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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洋襪)

박종영 2011. 04. 03.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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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洋襪)
              -박종영-
내 몸의 근원은 수많은 색깔과
갖가지 실의 소재로 촘촘히 엮어 태어났다
질긴 탄력의 핏줄 그 숙명은 오로지
사람의 발에만 맞추어지는 족의(足衣)다
다섯 개의 발가락을 감싸고 발목까지 신기고 나면
나는 숨 막히는 24시간, 혹은
48시간의 보행으로 숨이 찰 때도 있다
재수가 없는 날은 하루종일 고약한
발 냄새를 들이마시며 배고픔을 인내한다
구토를 참느라 애를 쓰면 간지럼 타는
발가락의 주인은 무거운 신발의 문을 열고
바람 앞에 나를 말린다
애처로는 낌새를 알아차린 바람은 옹알거리며
촉촉한 내 몸통을 흔들어 줄 때
시원함의 극치는 해방의 날로 깃발을 단다
어느 날은 목놓아 울 때가 있다
주인의 아내가 비누 물로 빨아내고
헹굼질하여 두 개의 목을 포개고 비틀어 짤 때
흘러내리는 눈물은 타율의 힘으로 이뤄지는 청결이다
다음날의 출행을 위하여 빨랫줄에 집게로 잡혀 있는 시간
바람과 햇볕으로 증발되는 흔들림의 곡예를 마치고 나면
보송보송한 목줄을 가지런히 잡고 늘리거나
아랫도리 숨어 있는 가장자리를 고르게 펴는
그 아내의 보드라운 손놀림,
이런 때는 나도 모르게 일어서는
음탕한 시간의 노예로 즐거운 것이다.

댓글 8개

최인구 2011. 04. 04. 오전 11:01

안녕하세요? 박종영 님~! 요즘 몽당연필을 보기 힘든 만큼 양말을 꿰매 신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지만 상처나 나면 너무 쉽게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군에 있을 때 힘든 행군을 함께 견뎌준 국방색 양말이 고마워지는 하루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박종영 님~! (들판 바라보는 빨래들이 인상적입니다.)

정채균 2011. 04. 04. 오전 11:42

어린시절 낙하산 양말 얼음 지치다 젖으면 모닥불에 말리다 태워 먹었죠 꿰맨 곳이 더 많았던 양말말입니다 군대 양말도 두텁기는 하지만 그리 따뜻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박성실 2011. 04. 04. 오전 11:43

아, 사진이 참 좋네요. 타율에 의한 청결함이라는 표현이 좋네요. 저는 요즘 들어 양말을 유심히 살피고 있답니다. 그것은 우리 22개월짜리 꼬마 지원이가 양말 신기를 싫어하기 때문이죠. 집에만 돌아오면 두 발을 앞에 모으고 앉아서 양말 끝을 잡고 낑낑 소리를 내며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다 벗어지는 순간, 뒤로 넘어질 듯 균형을 잃은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침에 양말 신기기 입니다. 양말 신는 것을 거부하거든요, 그래서 제 손을 툭 툭 쳐 내고 그 때는 반쯤 신긴 양말을 잘도 벗어 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양말에 있는 그림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촉감이나 특징을 잡아서 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는 것이죠. 그러면 지원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양말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양말신기에 응합니다. 유심히 들여다 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세상, 이 있다는 것을 저는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박종영 2011. 04. 05. 오전 12:16

지금은 양말에 대한 보편성 인식으로 소중함을 모르고 생활을 하지만 50년대 60년대 초에 나이롱양말 한 켤레를 얻어 신기위해 얼마나 갈망한지 몰랐습니다. 군대시절 폭신한 국방생 양말도 기동화에는 적격이였지요 감사합니다. 최인구 님, 즐거운 날 되십시오.

박종영 2011. 04. 05. 오전 12:18

구멍난 앙먈과 불이 오지 않은 전구는 양말을 깁는데 좋은 기구였습니다. 요즘 젊은이는 아예 양말을 안 신고 다니기도 하지요 머문 시간 감사드립니다.

박종영 2011. 04. 05. 오전 12:21

어린이 양말에 수놓아진 그림을 보면 양말이 어린이를 위한 그림으로 심미감이 있어서 정서함양에 좋은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봄에 늘 평안하십시오. 박성실 님.

정상근 2011. 04. 08. 오전 11:41

양말의 애환을 박종영님께서 시로서 달래주셨네요. ^^

박종영 2011. 04. 09. 오후 02:55

감사합니다. 정상근 님. 산과 들에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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