우산 꼭 챙기시는 것 잊지마시고....

오정혜 2009. 11. 06. 오후 06:49

안녕하세요 포아폴님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은 미안하네요! 건강하시죠? 노란 배추속 처럼 때묻지 않은 포아폴님 시 낭송 생생합니다. 다시 낭낭한 소리 듣고 싶은데.....감기 조심하세요^^

포아풀 2009. 11. 07. 오후 11:16

오늘은 손수레에 진열된 빨간 석류가 유난히 눈길을 끌던걸요. 미오새님... 주말 잘보내세요. 짤막한 흔적 남깁니다.^^ 오정혜시인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시죠? 흰 블라우스에 화려한 꽃무늬의 스카프가 유난히 잘 어울렸던 마지막 뵌 모습을 기억합니다. 이곳에서라도 자주 뵙고 싶어요.^^

김문숙 2009. 11. 10. 오후 08:20

대단들 하십니다. 답글을 읽다가 그만 식사시간을 놓쳤읍니다. 참으로 열열하시네요 시처럼 ㅎㅎ 더욱 행복 하소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