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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바다를 바라보며

시사랑 2011. 03. 07. 오후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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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바다를 바라보며

                    이   재   호
바람에게도 가는 길이 있듯이
내 마음 속 바람을 따라

저무는 겨울 바다
그 아름다운 아픔의 일몰 앞에 선다.
하나의 생애가 저러 했던가,
꺼지지 않으려 타오르던
불꽃은 한순간 스러지고
삶의 주소가 왜 바뀌어야 하는지
왜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지
시나브로 옷을 벗는 해안선은
긴 침묵 속 나를 끌어 들였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아무렇지 않게 잊는 일뿐,
잊을 수 없어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가
다시 또 밀려가는
이 순리의 자연 앞에서
나는 비늘 같은 욕망을
저울질 하듯

내 자신을 잊어야 했다.
나를 비운다는 것은
잊는 일 보다 더 먼저 
새 출발하는 일이다.
떠나야 하는 것과
시작하는 것을
저녁 바다를 바라 보며 마음 속에 담는다.
2001년 2월.

댓글 5개

시사랑 2011. 03. 08. 오후 01:04

어쩌면 더 이상 이 곳에 시를 올리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그동안 어줍잖은 시를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개꽃* 2011. 03. 10. 오전 12:00

시사랑님!!!! 무슨 사연이라도? 이곳에 문을 두드린지 얼마 안되었는데 정들자마자 이별이라니요 님의 따뜻한 글에 위안이되고 댓글하나하나에 사랑과 격려로 다시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리곤 했는데 .... 겨울 바다를 갔다오신것 같은데..님의 글에 괜히 마음이 찡해집니다...

포아풀 2011. 03. 10. 오전 09:32

시사랑님, 늘 좋은 글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좋은 글 올려주세요. 고맙습니다.

박종영 2011. 03. 10. 오전 10:02

나를 잊는다는 것 그리고 떠나야 하는 시간과 기억들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얻을것 같습니다.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정상근 2011. 03. 11. 오전 11:48

노을을 만들며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앉았다 보면 모르는 사이 忘我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한동안 그리 초점 잃은 눈으로 바다를 응시하다 어두워진 주변에 깜짝 놀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슴엔 아지 못할 희열이 가득 찼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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