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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造成)
'길 조성 사업'이라는 문구가 부쩍 눈에 띈다 했더니 오랜만에 찾아간 길목에 물길이 조성됐다. 모름지기 물길이란 물이 길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만큼 길이 만들어지고 저 너머 어디쯤 물길을 돌려 물을 불러왔다. 도로 안쪽, 건물 사이에 어느 채석장에서 불려온 것인지 큼지막한 돌들이 여럿 모였고 앉은뱅이 나무들이 그 주변을 둘렀다. 가까이 다가가자 물은 이내 얕은 속내를 보이고, 살고 있다던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텅 비었다. 바닥에는 이끼들이 자그마한 자갈 위에 엉겼고 골똘히 들여다보는 눈 두개가 물 위에 미끄덩거리고 있을 뿐이다. 겨울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하늘은 냉랭하고 길은 한적하다. 내(川)는 소리가 없다.
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갔다.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길에도 내에도 생기가 돌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봄이 오면, 볕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내고 거리는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물고기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 내(川)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들은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물길에도 물고기가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물길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혀뿌리 뒤편에서 그동안 먹었던 조미료의 텁텁함이 한꺼번에 밀려 올라온다.
댓글 16개
봄과 볕, 사람들의 출행, 작은 내(川)에서 고기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내 의 조성으로 더디게 오는 봄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귀한시 감사합니다. 늘 좋은날 되십시오.
참 단어들이 어쩜 이렇게 맛깔스러울수 있을까.. 하.. 참 표현력이 대단하십니다. ! 성실님의 마음을 함께 하고 갑니다. *^^*
*성실님.. 사전에는 \"조성\"이 \"무엇을 만들어서 이룸\"으로 되어 있지만, 어찌보면 신의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가 \"길 조성사업\"일지도 모르겠어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혀끝을 속이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이는 인공조미료같은 시멘트어항을 만들어 놓은걸 보면... 그래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 할줄아는 물고기는 봄이 되어도 물길을 따라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수족관에서 해방된 물고기라면 모를까... 성실님.. 의식있는 작가의 출현을 예고하는 글 같아요.
인공과 인공 조미료의 상관관게... 자연스럽지 못함은 늘 문제가 있지요. 대한민국은 공사중이라는 말... 어느 누구의 그말이 맞네요.
네 시인님, 늘 좋은 나라 되세요.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칭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어찌어찌 하다보니 쓴 표현을 맛깔스럽다하시니 춤추고 싶다가도 반성도 됩니다. 함께 해 주신 마음 감사합니다.
미오새님, 봄이 더디 온다 했더니, 봄이네요. 아침에 목련의 필듯말듯 차오른 봉우리를 올려다 보다 알았어요. 나는 이미 봄에 있구나. 저는 참 느린 사람입니다. 생각이 많아서 일까요?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일상을 느끼는 것에는 참 느리니 말입니다. 의식있는 작가의 출현이라고 하셨나요? 말씀 앞에 뒤로 숨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미오새님, 미오새님께서 해 주시는 격려가 제가 글을 계속 쓰게되는 원동력 중의 하나라는 것은 아시죠?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따듯한 봄날되세요.
인공(artficial, 人工) 자연물을 가공하는 일, Artificial objects, materials, or processes do not occur naturally and are created by human beings, for example using science or technology.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사람이 멋진 곳에 가면 사진을 찍는 이유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훔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혹은 그것을 소유하거나 그 일부가 되고 싶은 욕구는 아닐까, 어떤 면에서 예술이라는 것 혹은 인공이라는 것은 자연의 것을 차용하는 것 아닐까, 자연스럽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 말이죠. 그런데 그것은 자연물 자체는 아니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끌어 온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생명체들은 모두가 그것을 식별할 능력이 있고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아토피가 있어요. 심하지는 않아도 아이가 아토피에 여기저기 긁는 것을 보면서 조미료로 길들여진 나의 몸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어제 모 시사프로그램을 보니 지자체마다 기네스북 등제에 열을 올리고 있더군요. 북 크게 만들기, 가마솥 크게 만들기, 우체통 크게 만들기 그리고 사진 찍기, 찰칵~ 그러나 기네스 본부는 외면. 나라망신도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실 님~! 물고기 집은 당연히 물이겠지만 미오새님 말씀처럼 시멘트로 만든 어항에는 살기 싫은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물이 자연적으로 흘러 조성된 물이 진정한 시냇물이요, 오솔길이 진정한 산길임을......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흘러가기를 바래봅니다. 성실 님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웃어보세요.. 찰칵~
길가에 썩은 물 흐르던 도랑 실개천으로 복원해 놓으니 참 좋습디다 백로도 놀러 오더군요
하하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사진찍히는 것은 참 어려워요. 평소 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기란 참 어렵거든요. 지원이는 처음에는 사진기를 신경도 안 쓰더니 요즘에는 신경써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 안나와요. 그건 좀 슬픈 거 같아요. 어릴적 걷던 오솔길에는 흙이 있었어요. 왜 사람들이 도로에서 흙을 없앴을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더라고요, 저의 편리와 바꾸었거든요. 편리해져서 좋기는 한데, 자꾸만 마음에서는 그래도 흙 냄새를 맡고 싶다고 하니, 이런 것을 뭐라고 해야하는 걸까요? 표현력이 부족해 역시....ㅜㅜ 아이가 놀이터에 놀러가서 모래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해요. 아이가 모래에서 장난하는 것이 좋은데, 시커머진 옷을 보면 한숨이 나오거든요, 매일 같이 이런 모순되는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됩니다.
네, 정채균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가져서 세상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의견이 하루에도 여러번 달라지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갔던 그 골목에는 도랑은 없었는데, 만들어진 실개천이 도랑으로 바뀌어 가고 있더라고요.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실개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남겨주신 족적 감사합니다. 좋은 봄날 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연에 시멘트를 쳐바르는 것을 무조건 반대합니다. 집도 나무나 돌이나 흙으로 지었으면 좋겠구여.. 그런데 우리지 아짐마는 아파트를 좋아허니..쩝...(이참에 확 갈라서삐까비다..ㅋ) 개천물이 썩으면 배수로 정비하고 정화시설을 해서 맑은 물이 흐르도록해야지 시멘트를 덕지덕지 발라서 너무 흉물 스럽더라구여...쩝...
ㅋㅋ 쳐 바른다는 표현이 참.. 저도 아파트를 좋아해요. 그런데 흙을 밟자니 산 앞에 있는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네요. 사실 아파트 아니면 연립주택이라 어릴 때 꿈꾸던 마당있는 집일랑 서울에서 구하기 힘들고 빠듯해요. 목련이 회사 뒷마당에 만개했어요. 자꾸만 창 밖을 쳐다보면서 자판을 치려니 집중이 안되서 이만~ 주말 잘 보내세요.
슬기로운 선조들께서는 정원을 만들 때도 가급적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겸허함을 보여주셨건만 저희들은 후손에게 짙은 화장끼로 점철된 환경을 물려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치적쌓기에 급급한 복원보다는 만물이 심호흡하고, 상생하며, 맛깔스러운 강토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게요. 대책없이 무너지는 환경 앞에 갈 길을 잃네요. 상생 이라는 말이 참 좋네요. 상생이라는 말이 가능해지는 현재와 미래가 되기를 꿈꿔 봅니다.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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