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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포아풀 2010. 02. 01. 오후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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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유선을 타고 아뜩히 건너온 당신의 앓는 소리는 슬픈 노래 끝에 잦아드는 후렴이었네 여린 풀대궁의 목 늘여 젖을 찾는 어린것 떼내며 곧 오마고 눈약속을 했다고 남몰래 젖몸살 앓으며 염천길 맨발로 뛰었다고 신음 섞어 자장가 아닌 자장가를 불러댈 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더라고 당신의 종잇장 같은 품이 그립더라고 후련히 쏟아내지 못한 말들 당신의 봄날 궁금해 물으면 네가 내 봄날이지, 네가 내 꽃이야. 웃음으로 받아넘기던 당신 못내 측은해 끙 돌아누우며 억지 잠 불러들이곤 했네 영암 버스터미널 옆 장터에 묵은 신문지로 구겨앉은 노파 뭉근하게 씹히는 게 바로 꽃이여, 하며 주름진 손으로 건넨 무화과 달게 베어 물 때서야 나 알았네 모진 세월로 싹 틔운 생의 씨앗 애지중지 가슴으로 꽃피운 그때가 당신의 봄날이었음을 *꽃 없는 열매는 세상에 없겠지요. 열매 속 붉은 속살이 바로 무화과의 꽃이랍니다.

댓글 8개

박은정 2010. 02. 02. 오후 02:51

'김영랑과 강진' 문학기행때 무화과가 영암에서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았죠. 길가에 즐비하게 쌓여있던 무화과를 사 먹어 보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우리의 일정이 바빠서 차를 세워 놓고 살 수가 없었지요. 그곳에서 자라셨던 분이 무화과의 맛이 일품이라고 자랑을 많이 하셨는데 모진 세월로 싹 튀운 생의 씨앗. 네가 내 봄날이고 네가 내 꽃이라고 웃음으로 받아 넘기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립니다. 포아풀님^^* 이 추위에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같은 서울 아래 살면서도 뵙기가 어렵네요. 겨울가지 다 떨어내고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앙상한 모습으로 서성이고 있네요. 낮은 걸음으로 남산에 놀러 오셔요. 그 고운얼굴을 보여 주셔야지요. 행복하셔요^*^

포아풀 2010. 02. 03. 오전 09:25

요즈음은 겨울 무화과 맛도 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이더군요.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하우스농사로 무화과 수입을 올리는 농가를 보여줬지요. 물론 제철보다는 값이 서너배 비싸긴 하지만... 오래전 무화과에 대한 시를 썼다가 선생님께 퇴짜를 맞아 그 시는 영영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었지요. 제가 무화과의 속성을 전혀 몰랐던 때문이었어요. 꽃을 피우지 않는 줄 알고 글을 썼었던거지요. 시도 과학에 근거하고, 사실에 근거해야 함을 깨닫게 해준 경우입니다. 얘기가 빗나갔지요? 간사님... 제일 먼저 들러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버선발은 고사하고 뒤늦게 마중을 나가 죄송합니다. 이 추위에도 여전히 남산을 지키고 계시는군요. 봄이 오기전에 놀러가야지요. 늘 건강하세요. 행복하시고요.

백성동 2010. 02. 03. 오전 10:07

붉은 속살이 이놈의 가슴 속살과 같은 색이네요 이번 겨울은 쉽게 마음을 풀지 않네요 새벽산의 눈길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매일 빈손으로 다녀가다가 오늘 무화과 한 보따리 안고 갑니다 창가 화분의 잎사귀 하나 달랑거리다 어느새 떨어져 버렸네요 떠남의 춤이였나 봅니다

포아풀 2010. 02. 04. 오전 09:44

겨울이 쉽게 마음을 풀지 않아도 곧 봄이라는 입춘이네요. 입춘대길하세요. 떠남의 춤을 추던 그 잎새, 자유로움일지도 모르겠군요. 무화과 맛이 괜찮으셨는지요? 가슴에 박히는 댓글, 고맙습니다.

박성실 2010. 02. 07. 오전 01:41

가슴 뭉근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말캉한 무화가의 향기가 진동하네요. 그게 참 이런 순간에만 매케하게 풍겨지는 향기는 참 고약합니다. 말로하기에는 너무 큰 그래서 뱉어낼 수도 삼키기도 힘든, 그래서 글을 쓰나봅니다.

포아풀 2010. 02. 08. 오전 06:10

그러게요. 글은... 그런데 표현해 놓고도 가끔 쑥쓰럽고 민망할 때도 있어요. 고운 흔적 고맙습니다. 박성실 님.

모모 2010. 02. 21. 오후 11:45

당신의 봄날 궁금해 물으면 네가 내 봄날이지 네가 내 꽃이야 포아풀님만의 글향기가 물씬 배어나는 구절 같군요. 결 고운 면사포를 쓰고 있는 '당신'의, 그 미소의 정체가 궁금해서, 시를 읽어 보고 또 읽어 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고 하면 시건방진 표현인가요? 한두 번 읽을 때까지는 '짙은 안개처럼 신비로운 시'였는데, 서너 번 읽고 나니까 그제서야 '당신'은 어머님이 아닐까 싶었고, 희미하지만 '안개를 휘감은 아름다운 마을 풍경\"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걸 가지고 무슨 큰 발견한 듯 야단인가요) 진작에 이 시를 읽고도 댓글을 달지 못한 바보같은 이유였습니다. 둔감을 용서하시길...그러나 제겐 아직 무화과를 감싸고 있는 연무가 신비롭기만 합니다.

포아풀 2010. 02. 23. 오후 10:29

모모님... 안개를 휘감은 마을풍경이 보이셨다니 다행입니다. 시는 독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묘미가 있지요. 그래서 감히 이런 글이라고 미리 설명을 드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요. 공자 앞에서 감히 제가 문자를 썼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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