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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박성실 2010. 11. 19. 오전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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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2007년 혜화역 3번 출구
허리가 하두 굽어 'ㄱ'자로 걸어다니는 할머니가
계단 중간 쯤 붉은색 바구니 앞에 두고 
휘감은 옷 안에 허물어지듯 앉아 있었다
진달래 필 때, 노란 은행잎 떨어질 때 까슬한 가지 돋보일  때도
8시쯤 출근한 할머니는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며칠 안 보이면 어디 편찮은가 궁금하고
며칠만에 보이면 반가워 천원짜리 지폐 찾게 되는 날들 세어보니 몇년이다
봄이 올 무렵
사랑 몸소 살아낸 예수
닮은 삶으로 무엇을 실천할까 하는 질문
워크샵가서 받았는데
할머니가 떠올라 이렇게 적어 넣었다
' 지하철 할머니에게 꽃을 선물하겠습니다.'
그러고 나니 아침 출근길 죄라도 지은듯 빈손이 무겁다
5월이 오고 어버이날 집에 돌아가는 길
길마다 즐비하게 늘어선 카네이션을 보고 망설이다
스승의날 되서나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 집어 들었는데
쑥스럽고 무서운데 설렌다
할머니가 없다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카네이션 들었던 마음 시들었고
혜화역 계단 오를 때
내 눈에만 보이는 할머니
마음만은 쓰레기통으로 구겨 넣을 수 없어
무거웠던 빈손 쥐었다 폈다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나는 꽃을 주지 못했는데
할머니가 남겨둔 꽃내음은 내 빈손에 있다
========================
아기는 매트 위를 굴러다니고
남편은 뒤척이는 아이를 달래 보라고 보냈더니 그 옆에서 코를 골며 잠들었다.
저쪽방 자꾸만 꺼지는 무선인터넷에 두 손들고 건너와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유선 인터넷을 연결했다.
2010년 겨울이 되어서야 왜 할머니 생각이 난 걸까,
갑자기 날아든 부고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고
그 굽어진 허리 돌아가신 할머니와 너무나 비슷해 눈을 뗄 수 없었던 때문인가
지하철 할머니는 나를 모른다
그런데 남기고 간 카네이션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어찌 생각하면 상대는 모르는 나의 자작극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다고 하는 것부터가
너무나 자기 본위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이 마음이 도통 무엇인지 모르겠다
산문을 쓰려는데 어둠 속에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무슨 이유에서인가 글이 간결해진다.

댓글 14개

김경은 2010. 11. 19. 오전 10:42

박성실님의 글은 참 담백하면서도 따뜻합니다^^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요. 이 추운날 님의 글에서 만난 혜화역 할머니가 궁금하고 걱정됩니다..

박성실 2010. 11. 20. 오전 12:25

헤헤 네 다녀가 주셔서 마음 같이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의 굽은 허리가 추운 날이면 더욱 생각이 나네요.

포아풀 2010. 11. 20. 오후 03:50

지원이 혼자 매트위를 구르고 부군님은 옆에서 코를 골며 주무시고... ㅎㅎ 장면이 연상되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행복함이 보입니다. 행복이 별건가요. 함께한다는 것이 행복이겠지요. 밤이라그런가요. 성실님의 글이 차분해요. 통통 튀는 매력에서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보는 듯한 그림이 보입니다. 아마 할머니는 먼 길을 가신 것일까요. 아니라면 그저 평안하시기를...

미오새 2010. 11. 21. 오후 08:49

*성실님.. 벽과 벽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탓에 무선 인터넷은 끊김이 자주 발생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아들은 귀로 듣고 있을꺼라던 성실님의 표현처럼, 진정의 마음은 어떤 장애물에도 방해받지 않고 전해지는 것인지 성실님의 글이 지금 미오새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성실님의 글에서 연상되는 기억이 하나 있어요. 바싹 마른 낙엽처럼, 곧 바스라 질것 같은 여위고 초췌한 몰골에 처량한 눈빛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살피며 고무장갑 몇 켤레 앞에 놓고 은행입구의 계단에 앉아 있던 팔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던 할머니. 2~3일 쯤 같은 장소에, 같은 모습으로 앉아 계셨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외면하며 지나쳐 갔습니다. 그 할머니의 처지가 딱해보였지만, 고무장갑은 필요가 없어 약간의 성의 표시를 하고 퀭한 마음을 달래며 돌아섰지요. 그런데, 어느 날 다른 길에서 50대 중반의 남자가 그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대낮인데도 술 냄새를 풍기며 그 남자 다가와서 하는 말은, 어머니를 모시고 나왔는데 집에 돌아 갈 차비가 없으니 도와 달라는 것이였어요. 순간 \"앵벌이\"라는 직감적인 생각에 현금이 없다는 핑계로 거절하였지만, 거절하고 돌아서는 기분은 씁쓸하고 왠지 슬프기까지 하였습니다. 실제로 현금이 없기도 하였지만, 거절한 것도 도움을 주었다해도 두가지 경우 모두 꺼림찍한 기분은 오래 지속 되었을 것 입니다. 왜냐면, 도움을 청하는 방법이 기만적이기는 하지만 오직 답답하면 자존심마저 뭉개가며 도와주기를 간청했을까 하는 생각에 모른척하고 도와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요즘 신용카드 한 장이면 별 불편없이 지낼 수 있는 세상이 되어서 특별한 날이 아니면 지갑 속에 현금을 넣어다니지 않지만 이제는 지폐 몇 장 정도는 꼭 챙겨 다닐려고 합니다.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미오새의 속셈이 치졸해 보이기도 하고, 앵벌이여도 그 사정이 절박해 보이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서이지요. 그리고, 원수를 사랑하기에는 미오새의 됨됨이로 봐서 불가능 할 것 같고, 기만적인 행위에 속임을 당한다 할지라도 개의치 않고 작은 호의라도 베푸는 것이 천국가는 티켓을 얻는데 훨씬 쉬울 것 같은 약은 계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영세민 혜택이나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서 경제적 약자들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살림은 꾸려나갈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성실님이 만났던 그 할머니도 앵벌이 조직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었을 것 같은 생각도 드는군요. 커피 한 잔을 들고 PC의 창앞에 앉아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커피가 싸늘하게 식을때까지 무슨 수다를 이렇게 늘어 놓았는지...오타는 없는지 살피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잠자리 인사도 남기지 않고 먼저 잠들어 버린 지원이 아빠.. 아침 밥상에서 반찬 한가지를 줄이는 것으로 남편 길들이기를 시작해보세요.

최인구 2010. 11. 21. 오후 11:02

성실 님~! 2007년 혜화역 3번 출구에서 회상되는 할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미오새 님이 그랬던 것처럼 저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과 함께 아스라한 추억의 부스러기가 스쳐지나 가네요.. 어설픈 고딩 하나가 취업 나간 회사 경리과 여직원에게 시쳇말로 필이 꽂혔더랬지요. 처음에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녀석이 성가시게 군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죽기 살기로 따라 다니니깐 서서히 마음이 움직이는 기미가 보였습니다. 이때다 싶어 퇴근 시간에 미친척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무작정 따라 갔습니다. 그녀가 내린 곳은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그리고 3번 출구 도로 맞은편 파랑새 극장 간판이 보였습니다. 미스 최는 고딩을 데리고 대학로 어느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너 나 좋아하지 마.” “왜요.” (고딩은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너하고 나하고는 동성동본이야.” (여기서 다음 이야기를 더 하면 성실 님의 신성한 작문 방에서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중략하고 결론만 말하면) 몇 달 후 고딩은 혜화역 3번 출구 앞에서 보기 좋게 차였습니다. 성실 님~! 저의 첫사랑 추억은 혜화역 3번 출구 앞에서 차갑게 종지부를 찍고 말아더랬습니다. 혀를 깨물고 몇 발자국 근처에 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십 수 년이 지난 다음 혜화역 근처로 출근하게 되었고, 그 카페는 감자탕 집으로 변해 있었고.. 그 집에서 동료들과 소주 한 잔 마시며 추억의 미스 최를 떠올려 더랬습니다. 성실 님~! 진지한 글에 부합되는 댓글을 달고 싶었지만 미오새 님께서 충분히 그 몫을 다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가는 점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소서...ㅋㅋ *성실 님~! 혹 직장이 혜화역 근처라면 1번 출구에서 30보정도 걸으면 초콜릿 카페가 나옵니다. 점심 식사하시고 들러보세요. 그리고 에콰도르에서 수입한 초콜릿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내를 눈여겨보세요..^^

박성실 2010. 11. 22. 오전 09:17

그러게요... 행복한 순간 할머니 이야기를 쓰고 있었네요. 말씀하신대로 함께하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할머니도 어디 계시던, 왜 길로 내 몰렸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 안 충분한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공감을 원하고 그렇게 소통해 나가고 그러다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목소리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

박성실 2010. 11. 22. 오전 09:23

하하 네 남편 길들이기라~ 잠은 어떤 것으로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앵벌이, 그것이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하두 그런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항상 망설여지거든요. 그래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그들이 나를 속이든 그렇지 않든 나는 나 자신을 속이지 말자 입니다. 그정도 이용을 당해줘도 좋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아주 많지만 그래도 이것이 저인 것을 어찌할까요, 오모나 그런데 저는 예비 지폐를 혹은 잔돈을 가지고 다닐 생각은 해 보지 못했네요. 커피가 다 식으셨다니, 다음에는 제가 낙엽 1%로 채운 지갑을 열어 커피 한 잔 뜨거운 것으로 대접할께요. ^^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보겠습니다..헤헤

박성실 2010. 11. 22. 오전 09:28

와~~ 감동입니다. 첫사랑의 추억이 혜화역 3번출구에 아련히 맺혀 있었군요! 이런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저는 너무너무 좋습니다. 갑자기 삶이 둥그렇게 보이네요. 한꺼번에 사람을 토해내고는 하는 혜화역 3번 출구에 저를 포함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참 재밌습니다. 에콰도르 초콜릿 음료! 헤헤 달 것 같아서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저는 주로 극장 갈 때랑 그 뒤쪽에 있는 롤집에 가기 위해서 자주 지나는 골목입니다. 앞으로는 그 카페를 지날 때도 유심히 들여다 봐야겠는걸요? 헤헤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셔서 또 좋습니다! 혹 창가에 앉아 초콜릿 음료를 마시다 옷을 좀 과하게 껴 입고 다니는 왠 젊은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면 한 번 웃어주세요. 헤헤 혹 오해를 사실 수도! 하하하

정상근 2010. 11. 24. 오전 09:17

고달픈 삶이 그려놓은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인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 웃음지을 수 있는 얼굴에 놓이면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인 것을..\" 저는 할머니들의 검은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을 보면서 가끔 삶의 그림을 보곤 한답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종영 2010. 11. 25. 오전 01:00

나는 꽃을 주지 못했는데 할머니가 남겨둔 꽃내음은 내 빈손에 있다 // 마지막 연에서 감동을 얻습니다. 절절한 언어의 전개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감명깊은 글 감사드리며 일상에 건승하시고 문운을 빕니다. 박성실 문우님.

박성실 2010. 11. 25. 오전 10:28

네, 저도 그 주름들이 표정이 바뀔 때마다 움직이는 것을 유심히 본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꼭 나이테 같고, 흙냄새를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무릎을 안고 쪼그리고 앉아서 '이 무릎이 어깨를 넘으면 죽는다는데'라는 말씀을 자주하셨죠. 그 앙상한 무릎과 그것을 쓰다듬는 까칠한 손이 무엇을 향해 있었는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이따금씩 떠오릅니다.

박성실 2010. 11. 25. 오전 10:30

시인님, 다녀가셨네요^^ 항상 올려주시는 글월에 한참 머물고는 합니다. 그러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어쩌면 이런 사색들을 끊임없이 하실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하시는 말씀, 저도 문운을 빕니다. 시인님.

유민자 2010. 11. 25. 오후 08:29

괜시리 무거운 빈손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우리...^^ 왠지 박성실시인님께서 할머니를 보는 시야속에 살던, 허브향이 녹아 내려 제 가슴으로 전해 집니다. 살아가는 삶의 그림에서 구겨진 일상은, 저 멀리 있는 듯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행여 뒤척이는 일상에서도 그 어떤 설렘이 가득한 듯 느껴지는, 박성실시인님의 시어들!

박성실 2010. 11. 25. 오후 10:05

작가님, 그러게요 주신 표현이 맞습니다. 괜시리 빈손이 무척 무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뒤척이는 일상이며 구겨진 일상은 무엇을 감춘듯 저에게 답을 주지 않고 저 멀리 어디로인가 달아나 버리고는 합니다. 그것을 묵묵히 끝임없는 물음표로 살아내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삶인가요, 그래서 반달을 살아낸다는 김봉길님의 시처럼 삶은 살아볼만 한 것일까요?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 시인은 아닙니다만 불러주신 이름 요기서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신랑은 시대신 산문을 쓰라고 혹평하는데, 헤헤 즐겨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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