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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승
파계승
탁발하고 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배도 고프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순대를 샀다.
간, 허파, 귀때기가 덤으로 딸려왔다.
미친 척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 막걸리와 같이 먹었다.
비틀비틀 암자에 돌아와 쓰러져 잤다.
새벽 예불에 일어나 염불을 외는데 트림이 나왔다.
술에 취한 돼지 냄새가 진동했다.
창문을 열어 젖혔다.
모처럼 산이 뻥 뚫려보였다.
이제야 산이 산처럼 보이는 것 같다.
글 / 최인구
댓글 10개
지난번에는 수녀원을 엿보시더니, 오늘은 파계승이 되셨네요. 산이 뻥 뚫려보이고 산이 산처럼 보인다. 어려워요! 술에 취한 돼지, 어쩌면 그것은 인간일겝니다. 한 인간이 속세를 떠나 살아간다는 것이 진정 산을 산으로 보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진창에서 구르고 약육강식의 경제체제에 한탄하면서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손가락질 당하면서 개탄과 감탄을 오가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예수는 수녀원으로 들어가지 않으시고, 성공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하셨죠. 그 삶이 삶을 삶으로 보이게 하고 산을 산으로 보이게 하는 것일테죠. 인구님, 삶의 노래가 깊어지시는가 봅니다. 아, 그리고 그 파계승도 곧 뾰족한 고문에 시달릴테니 적잖이 조심하시라고 말해 두고 싶네요. 점심 후, 봄 볕이 나른합니다.
둘이 아닌 도리가 있음에..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아름답다 생각하는 내가 따로 있으면 둘이요. 꽃과 그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으면 꽃과 내가 둘이 아닌 것을.. '不殺生'이 불가의 첫번째 계율이나.. 修行을 하는 行者의 몸에 들어가면 행자와 하나되어 함께 해탈하게 될 기회를 갖는 것이니 누이 좋고 매부좋고..ㅋ 이 도리를 알고 고기를 먹으면 구지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신다 하여 그것이 파계에 이르지는 않겠지요.^^ 술에 취해서라도 산을 산처럼 보게 되었다면..그 또한 공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잘 읽었습니다.^^
성실 님~! 시장에서 파는 순대 좋아하시나요?저는 아직도 간, 허파 등 내장 부위는 못 먹겠더라구요.. 그래도 억지로 한 번 먹어봤죠.. 입안에 가득한 특유의 냄새가 한참동안 가시지 않아 비위가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수도에 정진하는 모든 신자 분들은 인내와 절제를 바탕에 두고 생활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분들도 인간인지라 가끔은 탈출하고 싶은 욕구에 갈등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에 비해 저의 삶은 너무 자유롭지요. 남에게 몹쓸 짓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는 이 자유를 영원토록 누리고 싶답니다. 성실 님~! 새벽 공기가 참 신선하네요.. 신선한 하루 되세요^^
정상근 님~!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는 사유를 가지셨습니다. 술에 취해서라도 산을 산처럼 보게 되었다면..그 또한 공부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종교적 신앙의 파탄이 아닌 자신의 성격 파탄자가 되지 않기 위해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에 유의한다면 어울려 사는 공동체가 조금은 아름다워 지리라 여깁니다.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방긋한 하루 되세요.
*인구님.. 마음은 금도인 줄 아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는 말처럼, 몸과 마음이 일치 되지 못하고, 그만 유혹에 빠져 번뇌하는 모습이 인간의 나약한 본 모습이겠지요. 술과 고기, 곡차와 돈나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모습은, 속세에 뿌리를 둔 중생의 모습일진데 굳이 파계라 함은 천부당만부당 하외다. 바라옵건데, 몸도 마음도 속일 수 없는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 산문을 스스로 걸어나오는 환속이 차라리 일어나기를 빌고 비나이다. 공원의 벤치에서 눈물의 빵이 아니라, 순대와 술을 먹어 본 자가 아니면, 인생을 감히 논하지 말라...인구님의 글에서 받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인구님에게는 특이한 소재를 글로 옮기는 재주와 용기가 있어요.
술과 고기, 곡차와 돈나물을 함께 나누는 마음으로 미오새 님께 인사드립니다.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 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위 시는 김소월 님의 ‘님과 벗’이라는 시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이 마지막 문구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하는 갈망! 참 멋있는 표현 같지 않으세요^^ 미오새 님께서 싸리문 열고 들어오시는 발자국 소리가 왜 이리도 반가운지요. 그대와, 부르며, 함께 마시고 싶은 새벽입니다. 날이 밝아 저의 안부를 보시면 한 번 웃어 주세요. 그러면 복이 와요. 지금의 미소 쭉 이어지는 하루 되세요. 벗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질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석해봐요, 인구님. 인구님의 글이 깊습니다^^
파계 이후, 막걸리의 힘으로 열리는 내 마음의 산과 내 육신의 존재에 대하여 배움을 얻습니다 건필하십시오.
포아풀 님~! 미천한 중생의 생각을 헤아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목을(땡중?) 바꿀까 생각했었는데 그냥 두려구요.^^ 매일 아침 차 한 잔 마시며 향기 작가 최선옥 님을 만날 때 저의 미소가 떠오르시나요. 현빈 저리 가라입니다. ㅋㅋ 사랑의 편지 배달 늘 감사합니다. 우편집배원 님~!
박종영 님! 저는 참 버릇이 없는 놈입니다. 어르신께서는 늘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저는 받기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부끄러움 타는 갯벌을 읽으며 ‘물살자국’부분에서 감동을 받았지만 인사를 제 때 드리지 못 했습니다. 차제엔 버릇을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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