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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 말랑하다

포아풀 2011. 01. 11. 오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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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말랑해.


글이 설익었다고, 더 많은 능선을

부지런히 넘어야겠다는 듯

선생은 일침을 놓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시의 반듯한 모양만 흉내 냈을 뿐

여전히 만만한 글이었다

어수룩해서 툭 건드리기만 해도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야마는


글뿐이랴

세월로 푹 불린 눈물 알갱이 갈고 으깨

그 중 이런저런 추억 쏙 배내고

다시 순수의 생각만 걸러내 가슴의 화덕에 끓여

채찍을 간수로 부어 응고시켰어도

여전히 나는 말랑말랑했다

웬만한 말에도 상처가나고

푹 살점이 파여 나가는 나

가슴에 커다란 돌을 얹어 남은 물기

다 빼버리고 나면

단단해질까, 네모나질까


나, 아직 말랑하다




 

댓글 26개

김봉길 2011. 01. 11. 오전 11:56

자신있는 도전이 눈부십니다. 또한 끊임없이 드러내려는 의지가 부럽습니다. 부디 새해에도 반복에 반복을 견디는 본인의 모습을 계속 확인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재원 2011. 01. 11. 오후 01:40

글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설익은 글... 그럼 잘 익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나는 시의 반듯한 모양만 흉내 냈을 뿐 \" 이라는 글 내용과는 다르게 \"반듯한 \"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듯한 글은 어떤 글일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설명 하기 어렵지만,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습니다 조금씩 흩날리던 눈이 멈춘 지금 다시 금방이라도 굵은 눈송이가 날릴 것 만 같은 오후에 김이 모락모락 잘익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인님의 글 속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건필 하세요 수고 하셨습니다

정상근 2011. 01. 11. 오후 04:17

여여(如如)..라는 말이 있지요? 있는 그대로의 변함 없음?..정도면 아마 제대로 해석한 것 같은데, 여여하다라는 말을 언젠가 화두로 잡고 오랜동안 앓았던 적이 있었더랬지요. 그래서, 여여해질 수 있기 위해서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가 무엇을 하던지 어디에 있던지 어떤 것이 내 앞에 있던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비로소 여여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포아플님..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글에 대한 비판에 여여해지면,, 그 글에는 독선만이 가득차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입니다.,ㅎㅎ 아마 예수님이 또는 부처님이 소크라테스가...등등 전지전능의 완벽한 인간이 쓴 글이라도,,읽는 이에겐 비평의 관점이 있을 수 있을 듯.. 제가 불경을 읽거나 성경을 읽을 때 상당히 비판적인 자세로 읽거든요.ㅋ

정채균 2011. 01. 11. 오후 10:27

단단하고 각진 것보다 말랑말랑한 아니 아주 부드러운 순두부가 좋을 때도 있습니다 선생의 일침에 이런 숙제를 한 제자가 훌륭합니다

김정흠 2011. 01. 11. 오후 11:47

자기를 정화시키는 과정을 어쩌면 저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참.. 많은 반성과 성찰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역시 ! (엄지손가락 ! ) 참, 대단하고 멋지십니다. *^^*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 -

박종영 2011. 01. 12. 오전 12:55

모든 사물은 처음은 말랑말랑합니다 유약한 시간이 지나면 굳어 단단해 집니다. 글도 이와 같아서 처음부터 단단하고 엄격한 글은 울림을 줄 수 없습니다. 의미있는 글에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윤고방 2011. 01. 12. 오전 01:13

포아풀님, 시도 너무 아름답고 멋진데 댓글들 역시 어쩌면 그렇게 포아풀님의 시결을 닮았는지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무심코 던져지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라도 곱게 파문지는 걸 보면, 참으로 잔잔하고 아름다운 호수임에 틀림이 없나 봅니다. 짖궂은 돌멩이는 곧 가라앉아 버리겠지만 호수는 물결을 머금고 고운 나이테 하나씩 스스로 그어 가실 테니 행복한 호수가 되시겠군요. 포아풀님은 간수가 아무리 쎄어도 딱딱한 네모 두부는 되지 마십시오. 그럴 수 없는 분이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만....... 정채균님의 \"순두부론'에 저도 적극 찬성입니다. 저는 아예 말랑말랑을 넘어서 물두부이고 싶은데 세상이 그냥 내 버려 둘지가 걱정입니다.

박성실 2011. 01. 12. 오전 10:07

포아풀님, 오셨네요. 그렇잖아도 이제 오실 때 되었는데 바쁘셔서 한페이지가 넘어가는 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사람마다 모진 인생 살다 보면, 둥그러지 거나, 모가 나거나 둘중 하나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포아풀님은 둥그러지신쪽인가봐요, 게다가 여전히 말랑하시군요. 이건 놀라운 일이예요. 포아풀님의 말랑함이 윤고방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얼마나 고운결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시나 봐요. 그 글결에 반한 사람이 비단 저뿐인가요? 제 바람으로는 계속 말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헷 이것은 일종의 커밍아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헛점을 드러내 놓고 말해서 그것이 개성이 되게 하는 효과 말이죠. 제 생각으로는 포아풀님의 섬세함이나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은 그 말랑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요,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여전히 삶을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요.(제가 연배가 한참 아래라 이것이 혹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나저나, 시를 쓰실 때 시어를 그렇게 고르신다는 것을 보면서 저는 더 감동을 받습니다. 지금 그렇게 해 오셨던 것처럼,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고운 시결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이상용 2011. 01. 12. 오후 08:28

고운 시어들에 웃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포아풀님의 글은 언제나 저에게 생동감을 주네요^^ 항상 좋은글 많이 써주시구요 건강 챙기십시요~

백성동 2011. 01. 12. 오후 09:56

초록잎 계하는 날 인가요? 다 모이셨네요 ㅎㅎ 글제만 보고 50초입인 풀님의 피부가 아직 말랑하다는 순간착각을 일으켰습니다 나이 들수록 무지해지는 이 사람은 주름계곡의 감각만 남아집니다 3한4온을 잃어버린 이 겨울에 건강하십시요.

미오새 2011. 01. 13. 오전 11:18

*포아풀님.. 흐물거리는 문어가, 가위처럼 날카로운 집게가 두 개나 있고, 몸은 갑옷같은 딱딱한 껍질로 무장하고 있는 큰 꽃게를 감싸안아 먹어치우는 광경을 보면서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는 고사성어 \"능유제강\"이 실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님의 글 앞에서,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기는 또 하나의 모습을 봅니다. 말랑한 마음으로 뭇사람들의 마음을 이렇듯 붙잡아 두고 있으니... 의지는 강하고 마음은 말랑하신 포아풀님.. 시인이 말랑해서 좋은 점 많으나, 그 중의 하나는 독자의 마음에서 모양과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겸손의 시적 표현이 \"말랑하다\"일 것 같아서, 세상 어떤 간수에도 말랑한 본성을 잃지마시고 그 모습 고이 간직하셨으면...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02

반복에 반복을 견디는 연습... 그렇네요. 시뿐 아니라 모든 글은 결국 반복이겠지요. 여러번 되새기고 다듬는 작업... 감사합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06

잘 익은 커피라... 단어하나가 이리 맛있게 다가올 줄이야... 저도 지금 커피 한잔 옆에 놓고 댓글을 씁니다. 오늘 일을 마감하고 좀전에 들어와 한시간 가량의 여유를 즐깁니다. 감사합니다. 저쪽 어느 게시판의 댓글, 감사합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09

내 자신에 대한 믿음. 가끔은 그것이 흔들리곤 합니다. 그래서 나 자신 뿐 아니라 글까지도 확 뒤집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요. 그러나 늘 거기서 거기, 그래서 실감하는 저의 한계입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12

이런... 훌륭하다는 말씀은 과하시고요. 말랑하다는 건 그만큼 허점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제가 제 허점을 너무도 많이 알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늘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15

엄지손가락! 화들짝 놀랍니다. 제 핸디캡을 알고 계시는줄 알고서리...ㅋ~~ 엄지손톱이 옆으로 퍼져서 늘 놀림이 되곤하지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16

네...네... 그렇지요. 시인님의 말씀 새깁니다.건필하세요. 시인님의 방문 고맙습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21

어쩜... 그렇지요? 댓글이 빛나니 글읽는 재미와 감사함이 절로 입니다. 행복한 호수... 이 말씀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고운 나이테 긋는 하루하루... 잘 견뎌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내공이야 세상 어느 바람도 끄떡없으실 줄 압니다. 늘 고맙습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27

제가 거의 한달 간격(?)으로 글을 올리는 것 같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빨리 왔어요. 게시판이 요즘 풍성하여 페이지가 금방 넘어가네요. 그래서 덩달아 동참하고 싶어졌습니다. 성실님, 눈치 상당히 빠르시군요. 성실님 말씀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제가 저를 홍보하는 격이 되었어요. 저는 여전히 부족함을 썼건만 이리 긍정으로 받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힘이 솟습니다. 그래도 더 다져야 하는데 그냥 여기서 눌러앉을까 걱정입니다. 앞으로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할게요, 성실님!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28

네, 역시 건강하시길 빕니다. 연시의 고운 글만 대하시다가 여기 간수니, 두부니, 네모니 하는 단어가 어색하진 않으셨는지요. 생동감을 드렸다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31

하하... 백선생님 말씀에 빵터졌어요. 곗날입니다. 초록계라 이름지을까요? 그 주름은 연륜이고 깊음이고 포용이겠지요. 역시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포아풀 2011. 01. 13. 오후 06:37

미오새님의 반가운 방문에서 힘을 재충전합니다. 오늘 서신발송작업을 수백통 했는데 많은 양을 접고 넣고 테이프 붙이고 가지런히 정렬하는데 힘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팔이 안돌아갑니다. 그래도 문학의 방에 오니 힘은 배로 솟습니다. 도무지 미오새님의 지식은 어디쯤에서 바닥이 보일까요. 퍼내도 퍼내도 샘솟는 놀라움입니다. 네.. 본성 잃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닷! 감사해요, 미오새님!!

안개꽃* 2011. 01. 16. 오후 11:58

어느날 나는 누구일까/ 잘 살고 있는걸까/ 포아풀님의 글을 읽으면 나를 뒤돌아 보게 됩니다 어느사이 제 마음속에 들어왔다 변변치 못한 저를 대변해주듯 공감가는 글에 또 한번 위안을 받고 갑니다 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

포아풀 2011. 01. 17. 오전 10:46

동병상련이겠지요, 안개꽃님? 지금도 나의 실체를 찾는라 헤매고 있지만 그러나 어느정도 두루뭉실 생각도 공굴려가고 있네요. 세월이 주는 고마움도 있긴 있네요. 안개꽃님도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눈사람 2011. 01. 27. 오전 10:17

설익은 추위를 옷 입고 푸릇한 사과 능선을 넘어 가니 산정 호수가 보이네요 맑은 심연의 밑바닥으로 포근한 풀잎 그림자 하나 흐르네요 바람이 수면에서 잔잔하게 미소 짓는 곳 호숫가 두부 마을에 말랑하고 따스한 시인들이 점심을 나누고 있는데 콩밭 매는 나는 베적삼 흠뻑 적시는 간수냄새로 두부를 꿈꾸네요

포아풀 2011. 01. 29. 오전 02:09

산정호수근처의 두부마을에 여장을 푸신 눈사람님을 떠올려봅니다. 지난 연말의 전시회에서부터 최근의 육필시화전까지 눈사람님의 그림자만 따라갔더랬습니다. 그림자가 말없이 던지는 따스함으로 겨울을 녹이고 있습니다. 두부를 꿈꾸신다하시지만 자신에게는 곧고 다른 이들이게는 한없이 말랑한 두부가 아니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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