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곗날

포아풀 2011. 03. 10. 오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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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놀이터 벤치

할머니들 빙 둘러앉아

노릇하고 말랑하게 굽는 입담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훤히 꿰고

먼 길 떠난 영감님 불러와 앉힙니다

자식들 효자효부로 다시 태어나고

손주들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이쁜 손주들에게

주름진 웃음 쌈짓돈으로 꺼내놓습니다

구시렁구시렁 너무 구웠을까

까맣게 탄 속앓이

소태맛입니다


잠시 지루해지면 구부정한 허리 일으켜

새참으로 놀이터를 돕니다

두어 바퀴에 지쳐

멈춰 서서 후우 가쁜 숨 내몰며

예전 같지 않아,

넋두리 내려놓으면

모여선 늙은 비둘기들 덩달아

예전 같지 않아,

예전 같지 않아,

후렴으로 뱉습니다


목돈처럼 쏟아지는 볕 노랗습니다


 


댓글 28개

박성실 2011. 03. 10. 오전 11:21

곗날이라는 맞춤법이 이것이었군요. 계의 날, 그동안 잘 못 발음을 하고 있었네요..제대로 발음하고 나니, 계 하는 날이 훨씬 더 부드럽고 재밌습니다. 겟돈, 이라는 뾰족한 느낌의 돈거래가 아니라 신의를 바탕으로 모인 사람들 살다보니 목돈 필요한 날도 있고 그래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때로는 누군가 떼어먹고 연락 안되도 같이 속 아파하며 울고 웃을 것 같은 그런 날이 됐네요. 놀이터 앞 정자에 모여 앉은 노인들에게 이야기란 가족일테죠. 그것이 그들의 삶이니까요. 그리고 돌아서면 조금은 씁쓸하고 허탈하게 어쩌면 기계적으로 되내어질 예전같지 않아의 울림이 숙성잘된 빵의 내음처럼 구수하게 전해와 마음이 넉넉해 지기도 하고 짠해지기도 합니다. 포아풀님, 삶의 단편으로 人生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포아풀님의 시는 포아풀님의 이름과 참 닮았습니다. 은은하고 수수하지만 사람의 향내, 삶의 향내가 풍겨나니 말입니다. 저는 말랑할지언정 이런 구수한 삶의 냄새가 노릇노릇 피어오르는 포아풀님의 시가 참 좋습니다.

미오새 2011. 03. 10. 오전 11:31

*포아풀님.. 생수가 솟아 날만한 곳을 찾아 우물을 파는 것이 시인의 역할일까요? 봄가뭄에 바짝 마른 대지처럼 답답하더니, 곗돈 받은 기분에 갈증마저 가신 듯 해서... 봄 볕 즐기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곗날의 분위기를 읽어내시는 혜안이 놀라워서... 할머니들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세월이 사람을 성숙시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것 부질없음을 알만한 연세가 되셨음에도 온갖 자랑 늘어 놓는걸 보면.. 지금 시간이 오전 11시 30분쯤 되었나요. 오늘 점심은 받은 곗돈으로 거하게 쏘겠습니다. 드시고 싶은 것 말씀만 하세요, 포아풀님.

이재식 2011. 03. 10. 오후 02:45

유년시절 할머님을 뵙는 듯 합니다. 고운 추억에 젖을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감상 되었습니다,

김현배 2011. 03. 10. 오후 04:08

<소태맛, 구부정한 허리, 가쁜 숨> 에서 <목돈처럼 쏟아지는 볕이 노랗다>.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하다가, 순수함으로 따스하게 부활하는 모습 아닌가요? 좋을 글 감사드립니다.

최인구 2011. 03. 10. 오후 05:16

할머니 여러 분들이 유모차를 끌고 마을 회관으로 모여 들더군요. 한데 유모차에 손자손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떡이 들어 있고, 도토리묵이 들어 있고, 부침개가 들어 있고, 막걸리가 들어 있고 그 모든 것이 삶의 지팡이이었습니다. 어디 못난 구석이 있어도 어찌 그리 잘 둘러 대시는지.. 그래도 누구 하나 따지고 들지 않습니다. 저 자랑해주시는 어른이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일이겠지요. 포아풀 님은 사색의 향기 자랑입니다. 미오새 님이 사준 점심은 잘 드셨나요? 곗날인 만큼 저도 저녁을 거하게 쏘지요.. 팔보채, 양장피, 샥스핀 여기 대령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배부른 저녁 되세요. 포아풀 님~!

포아풀 2011. 03. 11. 오전 12:10

명품의 댓글입니다, 성실님... 하긴 아래 댓글글도 다 잘빚은 글들이지요. 소란스러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고요하고 쓸쓸한 풍경... 우리네 삶이 돌아보면 다 그런 것 같아요. 구수한 삶의 냄새라는 말이 쏘옥 들어와요.

포아풀 2011. 03. 11. 오전 12:12

아, 오늘 점심이 맛있다 했더니 미오새님이 쏘신 것이었군요. 고맙습니다. 내일부터는 봄기운이 난다고 하니 이 졸시가 조금 가까이 다가오려나요. 갈증이 가시셨다는 칭찬에 기분 좋음을 담아 갑니다, 미오새님.

포아풀 2011. 03. 11. 오전 12:14

고맙습니다. 고운 추억을 상기해 내셨다니 기쁩니다. 여전히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포아풀 2011. 03. 11. 오전 12:15

참 따스하게 부활한다는 말씀, 정말 좋네요. 감사합니다.

포아풀 2011. 03. 11. 오전 12:19

저도 며칠 전 전철에서 할머니 두 분을 뵈었는데요. 그냥 빈 유모차를 밀고 들어오셨어요. 허리가 아파 어딘가에 기대가야 하기에 아마도 유모차에 의지하신 듯했어요. 그걸 글로 써보고 싶어 수첩에다 얼른 메모를 했네요. 이 무슨 과분한 말씀... 고맙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인구님. 살맛나네요. 점심에, 저녁에... 과식은 누가 책임을...ㅋ

박종영 2011. 03. 11. 오전 09:38

/목돈처럼 쏟아지는 볕 노랗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전의 글을 모두 껴안고 울림을 얻습니다. 할머니들에게 따스한 볕의 구휼은 건강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글, 한 폭의 풍경을 읽고 갑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찬 기운이 도는 바람이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 포아풀님,

정상근 2011. 03. 11. 오후 12:03

할머니들 바로 옆에서 모습을 관찰하면 꽤 답답한데.. 포아플님 관조하듯 바라보는 시각에는 옥수수 볶을 때 나는 내음처럼 구수한 모습이 보입니다.^^

포아풀 2011. 03. 12. 오전 10:22

시인님의 말씀에 힘을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볕은 환하고 맑은데 아직은 바람이 있네요. 감기조심하세요.

포아풀 2011. 03. 12. 오전 10:24

할머님들 곁에서 뵈면 하신 말씀 또 하고 또 하고... 시더워보이지 않는 말씀도 무척이나 소중해 보이고... 행동은 느리고... 그렇지요? 옥수수 볶을 때 나는 내음... 궁금해집니다. 고맙습니다.

하얀구름 2011. 03. 13. 오전 01:07

우리의 삶의 여정을 영상처럼 보여주시네요 이미 펼쳐져 있는 시간들속에서 매 순간 행복 찾아가는 여유의 소중함을 살그머니 일깨워 주시고요..... 고맙습니다

안개꽃* 2011. 03. 13. 오후 07:22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따라붙는 단어 에고~힘들다 참~ 세상 좋다 하시던 할머니 말씀 쓸쓸함이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앞에 굵은 주름살이 햇살에 일렁이듯 했습니다...보고싶네요~~~ 포아풀님~~행복하세요~~^^

포아풀 2011. 03. 14. 오전 09:14

하얀구름님, 고맙습니다. 여유의 소중함... 그 말씀이 가깝게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 분주한 시작이지만 잠시 여유를 가지며...

포아풀 2011. 03. 14. 오전 09:16

할머님을 생각하면 그래요... 그 모습마저 희미하지만요. 안개꽃님이 행복하라 하시니 정말 행복해지는 느낌입니다. 안개꽃님도 행복하세요~~^^

봄 2011. 03. 15. 오후 12:51

담넘어 저승 빛도 이승을 비치고 구수한 햇빛 정겹게 나누네요 할아버지 먼저 휴양지에 보내고 할머니가 쌈짓돈 비워 손주들 재롱 챙기고 떠나는게 보기 좋다는데.....! 구시렁 구시렁 한이 배어나는 그리움 때문에 입안 시렁에 얹어놓은 황혼의 입맛은 소태맛이데..... 자식들 손주들 위해 속앓이 내색 않고 넋두리 여백에 모여든 착한 비둘기들 구 구 구 구 구십구세만 넘어 가세요 99세만 건너 가세요 9 비 굽2 아흔 아홉 구비 예전 같이 우리곁에 돌아 오시려면....... 따듯한 햇&#48339;으로 허리 펴고 웃으시려면........ 유리인형 ,유리나비 유리꽃이 찬연히 빛나는곳에 영혼의 울림이 따사로운 모든 날들을 위해... 개나리가 제비꽃이,진달래가 목련이 라일락이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으로 피어나겠지요...

정채균 2011. 03. 15. 오후 01:37

목돈 모으는 곗날이 아니군요 어쩜 우리 인생이 계 들어 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포아풀 2011. 03. 16. 오전 12:47

입안 시렁에 얹은 황혼의 입맛은 소태맛... 근심을 다 내뱉지 못하는 속앓이 때문이겠지요. 볕에 모여서 조는,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늙은 비둘기들과 할머니들은 아마도 동병상련이겠지요. 비둘기들의 구구 소리가 그런 의미로도... 봄님의 혜안에 이만치 떨어져서 감상을 다시 해봅니다. 유리인형, 유리나비, 유리꽃에 하나 더... 유리새... 그럼 조화가 이루어질까요? 봄님의 방문으로 이곳이 고요하면서도 환해집니다.

포아풀 2011. 03. 16. 오전 12:48

아, 네.... 그렇네요. 그런 의미가 또 일품입니다.

미오새 2011. 03. 17. 오전 10:24

*포아풀님.. 다음 곗날은 언제인가요? 정확한 가사는 기억이 어렵지만,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 대략, 이런 귀절이 들어 있는 신 중현님의 미인이라는 노래를 들어보셨나요? 방사능과 눈이 맞았을 봄바람도 의심스럽고, 올 봄에는 꽃도 슬프게 필 것 같아서 이래저래 기다려지는 건 곗날 뿐입니다. 곗날을 핑계로 자꾸만 뵙고 싶어서..

포아풀 2011. 03. 17. 오후 10:29

다음 곗날이요? 꽃피고 새 울 때... 신중현 님의 '미인'은 저 이십대 때 유행하던 곡이니까... 알고도 남지요. ㅋ~~ 올봄 꽃도 슬프게 필 것 같지만... 힘내서 더욱 활기차게 봄을 열어야지요, 미오새님! 고맙습니다.

박성실 2011. 03. 18. 오전 10:45

포아풀님, 그 곗날 저도 기다립니다. 그 곗날에는 목돈 타신 미오새님과 최인구님의 나눔도 풍성할테죠? 헤헤 저도 먹을 것 좀 나눠주세요. 포아풀님 과식은 몸에 해롭답니다. ㅋㅋ 위에 과식은 누가 채임을.. 이 문장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포아풀 2011. 03. 19. 오전 01:04

그럼요. 암만!!! 그래서 그런가 요즘 몸이 불었어요. 고민....^^

이원선 2011. 04. 12. 오전 04:53

댓글 배틀(battle)같습니다.^^* 주거니 받거니...장군멍군.... 저같은 문외한의 각설탕같은 마음에 침을 흥건하게 발라서 눈깔사탕으로 만드는 마력(?)들이 있으신 듯...

포아풀 2011. 04. 22. 오후 09:27

이 고요한 곳을 다녀가셨군요. 하마터면 고운 흔적을 그냥 넘길뻔 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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