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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풍경

최인구 2010. 11. 22. 오후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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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풍경


포도밭 과수원길

청포도와 검은알 꾸러미

서양사람 눈과 동양사람 눈

대부분 동양사람 눈동자로 익어간다.

과수원 옆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수녀원 건물

잿빛 유니폼 대신 헐렁한 꽃무늬 몸빼바지에

차양 넓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검은알 꾸러미에 하얀 종이옷을 입히는 수녀들

그리고 붉은 벽돌집 옥상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방송

고된 노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찬송가보다 가요가 듣기 좋은가보다.

저 검디검은 포도송이를 몰래 훔쳐볼까.

지금은 대낮이니 한밤중에 와서

스리슬쩍 시도해 봐야겠다.

초승달이 희미한 밤안개 자욱한 과수원길

검은 봉지를 들고 포도밭 울타리로 접근하던 중

이내 들리는 수녀들의 찬송가 소리에

괜스레 죄스런 마음이 도진다.

뿌연 밤하늘을 뚫고 째려보는

이름 모를 별빛이

나의 발길을 도로 돌린다.

험상궂은 셰퍼드, 최신식 방범장치 없이도

수녀원은 오늘도 무사하다.
글 / 최인구

댓글 17개

박종영 2010. 11. 23. 오전 12:55

찬송가 소리, 하느님의 소리로 언제나 든든한 수녀원의 과수원입니다. 아름다운 시 감사드리며 건안하십시오 최인구 님.

송지오 2010. 11. 23. 오전 08:49

수녀원에 성경공부하러 다닐때가 그립습니다.. 수녀님과 차 마시시며......

박성실 2010. 11. 23. 오전 09:03

하하하 재밌는 시네요! 한 젊은 남자의 낮은 담장 넘기 쉐퍼드도 최신식 방범 장치도 없는 수녀원이 오늘도 무사하다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포도알이 동양인의 눈동자 같다고 해서 검은 알꾸러미 넘 본 사람에게 섬뜩하여 금새 포기할듯 싶었지만 인구님은 그럼에도 계속 탐하시다 결국 찬송가와 별빛에 승복하셨네요....^^ 개성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추운 날에 초콜릿 음료 많이 드시지 마시고 몸에 좋은 차로 한 잔 드세요. 철관음 차라고 있습니다. 녹차랑 비슷한데, 녹차는 몸을 차게하는 반면 철관음차는 몸을 따듯하게 한답니다. 말하고 보니 저도 오늘은 핫초코 내지는 밀크티가 생각나네요.. 하하하 그래도 좀 더 몸에 좋은 것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세요^^

유민자 2010. 11. 23. 오전 09:03

왠지, 그 꽃무늬 몸빼바지 하나 얻어입고 \"수녀원 풍경\"안으로 깊속이 들어가고 싶은 오늘. 부족한 제가 어제가 먹다가 흘린 죄스러움 하나 들고, \"수녀원 풍경\"의 좋은 시어에 앉아 잠시 쉬어 갑니다. 최인구시인님덕분에 은혜로운 지금이예요.

민순호 2010. 11. 23. 오후 04:39

<'기적이- 상식이 되는 시대?' .. & '새로운 온도감/정신 온도?' ?? ~ > - 2 우리의 육체가-- 가지고 있는 감각 능력을 회복하기만 하면~ 놀랄 만한 현상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새로운 온도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과 우유와 쥬스를-- 같은 조건 하에 온도계를 재어 보면 똑같은 온도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손의 감각이 회복된 사람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물과 우유와 쥬스를 구별할 수 있다. 이것을 감지할 수 있는 근거는-- 물에서 나오는 파장과 우유에서 나오는 파장, 쥬스에서 나오는 파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 설명하면~~ 물, 우유, 쥬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변화 하는데~ 세가지 물질은-- 변화하는 속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므로~~ 거기에서 나오는 파장이-- 서로 다른 열감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氣를 터득한 사람(초능력자超能力者)\"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일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차원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물질계와 정신계로- 분류한다면~- 온도계로 감지되는 온도를- 물질 온도, 기감각으로 감지 되는 온도를-- 정신 온도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 이승헌~ -

미오새 2010. 11. 23. 오후 07:32

*인구님.. 수녀님들의 찬송가소리에서 양심의 소리를 들으며, 희미한 별빛에서 마음의 깨달음을 얻고, 담장넘기를 포기하는 표현이 아주 돋보입니다. 어떤 보안장치보다도 더 안전하게 포도원을 지켜내는 감동적인 장면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담장없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가 그래서 어려운 것이구나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인 몰래 따먹는 사과가 더 맛있다는데 훔친 포도의 맛은 어떨지..? 인구님이 사랑을 고백했던 동성동본, 그 연상의 여인이 수녀원에 있는 것도 아닐텐데, 남성금지구역의 수녀원을 무슨일로 인구님은 기웃거리셨을까. 청량리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시작하면서 밥퍼주는 목사로 유명해진 최일도 목사의 사모님은, 결혼전에는 수녀님이셨다는게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되었지요. 혹시, 그 밥퍼주는 목사님처럼 인구님도 남몰래 흠모하는 수녀님이 계시는건 아닌지?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더니 인구님의 글앞에서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 같습니다. 사색의 깊이가 느껴지는 귀한 글.. 무료로 실컷 즐기고 갑니다, 인구님!

최인구 2010. 11. 23. 오후 09:13

박종영 님! 송구스럽지만 군대식 표현을 잠깐 빌리자면 사색의 향기에서 아마도 박종영 님이 왕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긴 기간동안 선생님의 주옥같은 시 늘 가슴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귀하신 걸음에 감사드립니다.

최인구 2010. 11. 23. 오후 09:22

송지오 님! 수녀님과 차 마시시며 어떤 말씀을 나누셨나요?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정한 모습이 그려지네요. 저에게도 수녀님과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0. 11. 23. 오후 09:33

부지런한 성실 님! 저도 하하하 웃으면서 인사드립니다. 혜화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초콜릿 카페를 아시는군요.^^ 거기 카페에서 수제 초콜릿도 파는데 엄청 비싼 거 아세요. 지프라이타 반도 안 되는 초콜릿 하나가 이천 원이 넘어요. 하지만 발레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정말 불티나게 팔리죠. 성실 님! 꼭 정해진 날에만 남편 분에게 사랑의 선물을 선사하는 것보다 오늘처럼 찬바람 씽씽 부는 날 따듯한 마음을 담아 사랑스런 아기와 자기에게 초콜릿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상상하지 못했던 남편의 보답이 이어질 줄 모르잖아요.^^ 문장에서 느껴지는 성실 님의 경쾌한 성격이 늘 기분 좋게 와 닿습니다. 권해주신 철관음차 덕분에 포근한 저녁입니다.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0. 11. 23. 오후 09:42

사색의 향기에 올라오는 글 중에 정성과 성의가 듬뿍 담겨 있는 수필, 바로 유민자 님의 수필이 아닌가 싶습니다. 늘 진지한 마음으로 글을 담아내시는 유민자 님에게 소중한 지혜를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0. 11. 23. 오후 10:12

몇 해 전 살던 동네에 수녀원이 있었습니다. 거기 수녀원님들은 낮에 일을 하는 게 신앙생활의 원칙인지 포도밭을 가꾸거나 정원을 손질하며 늘 분주하게 생활하시더라고요. 과수원 담장 따라 봉숭아꽃이 즐비하게 피어있기도 했는데 산책하는 기분이 정말 낭만적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성사를 하자면 수녀님들 몰래 포도 두 송이를 훔쳐 집에서 맥주 안주 삼았던 적이 있어더랬습니다. 미오새 님! 성모마리아께서 저를 너무 혹독하게 벌하지는 않겠지요. 이실직고 했으니깐.ㅋㅋ 미오새 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유머와 재치 그리고 해박한 은유의 지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시나요? 도무지 따라하고 싶어도 미오새 님의 댓글 세계는 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인 듯합니다. 늘 반갑게 대해 주셔서 정겨운 정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0. 11. 23. 오후 10:15

민순호 님! 오늘 북한 측에서 무모한 짓을 했던군요... 해박한 지식으로 김정일, 김정은 부자에게 따끔한 충고 부탁드립니다. 다시는 한반도에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포아풀 2010. 11. 23. 오후 10:23

글읽는 재미, 댓글 살펴 읽는 재미... 사색의 향기에서 누리는 호사같아요. 인구님, 방금 전에 다녀가셨군요. 몰래 훔쳐 맥주 안주 삼았다던 포도 두 송이... 그 기막힌 맛을 탐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경지를 넘어선 분들이라 저는 오늘 가볍게 발자국만 찍고 갑니다, 인구님. 평안한 밤 보내세요.

정상근 2010. 11. 24. 오전 08:39

佛家에서는 열가지 죄를 큰 죄라하여 늘 참회하게 하고 있지요. 그 중에 한가지가 '도둑질 한 죄' 입니다. ㅎㅎ 아마도 그 옛날에는 농업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룰 가지는 것이었을 터이니, 음식을 도둑질한 죄는 죄 중에서도 큰 죄에 속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물론, 지금은 화폐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지만,, 담장 너머로 울려 퍼지는 수녀원의 찬송가 소리에 발길을 멈추는 내면이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 아닌가 싶습니다.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를 되새기며 읽었습니다. ^^

최인구 2010. 11. 24. 오후 12:57

포아풀 님의 가벼운 발자국 소리에 문뜩 어떤 시 구절이 떠오릅니다. “싸리문 열고 눈 밟는 소리 반가워서 좋아라.” 소중한 분들의 발걸음에 인사를 드릴 때마다 포아풀 님의 정성어린 마음과 보이지 않는 노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임진강이 흐르는 산책길엔 포도는 없고 지천에 무우 밭이 많습니다. 김장철 무우 한 뿌리 훔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다 보니 가을이 다 지나갔네요... 포아풀 님 오늘도 Hello~!

최인구 2010. 11. 24. 오후 01:11

정상근 님~! 강수연 주연의 아제아제바라아제 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큰 스님이 살생하지 않겠느냐? 도둑질 하지 않겠느냐? 라고 물으면 불가에 귀의하는 비구니들이 엄숙한 표정과 자세로 “가의”라고 대답하더군요. 하지만 속세의 사람들과 자주 접하면서 그런 맹세와 다짐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영화의 주요 내용으로 다루었습니다. 저도 부처님이나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살겠노라 맹세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세상의 유혹에 노출되어 지내는 같습니다. 새벽에 윙윙대는 모기를 탁 잡고 난 뒤 손바닥에 묻은 피를 보며 통쾌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인간의 잔인한 이면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도둑질 한 죄를 참회하며 횡설수설 해 보았습니다.

포아풀 2010. 11. 25. 오후 02:26

이런... 인구님... 과찬의 말씀을 ... 하는 일도 없는데요. 인구님의 말씀에 빵빵하게 힘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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