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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에게

포아풀 2011. 04. 11. 오후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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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본 적 있어


고 조그만 계집애는 늘 보랏빛 입술로

고독을 우물거렸지


탐스럽고 뽀얀 아이들의 환한 웃음 

마당 가득 채워도

나무 밑에서, 풀숲에 숨어서 빤히

올려다보기만 했지


나른한 봄 한나절 너를 따라 낮게,

아주 낮게 몸을 낮추면

나도 키 작은 아이가 되지


햇빛을 탐하지 않는,

설핏 입가에 스치는 서늘한 너의 미소에

땅의 뿌리 흔들리고

나도 덩달아 서늘하게 흔들리지


구름 몇 송이 꽃잎으로 날리는 봄날 


댓글 18개

김정흠 2011. 04. 11. 오후 11:26

고 조그만 계집애.. 고독을 우물거리고, 나무밑에서 풀숲에 숨어서, 낮추며 키작은 아이가 되버린, 햇볕을 탐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고, 고독의 서늘함일까, 고고함의 서늘함일까. 보랏빛 입술을 가진 고 예쁜 계집애는 꽃잎닮고싶어하는 구름마냥 마음은 하늘 훨훨 날아다닐 텐데. *^^* 고 예쁜 계집애는 얼마나 예뻐졌을까? *^^* 잘 풀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포아풀님. *^^* (씨익..)

이원선 2011. 04. 12. 오전 03:51

포아풀님이 노시는 물은 수질 자체가 다르군요.^^* 저도 한때는 글에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밑천이 짧아서 생계형으로 돌아서긴 했지만요. 쩝~ 님의 옥고를 자주 뵐 수 있게 되기를...

백성동 2011. 04. 12. 오전 05:15

힘들게 온 봄인것 같습니다.. 풀님..건강하십시오.

박성실 2011. 04. 12. 오전 10:08

포아풀님.... 지난 주일에 아빠가 출장을 가서 심심해 하던 차, 지원이를 데리고 동네 순회를 했어요. 선인장을 보여주려고 꽃집에 갔다가 민물고기와 낙지를 보여준다고 횟집 앞 수조를 기웃거렸어요. 돌아 오는 길, 빵집에 들렀다 골목으로 들어섰어요. 목련의 커다란 떨기가 우리 앞을 가로 막았어요. 지원이에게 '목련 봐'라고 했는데 지원이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놀이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바위에 관심을 보이며 기어오르려고 했어요. 그래 가까이 갔더니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요. 돌아보니 얼굴 하나가 보여요. 제비꽃이었죠. '저도 여기 있어요.' 아래를 돌아보니 그 아래에도 그리고 그 옆에도 꽃이 피었네요. 지원이에게 꽃을 보여 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은 포아풀님의 시 앞에 와서 확대되고 깊어지네요. 놀이터 앞에 있던 계집아이는 겨울을 견디며 사람들을 지켜봤을 거예요. 목련을 보다, 놀이터로 기어올라가는 아들을 잡으려 허리를 낮춰, 낮추고 나니까 우연히 바람결에 들리는 작은 소리, 그 얼굴을 보았는데 흔들리네요. 서늘함을 견디고 마침내 올라온 그 얼굴의 가련함이 너무도 예뻐, 희미한 목소리의 떨림이 말 그대로 고독하게 입술을 조물거리는 자그마한 계집애 같아, 볕도 잘 들지 않는 바위 틈에 흔들리는 모습에 저도 떨리네요. 봄이 오면 제비꽃은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고 해요. 그러나 양지바른 곳에는 큼지막한 꽃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네요. 구름마저 꽃 잎으로 날리는 봄 날, 자그마한 얼굴을 더 깊게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미오새 2011. 04. 12. 오후 04:22

*포아풀님.. 남쪽에서 제비가 올 무렵에 피는 꽃이라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지요. 천성이 수줍어 풀숲에 숨어있기를 즐기는 탓에 앉은뱅이꽃이라는 슬픈 이름도 얻었다지요. 주말 산행에 제비꽃 눈에 띄면, 낮게, 아주 낮게 몸을 낮추어 함께 키작은 아이가 되어 보겠습니다. 지난 주 산길에서, 여린 싹을 틔우기 시작한 풀들을 보면서 작가님의 필명, 포아풀이 생각났습니다. 세상에는 절대 우연이 없다고 믿고있는 미오새가 생각하기에, \"포아풀\"을 필명으로 쓰시게 된 이면에는 풀에 대한 속죄의 뜻도 담겨있을 것 같아서 실실거리는 웃음, 참을 수가 없었지요. 왜냐면, 누구 앉은 자리에는 풀도 안 난다는 설화가 생각났기 때문이지요. 고려 말 최 영장군의 유언이, 고집으로 변질되어 전해지는 유래는 모르겠지만... 현존하는 최고령시인 정 완영님은 모신문 인터뷰기사에서, 제대로 된 시 두편 만 남기면, 그 어떤 훌륭한 정치인, 학자보다 더 오랫동안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비꽃 앞에 머물다 가는 미오새의 마음에 노(老)시인의 말씀이 불현듯 와닿습니다.

박동수 2011. 04. 12. 오후 08:59

감사 합니다

포아풀 2011. 04. 13. 오전 09:26

네에...김정흠 님..*^^* 씨익... 웃음이 아침을 기분 좋게 만드네요. 잘 풀어내셨어요 고맙습니다.

포아풀 2011. 04. 13. 오전 09:29

하하... 무슨 말씀... 여기는 일급수 지역입니다. 모든 분들과 수질 좋은 곳에서 함께 하니 좋네요. 자주 뵙겠습니다

포아풀 2011. 04. 13. 오전 09:30

백선생님도요... 봄, 즐기시고요. 고맙습니다.

포아풀 2011. 04. 13. 오전 09:34

성실님... 댓글 속에서도 성실한 생활이 보여요. 지원이와 함께 하시는 모습은 영낙 없는 이쁜 엄마의 모습이네요. 저는 그 모습에서 저의 지나간 모습을 봐요. 그러면서 생각하지요. 아, 좀 더 부지런한 엄마, 좀 더 나은 엄마 노릇을 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있네요. 작은 글에 과분한 선물입니다.

포아풀 2011. 04. 13. 오전 09:38

제비꽃, 앉은뱅이꽃, 오랑캐꽃... 다양하게 부른다고 해요. 그런데 제비꽃이라는 말이 가장 좋은 듯 해요. 지독하다는 성씨탓... 그 말씀도 맞네요.^^ 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봄날이 좋네요. 많이 즐기세요.

포아풀 2011. 04. 13. 오전 09:39

네, 고맙습니다. 자주 오셔서 좋은 글 보여주세요.

봄 2011. 04. 13. 오후 12:14

제비꽃 옆에 않아 았는 포아풀님이 보입니다. 마세한 흔들림이 바람에 전해지네요 둘의 만남은 우연일까요 고독일까요 사랑일가요 아마 데쟈뷰의 친근함? 아니 우연한사건? 제비꽃과 어린소녀 사이에 햇빛의 미세한 주름을 만드는 그 서늘한 미소로 타자를 향한 긴장된 경험을 느끼게하네요 제비꽃이라는 타자의 거울속에 수줍게 손을 내밀며 떨리는마음으로 말을건네고 싶은 어린소녀의 깊은고독 위에 구름같은 몇송이의 언어가 진리의 파편처럼 날아오네요 우리의 뿌리를 흔드는 균열이 언제 생길지 흔들리는 이땅에 시인은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나요

포아풀 2011. 04. 14. 오후 06:48

봄님...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접할 때 비록 그것이 현재 내가 속해 있지 않거나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본 듯한 환상을 경험하곤 한다.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나 경험한 것, 또는 기억하고 있는 것들과 관련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무의식의 통로, 데자뷰라고 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상상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데자뷰라는 말씀에 제 글의 일부를 인용해봤어요. 아마 그 작은 아이와 제가 무의식 속에 소통하고 있었을까요. 아님 그 아이가 저였을까요. 시인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어떤 희망 내지는 믿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요, 봄님. 세상이 하 수상해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문학은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 작은 길 하나라도 공유하려고 하네요. 봄님,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김현배 2011. 04. 16. 오후 04:55

제비꽃처럼 고운 꼬마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시리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포아풀 2011. 04. 18. 오전 10:04

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윤해균 2011. 04. 22. 오전 10:53

제비꽂 무심히보았는데 포아플 님의시를 읽으니까 전주 산행에서 본 제비꽂이 눈에 선합니다 참으로 탁월한 표현 잘 보았습니다

포아풀 2011. 04. 22. 오후 09:26

아..네... 과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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